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오후> 업계 대변하는 비례대표가 필요하다
다단계판매업계가 극심한 불황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몇몇 업체들이 분전하고 있지만 대부분 업체는 “더 떨어질 곳도 없다”라며 한숨을 내쉽니다. 이렇듯 불황이 장기화되는 원인으로 대내외적인 경기 불안, 불법 피라미드, 코인 등 여러 원인이 지목되고 있지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결국 현행 방문판매법이 성장을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이라는 것이 업계관계자들의 공통적인 의견입니다.
후원 수당 상한선(매출의 35%)은 글로벌 기준에 비해 과도하게 낮아 사업자의 수익구조를 약화시키며, 과도한 환불 규정은 재고 부담을 가중시켜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해치고 현장의 사업자들에게는 실질적인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분명 다단계판매는 불법 피라미드와 구분되는 합법적 유통방식이지만, 아직도 대한민국 정부는 과거의 부정적 인식에만 갇혀 업계를 규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실 후원 수당 상한선, 과도한 환불 규정을 개정해야 된다고 업계는 오랫동안 주장해왔습니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의 목소리가 입법 과정에서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다단계판매업계를 대변해 현실을 알리고 정책적 대안을 제시할 정치적 창구, 즉 국회의원이 부재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산업계가 각종 협회와 정치적 연결을 통해 이해를 반영하는 것과 달리, 다단계업계는 이런 노력, 역량이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잠시 침체기에 빠졌지만, 국내 다단계판매 시장은 연간 수조 원 대의 매출을 올리는 규모와 사회적 존재감을 지닌 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더불어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생활용품 등 다양한 제품의 유통방식에 혁신을 더하며 많은 이들에게 새로운 일자리와 부수입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수조 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산업으로 발전하고 수백만에 달하는 사업자를 거느린 직군이 국회에서 방문판매법 개정에 힘을 보태줄 국회의원 한 명 없는 상황입니다.
아직도 여전히 상당수 국민이 ‘다단계’라는 이름을 피라미드, 사기, 유사수신 등 불법적인 사업과 혼동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부정적 프레임은 이 산업 전반에 그림자를 드리우며, 업계 종사자와 조직의 사회적 위상을 크게 낮추고 있습니다. 자연히 해당 업계 출신의 인사가 지역구로 출마해 국회 진출에 나서거나 투표로 당선된 국회의원이 다단계판매를 적극적으로 옹호하면 각종 오해와 여론의 저항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비례대표라면 어떨까요? 민주주의 사회에서 비례대표제가 필요한 이유는 바로 ‘다양한 목소리의 반영’과 ‘공정한 대표성’을 실현하기 위함입니다. 한마디로 소수 정당이나 특정 이념을 가진 그룹도 의회에 진출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을 앞두고 많은 이익·직능 단체들은 자신들이 속해있는 수만 또는 수십만의 표심을 앞세워 비례대표 의원을 배출하기 위해 각 정당 지도부를 만나 물밑 작업에 들어갑니다. 특히, 조직력이 강한 이익·직능 단체들은 총선 때마다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해줄 수 있는 비례대표 의원을 배출하고 있습니다.
현재 다단계판매산업 종사자들은 대한민국에 있는 수많은 이익·직능 단체에 속해있는 사람들보다 결코 숫자에서 밀리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총선 때마다 비례대표를 국회에 내보내고 있는 의사협회의 회원 수는 15만 정도입니다. 약사회도 5만에 불과합니다. 그렇다면 이제 다단계판매업계도 숙원사업을 해결할 수 있는 강력한 우군을 자신들의 손으로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물론 비례대표 추천 과정도 절대 만만치 않습니다. 각 정당의 입장에서 비례대표는 정당 정체성을 드러내는 상징적인 자원일 뿐 아니라, 그들의 당선을 통해 사회 불이익을 최소화해야 하는 전략적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다단계판매라는 부정적 이미지로 인해 정당의 추천을 받기 힘들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업계 외부에서 이에 걸맞는 지도자급 인물을 영입하고 충분히 다듬어야 합니다. 양 조합 이사장, 협회장 등에 덕망 있고 능력 있는 외부 인사가 와서 일하면서 업계 전반을 이해하고 산업 발전을 위해 어떤 법률을 개정해야 하는지 숙지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다단계판매는 산업 자체가 고도로 조직적이고, 인맥 중심적이어서 강한 결집력을 갖고 있습니다. 이는 선거에 매우 중요한 힘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다단계판매를 대변하는 비례대표가 나오지 못한 이유에는 부정적 이미지, 소비자 피해 이력, 정치권의 우려 등 다양한 요인이 뒤엉켜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손 놓고 있으면 안됩니다. 어디선가 누군가 갑자기 나타나 혹은 우연에 우연이 겹쳐 방문판매법이 개정될 거라는 요행을 바라서도 안됩니다. 업계를 대변하는 사람이 필요하면 직접 만들어내야 합니다. ‘사람중심, 혁신유통’이라는 다단계판매의 본래 취지를 앞세우며 당당하게 국회에 입성할 비례대표가 나오길 손꼽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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