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Ⅱ] 신탁으로 상속 설계하기
법무법인 위민 한경수 변호사
4. 수익자연속신탁, 장점과 단점은?
수익자연속신탁의 경우 유언대용신탁의 장단점을 그대로 갖고 있으며, 유언대용신탁과는 달리 수익자가 사망할 경우 새로운 수익자를 미리 설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점이 있다. 예를 들면, A 부동산에 대하여 생전에는 수익자를 위탁자(‘나’)로 하고, 위탁자(‘나’)가 사망한 후에는 1순위 수익자를 배우자로 하며, 1순위 수익자인 배우자가 사망시에는 제2순위 수익자를 자녀로 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만일 A 부동산이 향후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매우 높거나 처분하는 것 보다는 임대료 등의 수입을 얻는 것이 더 효율적인 경우라면, 1순위 수익자를 자녀로, 2순위 수익자를 손자녀로 하고, 손자녀가 사망할 경우에는 신탁계약의 종료사유로 하는 것도 가능하다.
5. 수탁자를 유일한 수익자로 지정하면 무효이다.
대법원은 수탁자가 동시에 수익자가 되면 수탁자는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신탁재산을 관리 또는 운용하는 결과가 되므로 사실상 위탁자가 수탁자에게 재산을 증여한 것과 다름 없는 법률관계가 되고 신탁의 효력을 인정할 실익이 없고, 신탁법 제46조, 제5조 제2항의 규정을 고려하면 유언대용신탁에서 위탁자가 사망한 후 유일한 수익자를 수탁자로 정하는 신탁계약은 그 부분에 한하여 무효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수탁자를 공동수익자 중의 1명으로 정한 경우에는 효력이 있다. 예를 들면, A와 자녀 B, C, D가 있는 경우에 유언대용신탁계약을 수탁자로 B와 체결하면서 생전에는 수익자를 자신 A로, 사망한 후에는 B를 유일한 수익자로 하는 경우에는 이 부분은 무효이지만, 사망한 후 수익자를 B, C로 하는 경우에는 유효하다는 의미이다.
6. 유언대용신탁, 유류분반환청구 가능할까?
A와 자녀 B, C가 있는 경우에 A가 자신의 유일한 부동산을 금융기관 D와 유언대용신탁계약을 체결하면서 생전에는 수익자를 자신 A로, 사망한 후에는 B를 유일한 수익자로 하는 경우에는 A가 사망한 이후 수익자에서 배제된 C가 수익자 B와 수탁자 D를 대상으로 유류분반환청구를 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C는 수탁자 D를 상대로 유류분반환청구가 가능한가?
서울중앙지법((2021가합547069판결)은 공동상속인 한 명이 수탁자인 은행과 다른 공동상속인을 상대로 제기한 유류분반환청구 소송에서 “신탁재산은 망인 사망 전까지 실질적으로 망인의 재산처럼 운용됐고 피고 은행은 신탁재산을 관리하며 생전수익자인 망인과 사후수익자에게 수익을 지급하고 그 대가로 신탁보수를 받았을 뿐, 신탁계약에 따라 각 부동산이 피고 은행에 이전됐다 하더라도 망인이 실질적으로 피고 은행에 각 부동산을 증여하거나 무상처분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C는 공동상속인 B를 상대로 유류분반환청구가 가능한가?
그동안 하급심에서는 유언대용신탁 재산이 유류분반환 대상이 되는지 여부에 대해 상반된 판결을 내려왔다. 수원지법 성남지원(2017가합408489판결)과 수원고등법원(2020나11380판결)은 상속개시 1년 이전에 계약을 통해 신탁한 재산은 상속인이 아닌 신탁회사에 귀속됐으며 상속재산도 특별수익(생전증여)도 아니라고 판결했다. 반면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2020가합100994)은 신탁재산이 수익자(상속인)의 상속재산이 아니라 할지라도 특별수익에 해당한다고 판결하며 유류분반환의 의무를 진다고 판단했다. 한편 위 서울중앙지법(2021가합547069판결 : 현재 서울고등법원 2024나2042421호로 항소심 진행 중이다.)은 유언대용신탁은 민법상 사인증여(생전에 증여계약을 체결하고 증여자의 사망 시부터 효력이 발생하는 계약)와 유사하다며 상속재산은 아니지만 특별수익에 해당하므로 신탁재산은 유류분반환 대상이라고 판단했다. 아직 대법원에서 명시적인 판단을 내리지 않은 상태이므로 대법원 판단이 나올 때 까지는 유류분반환청구의 대상이 되는지 명확하지 않다.
