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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오후> 규제와 과학적 근거는 차이가 있다

  • 최민호 기자
  • 기사 입력 : 2025-03-07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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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제 위기와 탄핵 정국 등 대내외 불확실성 가중으로 내수가 위축되며 대한민국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다단계판매업계도 극심한 불황의 늪에 빠져 있습니다. 업체들마다 생존을 모색하기 위해 프로모션, 각종 행사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하며 몸부림 치고 있지만, 침체의 터널은 여전히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버티고 버티지만 벼랑 끝에 몰린 업체들은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다단계판매의 발목을 잡고 있는 후원수당 지급률이라도 높여줬으면 좋겠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이는 사실 다단계판매에 종사하는 거의 모든 사람들의 소원이기도 합니다. 30년동안 우리 다단계판매업계의 족쇄가 되고 있는 후원수당 지급률 제한 ‘35%’를 ‘5%’만 더 올려도 국내 다단계판매 시장의 체질이 개선되고 침체의 늪에서 단번에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모든 산업을 살펴봐도 경제 성장의 동력과 잠재력을 저해하는 데 있어 잘못된 규제만큼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없습니다. 시대착오적인 방문판매법에 의한 후원수당 지급률 제한이나 가격상한선, 반품 기한 3개월 등은 당연히 개선되어야 합니다. 자유경제시장이나 글로벌 스탠다드와 너무 동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규제로 인해 많은 피해를 보고 있다고해서 모든 것을 규제탓을 해서는 안됩니다. 시대착오적인 방문판매법의 규제로 인해 여러 가지 손해를 보고 있어 규제 완화에 대해 지속적으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 순간 “규제는 무조건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는 대표나 사업자들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문제는 이들이 이 규제탓을 자신들이 판매하는 제품에도 그대로 적용한다는 것입니다.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의료기기 등을 판매하면서 슬그머니 과대.허위 광고를 하면서 이마저도 규제탓을 해버리는 것입니다.

물론 우리나라 식약처의 규제가 깐깐한 것은 맞습니다. 외국계 업체들이 국내에 제품을 론칭할 때 가장 애를 먹는 것도 해외보다 깐깐한 규정 때문입니다. 이런 규정 때문에 외국에서 잘 팔리는 제품이 국내에 들어오기 힘든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정부, 기업, 대중을 포함한 여러 이해당사자들이 과학적 사실에 근거해 만든 규제가 잘못되었다며 과대.허위 광고를 당연시 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의료기기 등은 제품 개발 단계부터 목적과 평가 절차가 명확한 연구 절차를 거칩니다. 그렇기 때문에 명확한 연구 결과를 갖게됩니다. 이런 결과를 토대로 규제를 위한 필요한 정보를 생산하거나 정책이 결정됩니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나라 규제가 다른 나라와 비교해 엄격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런 규제는 만들어질 당시에는 나름 일리가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2002년 건강기능식품 법령이 제정된 이유는 1990년대 폭발적으로 성장했던 건강식품 시장이 허위.과대 광고와 폭리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서 국민의 신뢰가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당시에는 정부가 나서서 건강식품과 건강보조식품 등의 품질과 안전성을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실제로 현장의 사업자들은 제품을 판매하면서 규제로 인해 너무 좋은 제품이지만, 제대로 얘기하지 못한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먹고 바르고 사용하면 바로 효과가 나타나고 어떤 만성질환도 회복된다고 얘기합니다. 절대 과대.허위 광고가 아니라고 합니다. 자신이 직접 체험해보고 감동받아 말하는 것도 법 위반이라니 이해를 못하겠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잘못된 규제로 인해 자신들이 억울하다고 항변합니다. 이들은 마치 규제를 담당하는 정책의 영역과 지식을 생산하는 과학의 영역은 완전히 분리된 다른 영역처럼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사용하는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의료기기 등은 제품의 개발 단계부터 ‘과학적 근거’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많은 사업자들은 이런 과학적 근거보다는 자신이나 주변 사람이 겪었다고 비과학적인 논리를 통해 제품을 판매하며, 과학적 근거의 제시는 잘못된 규제와 정책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보통 우리 사회에 큰 사건·사고가 터질 때나 어떤 시장을 활성화할 때 가장 앞세우는 말이 규제의 완화 또는 철폐입니다. 하지만 규제의 완화나 철폐가 발생한 사건·사고의 근본적인 해결책이나 시장의 성패를 결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규제를 최소화할 수 있게 시장을 올바르게 구성하는 것입니다. 당사자들이 시장을 올바로 구성해야 규제를 최소화할 수 있게 해달라고 정부와 협상을 할 수 있습니다.

시장의 신뢰는 구성원들이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선의를 갖고 살아가지 않습니다. 경제적 이득 앞에서는 이런 선의는 더욱 작아집니다. 아직도 대한민국에서는 ‘다단계’라는 용어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런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 가장 선행되어야 할 일은 사업자들이 다단계판매 시장에서 최소한의 공익 정신을 가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잘못된 규제로 인해 사업을 손해보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부정적 인식으로 인해 점차 시장이 축소되는 것도 엄연한 현실임을 알아야 합니다.

 

최민호 기자fmnews@fm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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