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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후원방판 존재 이유 있나?

  • 기사 입력 : 2025-06-13 01:3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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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4일을 기해 방문판매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신규로 후원방문판매업에 도전하기가 쉽지 않게 됐다. 옴니트리션 조항을 충족하기가 쉽지 않게 된 것이다. 시행령 개정안이 아니더라도 후원방문판매업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감시가 대폭 강화되면서 기존의 후원방문판매업체들마저 다단계로 전환하거나 순수 방문판매로 갈아타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새로 시작하기도 어렵고 기존의 업체들도 운영하기가 쉽지 않다면 후원방문판매업은 정상적인 판매 채널로는 존속하기가 쉽지 않다는 말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 당국이 이 업종에 대해 미련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방문판매와 후원방문판매, 다단계판매를 직접판매업이라는 큰 틀 속에 포괄하고 있다. 경영에 관한 한 기업의 재량권을 최대한 확보해주기 위한 조처인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비슷한 형식으로 운영되는 기업들을 굳이 세부적으로 나누면서 업종 간의 차별도 심각한 상황이다.

업계의 많은 사람들은 정부 당국이 후원방문판매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은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코웨이 등등의 대기업을 봐주기 위한 것이라고 본다. 다른 나라에 비해 다단계판매에 대한 여론이 부정적이므로, 비록 영업은 다단계 방식으로 하더라도 이름만은 다단계로 불리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최근 몇 년 간 후원방문판매업계를 평정했던 리만코리아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압박에 못 이겨 다단계판매업으로 전환한 것을 두고도 설왕설래 소문들이 무성하다. 애초 공정거래위원회가 후원방문판매업을 탄생 시킨 것은 이들 기업의 정체성을 확립해 주려던 것이었는데 난데없이 리만코리아라는 회사가 혜성과 같이 나타나 업계를 휩쓸어 버리자 무리하게 조사한 것으로 의심하는 것이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유통 대기업들의 영업 조직도 다단계 방식으로 구성돼 있다. 판매원이 있고, 그 위로는 대리점, 지점장, 본부장 등등이 자리잡고 판매원의 실적을 토대로 급여를 받거나 인센티브를 얻는 방식이다. 이러한 방식은 보험회사, 자동차 판매회사 등등도 마찬가지다.

유사한 방식으로 돈벌이를 하지만 대기업의 영업 행위에 다단계라는 이름표를 붙여주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제는 형식의 구분보다 본질의 규제가 필요한 시점이다. 실제로 소비자를 보호하고, 불공정 행위를 사전에 차단하며, 투명한 시장질서를 유지하려면, 영업방식의 겉모습이 아니라 그 내면의 구조와 운영실태에 초점을 맞춘 규제가 필요하다.

개정된 방문판매법 시행령이 시행된 6월 4일은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 날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공정거래위원회의 인원을 대폭 증원하겠다고 밝혔다. ‘경제 검찰’이라는 별칭에 걸맞는 조직의 역할을 강조한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경제 검찰’로서의 역할을 강조하며 인력과 권한을 확대해 나가는 지금, 직접판매업계에 대한 규제도 단순한 통제와 구분의 잣대를 넘어, 산업 생태계 전체의 건강성과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할 것이다.

후원방문판매라는 제도적 틀은 그런 변화의 전환점에서 다시 한 번 그 존재 이유를 묻고 있다. 존속을 위한 존속이 아니라, 산업 내 실질적 역할과 공정성의 담보라는 가치 속에서 스스로의 자리를 재정립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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