7. 신탁 관련 세금 - 누가 납부해야 하나?
위탁자는 살아있는 동안 자신이 수익자로 지정되어 있고 신탁의 해지 권한, 수익자의 지정 권한 등을 보유하는 경우에는 신탁재산에 귀속되는 소득은 위탁자에게 귀속되는 것으로 보아 소득세(소득세법시행령 제4조의2 제4항) 및 법인세(법인세법시행령 제3조의2 제2항)를 납부해야 하고, 신탁재산의 종류에 따라 재산세(지방세법 제107조 제2항 제5호), 부가가치세(부가가치세법시행령 제5조의2 제2항), 종합부동산세(종합부동산세법 제7조 제2항)를 납부해야 한다.
수익자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유언대용신탁과 수익자연속신탁을 상속으로 보고 있으므로 상속세를 납부하여야 하며(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2조 제1항 라목 및 마목), 신탁계약의 내용에 따라 소득세, 법인세, 증여세, 부가가치세(2차 납세의무자)를 납부하는 경우가 있다.
상속을 설계해 보자
갑작스러운 사고나 질병으로 유언 없이 사망하게 되면, 내 재산은 법에서 정한 대로 상속인들에게 나눠지게 된다. 하지만 요즘처럼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부동산 가격이 오른 시대에는 미리 상속을 설계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내 재산을 어떻게 나눌지, 누구에게 얼마나 줄지 미리 정해두면 가족 간의 분쟁을 예방하고 내 뜻대로 재산을 물려줄 수 있다. 현행법 하에서는 유언, 유증 그리고 신탁의 방법으로 상속재산에 대한 설계가 가능하지만, 구체적인 설계의 방법은 그야말로 ‘case by case’이므로 전문가를 통한 상담이 바람직하다.
1. 유언, 법에서 정한 방식대로 해야 한다.
신문기사 또는 드라마에서 “내가 죽으면 000 재산은 누구에게 준다”, “내 유산은 전액 사회에 기부한다” 등의 말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유언은 법적으로 보면 무효이다. 그러므로 상속재산을 설계하고 싶다면 반드시 민법에서 정한 방식대로 유언을 하여야만 한다. 유증 역시도 유언의 방식으로 하므로 마찬가지이다.
우리 민법은 유언의 방식으로 5가지(자필증서유언, 녹음유언, 공정증서유언, 비밀증서유언, 구수증서유언)를 정하고 있다. 구수증서유언은 급박한 순간에 예외적으로 하는 방식이므로 별도의 설명은 생략하기로 하고, 공정증서유언은 공증사무실에 가서 상속재산 가액에 따라 최대 약 300만 원 정도의 수수료를 지급하고 가정법원의 별도의 검인절차 없이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유언의 최대 장점 중 하나인 언제든지 유언 내용을 변경하거나 철회하는 데 있어 절차가 번거롭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므로 공정증서유언은 유언의 내용이 확고한 경우에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와 같은 점들을 고려하면, 자필증서유언, 녹음유언, 비밀증서유언의 방법을 사용하고 가정법원에 검인절차를 거치는 방식을 생각해 볼 수 있다.
2. 유언, 내 맘대로 상속분을 정할 수 있다.
나의 상속재산을 법정상속인들(배우자와 자녀들)에게만 상속시키고자 하더라도 법정상속분 대로 상속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상속인에게만 더 많은 재산을 상속해 주고 싶다면(예를 들면 이혼은 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별거하고 있는 배우자 보다 자녀들에게 더 많이 재산을 주고 싶은 경우) 유언을 통해 상속분을 지정해야 한다. 또한, 상가건물처럼 매도를 하지 않고 그대로 소유하면서 임대료를 받도록 하는 등 특정 부동산의 처분을 일정기간 금지하는게 필요하다고 생각할 때도 유언이 필요하다.
3. 유언을 통해 가족 간 분쟁을 막을 수 있다.
유언을 하는 사람은 유언을 통해 각 상속인들의 상속분을 지정할 수 있는데, 상속분 지정을 통해 상속인들 사이에 향후 발생할 수도 있는 분쟁 소지를 줄일 수 있다. 다만, 특정상속인에게 많은 재산을 상속시킴으로써 다른 상속인들의 유류분(법정상속분의 50%)을 침해하게 되면 법적 분쟁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예를 들면 배우자와 2명의 자녀가 있고 10억 원의 부동산과 현금 4억 원 등 합계 14억 원의 상속재산이 있다고 한다면 법정상속분은 배우자가 6억 원, 2명의 자녀가 각 4억 원이고, 각 상속인들의 유류분은 법정상속분의 50%이므로 배우자 3억 원, 2명의 자녀가 각 2억 원인데, 유언으로 배우자에게 부동산과 현금 1억 원을, 2명의 자녀에게 각 1억 5,000만 원씩을 상속하는 것으로 하였다면 자녀 입장에서는 유언으로 상속받은 1억 5,000만 원이 유류분 2억 원에 부족하게 되므로 5,000만 원 범위 내에서 유류분을 침해받게 되는 것이다. 만일 상속인들이 아닌 제3자(사실혼 배우자 포함)에게 유증을 하는 경우라면 분쟁이 더 복잡해 질 수 있으므로 유언시 세밀하게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4. 제3자에게 재산을 주고 싶다면 유증을 해야 한다.
