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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오후> 그림자를 쫓는 경영은 빛을 잃는다

  • 최민호 기자
  • 기사 입력 : 2025-10-30 17: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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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업계에 떠도는 소문이 있습니다.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한 네트워크 마케팅회사가 이미 성공을 거둔 독일계 네트워크 마케팅 기업의 제품과 보상플랜을 거의 그대로 벤치마킹하려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국내 네트워크 마케팅업계뿐만 아니라, 잘 나가는 제품을 유사하게 모방하는 행위는 다른 업계에서도 비일비재합니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모방’과 ‘표절’은 엄연히 다르다는 점입니다.

먼저 ‘모방’이라 함은, 성공한 아이디어나 제품을 보고 영감을 얻어 비슷한 형태나 구조를 갖추되, 나름의 차별화나 혁신을 덧붙여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려는 노력을 포함합니다. 반면 ‘표절’이라 함은, 남이 만들어 놓은 제품, 보상플랜, 아이디어 등을 사실상 거의 그대로 베껴서 자신이 만든 것처럼 내세우며, 창의적 기여나 독자적 발전 없이 기존 것을 복제하는 행위입니다. 이 차이를 간과한다면, 사업 초반에 보일 듯 말듯한 성공의 가능성은 곧바로 도덕적, 법적 리스크로 바뀔 수 있습니다.

제품이나 보상플랜을 모방하기는 쉽습니다. 하지만 제품의 저작권 또는 디자인권, 상표권을 침해하거나, 독점적 노하우나 영업 비밀을 침해할 경우, 민사 책임뿐만 아니라 형사 책임까지 연결될 수 있습니다. 복제된 보상플랜이 마치 독창적인 것처럼 소개되어 유인성이 높아지고 가입자와 모집자의 피해가 발생한다면, 불공정거래나 사기 행위로 인식될 여지도 높습니다.

결국, ‘남의 것을 그대로 따라한다’는 태도는 단순히 인상만 나쁜 것이 아니라, 사업을 본격화하기 이전에 리스크가 내재한다는 경고로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사업자나 경영진 입장에서 볼 때 성공한 모델을 참조하고 벤치마킹하는 것은 경영 전략상 전혀 비난받을 일이 아닙니다. 다만 그 경계선이 ‘영감’ 또는 ‘참조’에서 머물러야지, ‘복제’ 또는 ‘도용’으로 넘어가면 신뢰의 기반이 무너지게 됩니다. 

또한, 모방이 활발한 업계일수록 “우린 어차피 따라하는 거야”라는 태도는 쉽게 퍼지지만, 그 결과 내부 조직문화가 ‘차별화 없는 복제 문화’로 굳어질 위험이 있습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브랜드 가치나 조직에 대한 신뢰와 충성도를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네트워크 마케팅업계에서 벤치마킹은 분명 사업 초기 단계에서 유용한 전략입니다. 성공한 글로벌 회사의 제품이나 보상플랜을 참고해서 국내 환경에 맞게 현지화한다면, 시행착오를 줄이고 빠른 시장 진입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몇 가지 함정이 존재합니다.

우선, 보상플랜이란 단지 숫자나 수식이 아닙니다. 그것은 조직 운영, 모집 방식, 교육 시스템, 제품 고객 만족도, 지속가능한 구매 구조 등이 함께 가야 잘 작동되는 복합체계입니다. 성공한 외국 회사의 보상플랜을 그대로 들여와도 국내에서 조직문화나 운영 방식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그 숫자 구조’만으로는 기능하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연구에서도 네트워크 마케팅기업의 보상플랜 설계는 모집과 판매 요인, 조직 구성원의 행동패턴, 그리고 내부 인센티브 경계 등에 따라 달리 작동된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여기에 차별화 없는 복제는 도태될 가능성이 큽니다. 소비자나 시장은 빠르게 변화하며, 유사한 제품이 쏟아지는 환경에서 ‘그저 비슷한’ 제품이나 보상체계만으로는 주목을 얻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남의 것을 따라 했다”라고 인식되면 브랜드 이미지가 약화될 수 있습니다. 특히 네트워크 마케팅처럼 사람 간 신뢰와 추천이 중요한 경우, 조직 내외부에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으면 지속가능한 성장이 쉽지 않습니다.

‘모방’은 영감과 혁신을 바탕으로 새롭게 가치를 창출하는 반면, ‘표절’은 창의적 기여 없이 기존 것을 그대로 베끼는 행위입니다. 이 경계는 때로는 모호할 수 있으나, 실제로 사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명확히 인식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모방을 하려면 적어도 모방하려는 회사의 핵심 아이디어나 제품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단순히 숫자나 구조만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제품의 품질, 서비스 시스템, 소비자 경험, 조직 문화 등 부수적 요소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여기에 ‘자신들만의 색깔’을 담아내 차별화된 브랜드 가치나 조직 철학을 보여줘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고민과 노력도 없이 다른 성공한 회사의 제품이나 보상플랜을 그대로 복제한다면 그것은 그냥 표절에 불과합니다. 남의 것을 따라해도 최소한 “우리 방식으로 간다”는 태도를 갖고 사업을 시작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남이 잘했던 것을 보고 따라 한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경영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그대로 복제되고 그대로 시행되었다면, 그것은 더 이상 경쟁우위가 아니라 위험요소가 됩니다. 특히 네트워크 마케팅처럼 사람을 중심으로 한 조직과 신뢰 기반 사업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모방과 표절의 차이를 분명히 인식하고, 모방하더라도 그 안에 우리만의 차별성과 우리의 방식이 녹아 있어야 합니다.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표절은 언젠가 균열을 드러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남의 것을 베끼는 것만으로는 결코 지속가능한 성공을 담보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새로운 사업을 준비 중인 회사에 묻고 싶습니다. 그 제품과 보상플랜은 “참고한 것”입니까, 아니면 “그대로 베낀 것”입니까? 그리고 그 안에 우리만의 색깔과 혁신성은 담겨 있습니까? 이 질문에 자신 있게 ‘그렇다’고 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정한 성장의 기반이 다져질 것입니다.

 

최민호 기자fmnews@fm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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