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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이 회사 살린다

  • 두영준 기자
  • 기사 입력 : 2025-03-13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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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새 5개사 연쇄 폐업…소비자는 변했는데 업계는 그대로


▷ 사진: 게티이미지프로

다단계판매업체들이 연달아 영업을 종료하고 있다. 지난 1월 주네스글로벌코리아를 시작으로, 2월에는 스타컴즈, 휴먼네이처코리아, 네츄러리플러스코리아, 프리마인까지 다단계 영업을 접었다. 불과 두 달여 만에 5개 업체가 문을 닫은 셈이다. 이들 중 주네스글로벌(14년), 네츄러리플러스(15년)는 한국에서만 10년 이상 영업한 업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현상을 경쟁력 없는 업체들이 자연스럽게 정리되는 구조조정의 과정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남아있는 업체들이다. 현재 실적 부진을 겪는 기업들은 여전히 ‘리더 영입’과 ‘허위 과대광고’ 등과 같은 낡은 방식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대로라면 폐업이라는 같은 길을 걸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120개 업체, 
54만 명 놓고 경쟁하는 꼴
공정위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122개 다단계판매업체에 등록된 판매원 수는 총 720만 명, 이들 중 후원수당을 받는 판매원은 약 125만 명이다. 다만 여기에는 여러 업체에 중복 가입하거나 자가소비를 목적으로 하는 판매원을 포함하고 있어 실질적인 ‘사업자’는 100만 명이 채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후원수당 수령 판매원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실질적인 시장 점유율은 극단적으로 양극화된 상태다. 대표적인 대형 업체인 한국암웨이(36만 5,000명), 애터미(34만 4,000명) 두 기업이 전체 후원수당 수령 판매원의 약 57%를 차지하고 있으며, 나머지 120개 업체가 약 54만 명을 놓고 경쟁하는 구조다.

이외에 후원수당을 받은 판매원이 1만 명 이상인 곳은 암웨이, 애터미를 비롯해 피엠인터내셔널(12만 1,000명), 뉴스킨(5만 1,000명), 유니시티(6만 3,000명), 허벌라이프(2만 5,000명), 유사나(1만 5,000명), 비아블(1만 4,000명), 도테라(1만 1,000명), 라라코리아(1만 4,000명), 하이리빙(2만 4,000명) 등 11곳에 불과하다.


“소비자 속이는 전략, 
더 이상 통하지 않아”
이번 폐업 사례를 통해 드러난 것은 ‘리더’ 중심의 사업 방식으로는 더 이상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점이다. 현재 영업 중인 대부분의 업체가 실적 부진을 호소하고 있는 가운데 “회사를 일으킬 리더가 절실하다”, “참신한 리더가 필요하다” 등등 여전히 리더에 갈증을 느끼는 곳이 적지 않다.

모 기업은 한때 이름을 날렸던 리더를 영입해 막대한 비용을 들여 전폭적인 지원을 했으나, 매출이 늘기는커녕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해당 리더가 다른 총판 사업을 벌이며 양쪽에서 본인의 이익만 챙긴 탓이다. 이 기업은 최근 임원진이 대거 교체되는 등 불안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또 다른 기업은 리더를 영입한 이후 회사 이름까지 바꾸면서 쇄신을 시도했지만, 결국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쓴맛을 봤다. 이후 다시 새로운 리더를 영입하면서 매출이 급격히 상승하기도 했지만, 오너와 마찰로 해당 리더가 회사를 떠나자 매출은 다시 바닥을 쳤다. 일시적으로 매출이 늘어난 것은 찰나의 ‘착시’에 불과했던 것이다.

리더를 통해 매출을 띄우더라도 사업 방식의 도덕적 문제가 사회적 논란으로 번지면서 반복적으로 매스컴에 오르내리거나 인스타그램에서 조롱과 욕설 댓글이 쏟아지는 등 기업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러한 사례는 여전히 ‘리더 영입’에 기대를 거는 이들에게 묵직한 경고를 던진다. 업계 내에서는 무작정 리더에게 의존하는 것보다는 장사하는 기업의 가장 근본적인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모 업체 관계자는 “리더가 실제로 매출을 끌어올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리더의 이탈이 곧 매출 하락으로 직결되는 구조라면, 기업의 지속 가능성은 불확실하고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과거에는 인적 네트워크와 리더십만으로 사업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소비자들도 제품의 품질과 가격을 매우 냉정하게 비교한다”며 “단순히 리더 한 명이 영입됐다고 해서 예전처럼 폭발적인 성장이 이어질 거라고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리더 영입을 통해 단기간 매출 상승을 기대할 수는 있지만, 회사의 제품력이나 시스템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그 효과는 오래가지 않는다”며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회원 모집이 아닌 제품 중심의 사업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지금까지 폐업한 업체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혁신’, ‘전무후무’ 등이라고 내세웠던 것들이 사실상 미사여구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물론 방문판매법, 공제조합 등을 감안하더라도 이들 업체들의 제품은 평범하거나 기존 업체와 별 차이가 없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진짜 강한 기업은 리더가 떠나도 흔들리지 않는다. 리더 한 명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기업이라면, 그 회사의 경쟁력은 취약한 것”이라며 “이제는 제품 경쟁력으로 인정받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다. 리더가 아니라 제품이 회사를 살린다”고 강조했다.

 
두영준 기자 mknews@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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