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오후> 업계 불황, 돌파구는 ‘GG 세대’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다.”
로버트 드니로가 주연을 맡은 영화 <인턴>에 등장하는 대사입니다. 은퇴한 70세의 시니어인 벤 휘태커(로버트 드니로 役)는 아내를 잃은 뒤 지루한 은퇴 생활을 이어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뉴욕의 한 온라인 패션 스타트업 회사에서 올린 시니어 인턴 모집 공고를 보고 이에 지원합니다. 그 회사는 젊고 유능한 CEO 줄스 오스틴(앤 해서웨이 役)이 이끄는 전도 유망한 기업으로, 벤은 그녀의 개인 인턴으로 고용됩니다.
물론 처음에는 세대 차이로 인한 의견 충돌로 인해 벤과 줄스의 사이는 삐걱댑니다. 하지만 벤은 인자한 성품과 풍부한 인생 경험, 성실함을 무기로 점차 줄스에게 깊은 신뢰를 얻습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팀 내에서 문제 해결사 역할을 담당하며 젊은 직원들과 격의 없는 우정을 쌓고, 무엇보다 자신의 상관인 줄스에게 개인적인 조언과 회사의 미래에 대한 중요한 조언도 건넵니다.
이 영화는 은퇴한 70대 시니어가 스타트업 회사에 인턴으로 입사하면서 겪는 유쾌한 해프닝만을 다룬 것이 아닙니다. 변화에 적응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받아들이는 ‘새로운 세대의 힘’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영화입니다.
대한민국은 지금 막 초고령 사회의 문턱을 넘고 있습니다. 이는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차지하고 있다는 뜻이며, 노인 인구가 곧 1,000만 명을 넘어선다는 의미입니다. 통계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초고령 사회 진입은 OECD 회원국 중 가장 빠른 속도이며,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2050년에는 OECD 국가 중 고령화 속도 1위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통계는 인구 구성과 산업의 중심축이 노인 인구로 이동하고 있음을 나타냄과 동시에, 이 세대를 단순히 ‘나이’로만 평가할 것이 아니라 보다 폭넓게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함을 보여줍니다. 바야흐로 경제력과 소비력을 갖춘 증·장년층, 이른바 ‘그랜드 제너레이션(Grand Generation, GG 세대)’의 등장입니다. ‘GG 세대’는 은퇴를 앞두고 있거나 이미 은퇴한 후에도 왕성하게 경제·사회 활동을 이어가는 1950~1971년생(54~75세) 시니어를 가리키는 신조어입니다.
한국은행은 고령화의 영향으로 2020~2035년 가계 평균 소비가 연 0.7%씩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일정 경쟁력을 가진 GG 세대는 은퇴 후에도 프리미엄 소비를 지속할 잠재력이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때문에 이들을 향한 정교하고 세분화된 마케팅 전략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우리 업계는 여전히 이들에 대한 이해와 인식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GG 세대’는 사회적으로 소외되지 않고 최대한 이전과 같은 활동을 이어가길 바라며, 나이 때문에 자신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것을 극도로 꺼려합니다. 또한 은퇴 후에도 지속적으로 생산적인 일을 하길 원하며, 자아실현이나 여가활동에 대한 욕구도 매우 높습니다.
가장 큰 특징이라면 더 이상 ‘설득당하는 소비자’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들은 상품의 효능과 효과뿐만 아니라 기업이 가진 기업 윤리와 신뢰성까지 꼼꼼히 따져보는 ‘지적 소비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업계에 관행처럼 굳어진 과장된 수익 약속이나 관계 중심의 영업 방식은 이들에게 통하지 않습니다. GG 세대는 자신에게 필요한 상품에 대한 정보를 직접 검색하고, 판단하는 일에 익숙한 소비자이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직접판매산업은 주로 40~50대 주부층을 기반으로 성장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 기반이 빠르게 붕괴되고 있습니다. MZ 세대는 다단계에 대한 안 좋은 선입견으로 이 산업을 신뢰하지 않으며, 기존의 고객층은 점점 노화되어 이 업계를 떠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1,000만 명이 넘는 GG 세대를 새로운 고객층으로 유혹할 수 없다면 우리 업계의 생존도 위협받을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같은 변화를 직감한 일부 기업들은 발빠른 대응으로 해결책을 찾느라 분주한 모습입니다. 유튜브나 줌(Zoom)을 활용한 제품 세미나를 활성화시키는가 하면, 웰니스와 라이프스타일을 결합시킨 브랜드 철학을 통해 거부감 없이 다가가려는 노력을 기울이기도 합니다. 또 뇌 건강기능식품이나, 기억력 개선을 돕는 기능성 제품 등 GG 세대를 맞춤 겨냥한 제품 등으로 이들의 요구를 채우고 있기도 합니다.
GG 세대는 이미 오랜 세월 가족을 책임져 왔고, 사회적으로도 다양한 경험을 쌓은 노련한 사람들입니다.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생활용품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이들에게 접근하는 방식이 과거와 같다면 이들을 끌어들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GG 세대는 더이상 ‘뒤처지는 소비자’가 아니라 시간, 돈, 경험, 건강에 대한 관심까지 모두 갖춘 영향력 있는 소비층이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단순히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지지하는 브랜드와 가치를 소비합니다. 다단계판매 업계가 이들을 낡은 방식으로 대한다면, 그들은 주저 없이 등을 돌릴 것입니다.
업계는 GG 세대를 위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에서부터 제품 개발, 유통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전면적인 리-디자인이 필요해 보입니다. 단지 젊은 세대를 붙잡지 못해 GG 세대에게 기대는 것이 아니라, GG 세대 자체가 하나의 주체적인 핵심 시장의 주역임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변화를 기다려 주지 않는 시대의 흐름 앞에서 준비된 기업만이 이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업계의 불황, 돌파구는 바로 이들에게 있습니다.
※ 저작권자 ⓒ 한국마케팅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TOP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