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문가 돼야 전문직으로 인정받는다
많은 사람들은 다단계판매라고 하면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린다고 한다. 심지어 업계의 종사자들마저 자부심을 느끼기보다는 스스로 위축되는 경향을 보인다. 이처럼 우리 산업이 부정적으로 인식된 데는 태동기부터 시작된 다양한 사건 사고를 배경으로 한 취재나 진실과는 상관없이 선정적으로 보도해 온 언론 매체의 영향이 크다. 국민 대다수가 다단계판매나 다단계판매원을 그다지 좋은 시선으로 보지 않는 것은 주위의 친지나 지인들 또한 다단계판매원으로서의 나를 우호적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말이기도 하다. 쉽게 말해 제품을 구매하기는 해도 자발적으로 흔쾌히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마지못해 ‘팔아 준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많은 고객들이 가장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들까지 다단계판매원을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부분의 경우는 판매원의 말과 제품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이 다단계판매를 불신하고, 제품을 불신하게 된 것은 과학적, 의학적인 근거보다는 방송에 나왔다는 이유로, 유명인이 광고했기 때문에 좋은 제품이라는 억지 공식을 들이대기 때문이다. 이러한 방식은 과거에는 통했을지 몰라도 지금은 결코 성공할 수 없는 판매방식이다.
생성형 AI가 등장하면서 인간이 갖는 모든 궁금증과 질문은 언제든지, 얼마든지 실시간으로 해소할 수 있게 됐다. 특정 성분을 숨길 수도 없고 가릴 수도 없는 시대가 돼 버린 것이다. 그렇다고 판매원이 고객의 질문과 불만을 송두리째 AI에게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불행하게도 웬만한 노력으로는 인공지능을 장착한 컴퓨터를 능가하기란 쉽지 않다. 이미 오랫동안 공부를 통해 인체에 관한 각종 상식과 지식이 충만한 사람이라면 비슷한 수준으로 대화할 수 있겠지만, 일반인이라면 그저 AI가 안내하는 대로 믿고 따를 수밖에 없다. 이것이 이제 막 직면하고 있는 현생 인류의 고민이기도 하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달한다고 해서 인간과 인간 사이에 싹트고 나누는,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감정까지 전달하지는 못한다. 이제 인간에게 남은 영역은, 더욱이 다단계판매원에게 남은 영역은 바로 그 감정의 영역뿐이다.
다단계판매의 초창기에 팥으로 메주를 쒔다고 해도 믿어주고, 그 방식이 통용됐던 이유는 가족에 대한 신뢰, 이웃에 대한 신뢰, 지인에 대한 신뢰라는 감정의 영역이 그만큼 풍부하게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의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웬만해서는 남을 믿지도 않고, 더욱이 남이 하는 말은 의심부터 하고 본다. 각박해진 것이다.
인정이 없고 삭막한 상황을 헤치고 나가기 위해서는 감성에 호소해야 한다. 그렇지만 지금 인류의 감성은 지적인 배경이 동원되지 않으면 감성의 스위치를 켜기가 쉽지 않다. 납득할 수 있어야 동감하고, 동감할 수 있어야 구매욕 또한 동하는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발생한 다단계판매원 자살 소동도 전문적인 지식이 바탕이 되지 않고 오로지 무자비한 감성에만 이끌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어떤 사업이든 더하기 빼기가 되지 않으면 성공할 수가 없다. 다단계판매원을 대상으로 하는 전문성 교육이란 바로 냉철한 이성으로 더하기와 빼기를 할 수 있게 돕는 일이다. 고객의 감성의 여백을 찾아 지적으로 자극하고 호소하는 일이다. 지금의 다단계판매의 성공자들은 과거에 가장 먼저 정보를 취득했던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러나 이제 다단계판매는 정보로서의 가치가 상당 부분 퇴색되고 말았다. 유일하게 남은 영역이 전문성을 갖추는 일이며, 이것은 우리의 가치를 스스로 높이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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