유언을 할 때 법정상속인에게 상속분을 지정할 수 있고, 법정상속인이 아닌 제3자(사실혼 배우자 등)에게도 유산을 줄 수 있다. 또한, 상속인에 해당하든 해당하지 않든 일정한 조건(‘미성년 자녀의 경우 성년이 되면’ 등)이나 부담(‘사망할 때 까지 의료비와 생활비 등을 부담하면’ 등)을 지우게 할 수 있고, 특정 부동산을 5년 이내의 기간 동안 처분하지 못하도록 할 수도 있다.
5. 상속인들에게 생활능력이 부족한 경우에는 신탁이 유리하다.
상속인들이 생활능력이 부족해서 상속을 받더라도 재산관리를 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경우(예를 들면, 배우자가 경제활동 경험이 전혀 없거나 치매 증상이 있는 경우, 자녀가 장애 또는 질병 등을 가지고 있는 경우 등)에는 친척이나 변호사 등 전문가 또는 금융기관 등과 유언대용신탁 또는 수익자연속신탁을 체결하여 상속인들의 생활을 안정되게 할 수도 있다. 신탁을 할 경우에는 이를 해지하거나 변경하는 것이 쉽지 않으므로 반드시 신탁계약의 내용을 충분히 숙고해서 작성해야 한다.
6. 사실혼 배우자가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법적인 혼인관계에 있는 배우자가 아니라 사실혼 배우자가 있다면, 사실혼 배우자는 법정상속인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상속을 받을 수 없다. 사실혼 배우자에게 재산을 주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사실혼 배우자와 자녀 사이가 좋지 않을 경우에는 여러 가지 분쟁이 발생할 수도 있지만, 여기에서는 관계가 좋을 경우를 전제로 한다.
첫째, 유증을 통해 사실혼 배우자에게 재산을 주는 방법이 있다. 이 경우에는 상속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증여가 되는데, 증여의 경우 상속 보다는 세금이 더 많을 수 있고, 부동산의 지분을 주는 경우에는 상속인들과 공동으로만 소유권이전등기를 해야 하고 법정상속인들의 유류분을 침해해서도 안된다.
둘째, 상속재산 대부분이 부동산이고 임대료가 어느 정도 있다고 하면 유언대용신탁 또는 수익자연속신탁을 체결하고 수익자로 사실혼 배우자와 나머지 상속인을 지정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신탁을 금융기관 등과 하는 경우에는 일정한 비용과 매년 수수료가 발생하며, 유언과는 달리 신탁 계약을 쉽게 해지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셋째, 사실혼 관계를 청산하면서 재산분할을 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이는 유언의 방식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하거나 의사불명 상태가 되는 경우에는 할 수 없지만, 죽음을 예견할 수 있는 경우에는 가능한 방법이다. 사실혼 관계 청산에 따른 재산분할의 경우에는 증여세나 상속세가 없으며 부동산취득세도 3.5%가 아닌 1.5% 특례세율이 적용되고 지방교육세 0.3%와 농어촌특별세 0.4%를 납부한다. 다만, 재산분할임을 특정하여 위자료가 아님을 명확히 해야 하며, 과도하거나 사실혼 관계 청산이 세금 회피수단으로 의심될 경우에는 사실상 증여로 보아 증여세를 부과할 수도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국세청은 요즘 위장이혼하는 경우가 많아 집 근처에서 신용카드 사용내역 등을 확인하기도 한다). 참고로 재산분할로 부동산을 받아 소유권을 취득한 후 제3자에게 처분하게 되면 양도소득세는 부동산을 최초로 취득한 때(남자가 여자에게 재산분할로 해 준 경우라면 남자가 소유권을 취득한 때)와 제3자에게 매도한 때를 기준으로 산정하므로 그 기간 사이에 부동산 가격이 많이 상승하게 되었다면 오히려 증여세 보다 많아질 수도 있으므로 이를 고려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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