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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공정위

  • MK관리자    기자
  • 기사 입력 : 2025-06-20 08:4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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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서울시와 함께 다단계판매업체에 대한 현장 점검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마다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활동이지만 업계 전체가 불황으로 신음하는 이 시점에 굳이 점검을 나가 해당 기업을 위축시킬 필요가 있느냐는 아쉬움이 든다. 

이번 점검에서 공정위가 들여다볼 것으로 알려진 상호와 주소 변경 신고 여부, 프로모션 3개월 전 고지, 후원수당 초과 지급 등은 일부 상위 업체를 제외하면 모두가 악법이라고 손가락질하는 조항들이다. 

십수 년째 노래를 부르는 관련 조항 철폐 및 개선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 사활을 걸고 매출 증대를 위해 처절한 사투를 벌이는 기업들을 찾아가 이것저것 추궁하는 장면은 상상만으로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새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공정위의 인원을 늘리겠다고 공언한 부분도 어쩐지 불안하게 읽힌다. 인원이 모자라면 꼭 해야 할 일만 하겠지만, 인원이 충분할 경우 노느니 장독이라도 깨는 심보로 기업들을 괴롭히지 말라는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확대해석하자면 이것은 이재명 대통령의 국민 주권정부가 기치로 내건 ‘민생 우선’ 정책과는 완전히 동떨어지는 것으로 오히려 민생 경제를 망치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 지금 다단계판매업계의 당면 과제는 불법 업체 소탕이다. 다단계판매 발생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불법 업체에 대한 논란이 없었던 적은 없지만, 지금은 합법적인 기업들을 살리는 차원에서도 정부 당국의 단호한 조처가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공정위가 들여다보겠다는 ‘프로모션 3개월 전 고시’ 조항은 급변하는 업계 환경을 전혀 모르고 만들어졌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국제 정세와 경제 상황을 감안한다면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조항인 것이다. 당장 숨이 넘어가는 응급 환자에게 지금 접수하고 3개월 후에 치료받으러 오라고 하는 병원을 이해할 수 있는가?

다단계판매업계는 판매원 조직의 이합집산이 수시로 발생한다. 오늘은 A사 회원이었던 사람들이 내일은 B사 회원이 되기도 하고, 다음 날엔 Z사의 회원으로 바뀌어 있기도 하는 곳이 바로 다단계판매업계다. 떠나려는 회원을 잡아두고, 다른 곳의 판매원 조직을 끌어와야 생존할 수 있는 곳이라는 말이다. 당장 떠나는 판매원을 잡아두기 위해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혜택을 제공해야 하는데 이들에게 3개월 후에 혜택을 주겠다는 거래가 성사될 수 있겠는가? 

후원수당 과지급 조항이 그야말로 악법 중의 악법이라는 것은 정부 당국자들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누차 지적하고 또 강조해 온 것처럼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최저 임금제를 채택하고 있다. 2025년에는 근로자의 기본적인 생활이 가능하도록 시간 당 1만 30원 이상을 지급해야 한다. 그런데 다단계판매원에게는 회사 매출의 35% 이상을 지급하지 못하도록 수당 상한선을 채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기업의 경제 활동에 대한 자유를 현저하게 제한하고 있다는 이유 등으로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는 의견을 개진하는 법조인들도 적지 않다. 법의식이 높아지면서 악법은 법이 아니며 얼마든지 뜯어 고칠 수 있다는 의식이 국민 전반에 자리 잡기 시작하면서 불법 업체들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새 대통령이 내세운 ‘국민 주권’이라는 말은 주인된 국민의 권한을 최대한으로 인정하겠다는 말이다. 다단계판매원 역시 국민이라고 한다면 공정위는 이들의 활동을 제한할 것이 아니라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줘야 한다. 대통령이 일꾼을 자처하는 마당에 관계 부처 공무원들에게 채워 놓은 ‘완장’이란 얼마나 가당찮은 일로 비치겠는가.

 
MK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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