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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어떻게 변해야 하나?

  • 기사 입력 : 2025-03-21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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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어느 곳을 가도 ‘변화’가 화두다. AI의 등장으로 사람의 영역과 인공지능의 영역이 겹치는 바람에 실직의 위기감을 토로하는 사람들도 심심찮게 만난다. AI 전문가들은 미래 사회의 직업군은 지금보다 훨씬 단순화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왜냐하면 AI를 다룰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으로 나뉠 뿐이라는 것이다.

AI가 수많은 직업을 대체할 것이란 전망은 이미 오래전부터 나왔다. 근래 들어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는 AI의 발전은 이러한 현상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직업의 수가 줄어들고 업무에 있어 사람의 역할이 축소되면서 평생직장을 꿈꾸는 이들도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미래의 유망 직업군을 보면 . AI 프롬프트 엔지니어(Prompt Engineer), 디지털 장례 플래너, 가상 패션 디자이너(Virtual Fashion Designer), AI 심리 상담사(AI Therapist), 데이터 개인정보 보호 컨설턴트 등등으로 사람은 그저 AI를 활용할 뿐 자료를 수집하거나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은 AI다.

이토록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는 가운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다단계판매원은 그나마 존속 가능한 직업으로 분류된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야 가능한 일이라는 이유에서다. 다단계판매는 직접 만나서 단순히 물건만 사고파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감정을 어느 정도 읽고, 비전을 심어줘야 하며 결심과 결정을 이끌어내야 한다.

물론 요즘도 SNS를 통해 얼굴 한 번 보지 않고 거래가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다단계판매가 사업으로서 형태를 갖추기 위해서는 여전히 사람의 손이 필요하다는 뜻일 것이다. 다만 사람이 해야 했던 많은 부분에서 AI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충분히 인지해야 할 것이다.

지금 업계에서는 안 돼도 이렇게 안 될 수가 없다는 비명에 가까운 하소연들이 쏟아진다. 생계와 생존에 쫓기다 보니 역대급 경기 불황을 초래한 정치 현실에 대해서 욕 한마디 할 시간도 아깝다는 게 현실이다.

과거에는 하위권 업체들이 상위권 업체들의 정책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벤치마킹하려는 경향을 보였다면, 이제는 상하위권을 막론하고 참고할 만한 일이라면 체면 불구하고 조사하며 검토하는 경향을 보인다.

위험을 무릅쓰고 코인이나 NFT를 비롯한 블록체인 및 디지털 상품군을 비밀리에(?) 접목하려는 시도도 눈에 띄고, 과거에 관심을 끌었던 타사의 제품을 다시 론칭하려는 시도도 발견된다. 그러나 아무리 발버둥 쳐봤자 좁아터진 상자 안에서 운신의 폭을 넓히는 데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최근에 만난 몇몇 업체는 “소비자 피해보상 장치를 갖췄는데 왜 제도권 밖의 기업들보다 더 많은 규제와 제약을 받아야 하느냐?”며 울분을 토했다. 이 업체들이 가진 불만의 요지는 전통적인 방식의 다단계판매 행위로는 도저히 상위권 업체와 경쟁이 안 되므로, 트렌드를 반영한 새로운 사업 모델을 찾아내면 그것은 또 방문판매법의 규제와 공제조합의 규제에 가로막힌다는 것이다.

다단계판매의 역사를 돌아봐도 상위권에서 하위권으로 떨어진 사례는 있지만, 하위권에서 상위권으로 발돋움한 사례는 거의 없다. 아이디어를 현실화할 길이 각종 불합리한 규제에 막히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도태되고 도태되어 급변한 시대상을 따라잡지도 못하고, 과거로 돌아가지도 못한 채 어리둥절해 하고 있는 것이다.

규제가 비교적 자유로운 미국, 독일 등 다른 나라에서는 다단계판매 기업들이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모델을 실험하고 시행착오를 반복하면서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사업모델을 빚어내고 있다. 이들은 이미 블록체인이나 주식, 부동산, 보험, 여행업 등등을 다단계판매에 접목하면서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조차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반면 다단계판매에 ‘블록체인’이나 ‘디지털’이라는 단어만 들어가도 기겁을 하는 한국에서는 불법 취급을 하거나 규제의 칼날부터 들이대려고 하니 건강식품, 화장품을 돌려막는 악순환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인공지능, NFT, 메타버스 등 4차 산업혁명과 함께 떠오르는 키워드들이 넘쳐나는데, 한국의 방문판매법은 여전히 전단지나 돌리면서 장사하라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도전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실패가 두려운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도 자체가 아예 불가능한 구조인 것이다.

이제는 파이를 키우자는 뻔한 말로는 시대를 반영할 수가 없다. 파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파이를 담을 팬을 키워야 한다. 좁디좁은 팬에다 초대형 반죽을 얹어놓는다 한들 파이를 제대로 구울 수는 없다. 팬에서 벗어난 부분은 탈 것이고, 팬에 들어간 부분도 대부분은 설익을 것이다. 이제는 정말 팬도 넓히고 파이도 키워야 할 때다. 법을 바꿀 수 없다면 적어도 공제규정이라도 대폭 완화해야 함께 살아날 수 있다. 눈도 크게 뜨고 귀도 활짝 열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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