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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조직 사기 범죄 싹 잘라야

  • 기사 입력 : 2025-04-11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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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형위가 300억 원 이상을 수신한 조직적 사기 범죄에 대해 최고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양형기준을 강화했다. 또 50억 원 이상 300억 원 이하의 사기에 대해서도 최고 징역 17년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기준을 적용한다면 지금 전국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기 행위 가담자들은 대부분 17년 이상의 징역을 살 수밖에 없다. 사회에서 영구 격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여론도 있지만 형량을 대폭 강화했다는 사실로도 충분히 환영받을 만하다.

양형기준 강화가 실효성을 띠기 위해서는 먼저 수사가 우선돼야 한다. 그런 면에서 과연 수사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질 것인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지금까지의 수사 관행으로 비추어 볼 때 수신 금액이 100~200억 원대의 조직 사기에 대해서는 검찰과 경찰이 그다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일선 수사 담당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가장 힘들고 성가시면서도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소규모 조직 사기라고 한다. 워낙 연루된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일일이 계보도를 그려가면서 한 사람 한 사람 조사하고 수사해야 하는 것이 첫 번째 난관이다. 또 그와 같은 범죄 한 건을 해결하는 것보다는 다른 범죄 서너 건을 해결하는 것이 업무 효율성이나 사회 전반을 위해서도 훨씬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연루된 사람이 많다는 것은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므로 사전 차단하는 의미에서라도 수사 인력과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되물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조직 사기, 즉 다단계 방식이나 그와 유사한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범죄의 경우 이미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한 상태에서 가담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누가 가해자고 누가 피해자인지 분류한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 때도 적지 않다.

따라서 주동자와 그에 버금가는 역할을 한 소수의 사람에게 중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함과 동시에 참여한 모두를 처벌할 수 있어야 조직 범죄를 척결할 수 있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단 조직 범죄를 처벌하고 예방하기 위해서는 전제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바로 수사 인력의 확충이다. 대한민국의 사기 범죄 발생 건수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실제로 일선 수사관들은 사건 발생 건 수에 비해 수사 인력이 현저하게 모자란다고 토로한다. 또 다단계 방식으로 자행된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 법 적용을 잘못하는 사례도 많아 전문 수사관 양성도 시급한 과제 중의 하나로 꼽힌다.

또 한 가지 시급한 일은 해외에 거점을 둔 조직 사기도 척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국내에서 꾸려진 조직 사기단을 수사하는 것은 그나마 서버 압수 등을 통해 가능하지만 해외에 거점을 둔 조직 범죄는 조직 전체를 일망타진하는 일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MBI나 퓨처넷, 원코인, 비트클럽 등등은 개인 간 고소 고발로 인한 수사 사례는 있었지만 국내에서 활동한 조직 전체를 대상으로 한 수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전 세계적으로 스마트폰이 광범위하게 사용되면서 이제 물리적인 국경은 큰 의미가 없어졌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국경을 무력화하는 범죄에 대응할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늦은 감이 없지는 않지만 양형기준을 대폭 높였다는 점은 분명히 평가받을 만한 조치다. 그렇지만 범죄의 원천을 봉쇄하자면 상위의 일부에게 중형을 선고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가담자 모두를 처벌할 수 있어야 범죄의 싹을 잘라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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