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바이오산업 수준 높이려면
최근 10여 년간 대한민국의 위상은 과거에는 상상도 하지 못할 만큼 높아졌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기점으로 전 세계에 알려진 최고 수준의 무기 제조 기술이 그렇고, K-팝, K-드라마, K-뷰티 등등 한국과 관련된 거의 모든 분야가 각광받고 있다.
그렇지만 유독 건강식품을 포함한 바이오 분야에서만은 여전히 후진성을 면치 못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 때가 있다. 건강식품을 가장 많이 판매하는 채널 중의 하나인 다단계판매업계만 보더라도 한국산 건강식품이 베스트셀러로 자리잡은 사례는 전무한 형편이다.
과거의 고려한백이나 지금의 애터미가 가시오가피와 당귀를 원료로 한 제품을 내놓아 공전의 히트를 치기는 했지만 이들 제품이 세계 시장에서 통한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한국의 전통 약재가 주원료인 관계로 한국인이 아니면 이렇다 할 매력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해당 범위를 중국을 중심으로 한 한약 문화권으로 넓히더라도 K-뷰티의 위상에 비한다면 미미한 수준이다.
뜻 있는 많은 사람들은 한국의 바이오산업이 지지부진한 가장 큰 원인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과도한 규제를 꼽는다. 미국, 스위스, 일본 등 바이오 선진국과는 달리 정부에서 허용한 원료만을 사용해 제품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획기적인 성과를 내지 못한 원료를 사용해 제조된 제품이 그저 시간이 흘렀다는 이유로 획기적인 제품으로 변신할 수 있을 거라는 것은 심각한 착각이다.
다단계판매업계를 유심히 들여다보면 아시아 출신으로 미국 국적을 가진 기업들이 바이오산업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사례가 많다. 특히 화교들의 경우 끊임없이 기업을 설립하고 탁월한 제품을 생산해 세계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제품력을 인정받은 썬라이더를 비롯해, 캘러리헬스, 라이프팜, BWL, 토탈스위스 등등 꽤 많은 중국계 기업들이 바이오산업을 바탕으로 한 건강식품을 통해 전 세계로 네트워크를 넓혀가는 중이다.
신기한 것은 각종 다양한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낸 재외 한국인들 중에서도 바이오 분야에서는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이 없다. 어쩌면 이러한 현상 역시 규제에 익숙해져 도전 분야 자체를 다른 쪽으로 돌렸기 때문에 빚어지는 현상이라고 풀이할 수도 있을 것이다.
더욱 기가 막히는 것은 이런 사람들이 심혈을 기울여 제조해서 탁월한 효능·효과를 나타내더라도 한국 시장에는 쉽사리 들여올 수 없도록 제도화됐다는 사실이다. 이를 조금 더 확대해석하자면 헌법에서 보장하는 ‘행복 추구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각국의 보건당국마다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기 때문에 외국이 옳고 한국이 틀렸다고는 단정할 수 없다. 효능과 효과에 주안점을 두는 국가가 있는 반면 한국 정부는 안전성에 주안점을 두기 때문에 상이하게 느껴지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바이오라는 첨단 산업을 육성하면서 오로지 안전하기만을 바란다는 것은 직접 바다로 나가지 않고 텔레비전 화면을 통해서만 바다를 경험하려는 어부와 다르지 않다. 무슨 일이든 초창기에는 시행착오도 겪고 크고 작은 사고도 겪게 마련이다.
안타까운 것은 안전성 위주의 정부 정책을 곧이곧대로 믿어주는 사람이 드물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의제약 분야의 기득권을 보장하기 위해 바이오산업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고 믿는다. 산업으로서의 바이오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의 건강과 그들이 추구하는 행복을 저해하면서까지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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