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매출 줄고 늙어가는 다단계
2024년 다단계판매업계의 전체 매출이 4조 원을 조금 상회하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두 공제조합이 최근 발간한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반품을 포함한 지난해 매출은 4조 6,432억 원으로 직전인 2023년보다 8.1% 감소했다. 이 수치에서 반품 액수를 제하면 4조 원 초중반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매출액도 매출액이지만 더 눈여겨봐야 할 것은 판매원의 연령대가 급속하게 높아지고 있어 시장 자체가 활력을 잃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현상은 과거의 젊은이들에게는 인생을 걸어볼 만한 사업이었던 다단계판매가 지금의 젊은이들에게는 더 이상 매력적으로 비치지 않는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가장 큰 원인은 다단계판매를 통과하는 방문판매법이 스마트폰과 각종 디지털 상품이 득세하는 현실을 따라잡지 못하고 과거에 매여 있기 때문이다. 다단계판매업 초창기만 해도 새로운 유통방식과 누구나 참여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비전에 열광했지만 이제 다단계는 더 이상 참신하지도 않고 이렇다 할 비전도 보이지 않는다.
금방이라도 유통 시장을 석권할 것 같은 기세로 급성장하던 시기,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냈던 것은 핸드폰이었다. 삐삐 시대를 지나 막 휴대전화 시대로 들어서던 시점이라 신문물에 목말라했던 젊은이들이 열광적으로 뛰어들었고, 통신전문 업체였던 NRC와 다이너스티, 생필품을 주로 판매했던 한국암웨이와 하이리빙에 이르기까지 일정 수준의 소비자를 확보한 거의 모든 기업들이 통신상품을 취급하면서 다단계판매의 전성기를 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당시에는 판매할 수 있었던 휴대전화마저 팔 수가 없게 됐다.
누구나 스마트폰을 갖고 다니며, 심지어는 한 사람이 두 대, 세 대까지 보유하는 현실과 대입해보면 다단계판매가 왜 구닥다리 유통업인지 분명해진다. 다단계판매업체들이 지역적으로는 세계적인 핫플인 테헤란로에 몰려 있지만 정신적으로 동묘앞에 몰려 있는 셈인 것이다.
두 공제조합의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젊은 판매원들이 급속하게 빠져나가고 있다. 사실 빠져나간다는 표현보다는 더 이상 유입되지 않는다고 해야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30년 전에 다단계판매를 시작했던 사람들은 그 묘한 중독성으로 인해 이 업계를 떠나지 못하는 것이고, 그들을 중독으로 이끌었던 그 매력이 지금의 젊은이들에게는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된 것일 뿐이다.
상황이 이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업에서는 젊은 판매원들을 영입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노력은 가상하지만 현실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은 접근이다.
슬프지만 이제 다단계판매는 더 이상 젊은이들을 유입하기 힘든 영역이 됐다. MZ 세대들은 결코 20세기의 규칙에 구애받고 싶어 하지 않는다. 지금은 50~60대들마저, 심지어는 70대까지 챗GPT에 열광하고 AI를 활용해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하는 욕구로 충만해 있다.
다단계판매업체의 강의장을 찾는 5070보다 AI 교육장을 찾는 5070이 훨씬 더 많은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사람을 모으는 일에서 사업이 시작된다면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제공해야 하지 않을까?
식당에는 음식을 원하는 사람이 모이고, 야구장에는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몰리기 마련이다. 축구장에는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 모이게 돼 있다. 배고픈 사람을 식당이 아닌 축구장에 데려갈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그렇다면 젊은 판매원을 원하는 다단계판매업체들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겠는가? 해답은 결코 멀리 있지 않다.
※ 저작권자 ⓒ 한국마케팅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TOP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