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ODM은 독인가?
건강식품과 화장품 시장에서 제조업체가 개발하고 생산한 ODM 비중이 날로 커지면서 제품의 다양성과 품질의 변별력이 크게 떨어졌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과거에는 주문자의 상표를 부착해 생산하는 OEM이 일정 부분을 차지했으나, 콜마비앤에이치, 코스맥스 등 제조 기업들이 대형화되면서 아예 제품 기획에서 연구 개발까지 이들 업체에 일임하게 된 것이다.
물론 다단계판매를 포함한 직접판매의 확장에 상당 부분 기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시장의 주도권이 ODM 업체로 넘어가면서 직접판매업체의 제품군이 ‘그 나물에 그 밥’격으로 전락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있다.
K-뷰티의 선전으로 그나마 화장품 시장에서는 중소 업체들의 활약도 눈에 띄지만 건강식품의 경우, 이렇다 할 성과를 낸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다단계판매업계만 하더라도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건강식품이 점하고 있지만 국내 생산 제품으로는 해외 기업에 상대가 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특장점도 경쟁력도 없는 제품을 선택한다는 것은 소비자를 쉽게 보거나, 성공에 대한 갈망이 그다지 크지 않은 것으로 읽힌다. 제조업체에서 구비해놓은 제품을 대충 선택하는 일이 반복됨으로써 제품 개발에 전력을 다하지 않더라도 어차피 팔리게 돼 있다는 인식을 ODM 업체에 심어줬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다단계판매업계에서 선풍을 일으켰던 제품들을 살펴보면 건강식품이 나아갈 길이 보이는 것도 같다. 과거 오가피 하나로 대한민국을 평정했던 고려한백이나 헤모힘을 바탕으로 성장한 애터미가 좋은 예다. 효능과 효과는 차치하더라도 이 제품들이 등장했을 때의 느낌은 참신함과 의외성이었다. 전통 약재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도 소비자에게 신뢰를 주는 포인트였을 것이다.
비록 시장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는 못했지만 자신만의 제품으로 문을 두드렸던 업체들도 적지 않다. 동충하초라든가 황칠, 옻 등등 대중적이지 않은 원료를 바탕으로 상당히 우수한 제품을 구현해냈으나 마케팅의 실패, 식약처의 딴지 등등으로 인해 좌절하고 말았다. 그러나 이들 업체와 제품 개발자의 신물질과 신제품에 대한 의지에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박수를 보냈다.
그런데 대기업 수준의 제조업체들이 내놓는 연구 개발 성과는 미미하기만 하다. 국내 최대의 OEM, ODM 제조사인 콜마비앤에이치는 무려 300개 업체에 1,000여 가지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연구 개발 능력을 재는 척도라고도 할 수 있는 개별 인정형 원료는 6개에 불과하다. 코스맥스바이오는 150여 업체에 1,300개의 제품을 공급하면서 콜마비앤에이치보다 더 적은 5개의 원료로 개별 인정을 받았을 뿐이다. 그저 그런 고시형 제품을 공급하면서 몸집만 키운 것이다. 그나마 노바렉스가 45개의 개별 인정을 받아 진심으로 바이오 기업을 운영한다는 평가를 받는 정도다.
시장이 이처럼 편중되고 기형화된 데는 제조업체의 매너리즘이 가장 큰 원인이겠으나, 제품을 선정하는 판매업체들이 스스로 그리는 미래에 대한 청사진 없이 그저 할인마트에서 쇼핑하듯이 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글로벌 기업들의 경우 그다지 기대하지 않는 제품은 국내에서 OEM 또는 ODM으로 생산하지만 주력 제품은 본사에서 수입해 판매한다. 결국 초창기 기업이 수많은 기업의 피로 물든 시장에서 경쟁해 이겨내기 위해서는 독보적인 원료, 독보적인 제품을 확보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ODM의 달콤함을 이겨내야 미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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