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 불법 다단계에 속아 퇴직금·전세금 날렸다
<모가 ISSUE(??)>
심각한 불법 다단계 사기 피해자의 대부분은 노인이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국은 노인을 대상으로 불법 다단계 영업방식으로 460억 원대의 출자금을 끌어모은 일당 3명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형사입건됐으며, 이 중 주범 1명은 구속되었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사망한 사례도
# A씨는 최근 본인의 어머니가 원금과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불법 다단계 업체에 속아 평생 모은 돈 5,500만 원을 업체에 입금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A씨는 업체 측에 문의하였지만 수당은 겨우 65만 원 남짓이었고, 심지어 현금이 아닌 업체가 자체적으로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코인’으로 지급한다는 전달을 받았다. 업체는 이마저도 약속 기한 내에 지급하지 않았고, 결국 피해자인 A씨의 어머니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사망했다.
# 작은 의류가게를 운영하는 B씨는 OO캐시 가맹점에 가입하면 캐시 업체 회원이 고객으로 확보돼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된다는 얘기를 듣고 가맹점을 신청해 1,500만 원을 입금했다. 그러나 캐시 업체는 회원들에게 판매한 옷 결제금액을 초기 몇 번만 지급하고 나중에는 지급하지 않았다. B씨는 결국 뇌경색으로 쓰러졌다.
이처럼 최근 노인과 중장년층을 겨냥한 ‘다단계(무등록) 방식’의 불법 금전거래 행위 피해자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가 주의보를 발령하고 나섰다.
원금을 보장하는 투자는 없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국(이하 민사경)은 평생 연금을 약속하며 노인들을 상대로 사기 행각을 벌여 460억 원을 뜯어낸 일당 3명을 적발했다고 지난 10월 31일 밝혔다.
민사경은 “지난해 불법 다단계 의심 업체를 수사하던 중 피의자들의 혐의를 포착하고 이들의 증거인멸 시도에도 불구하고 잠복과 계좌추적 등을 통해 올해 2~9월까지 7개월간의 끈질긴 수사 끝에 전국 조직망 일망타진에 성공했다”고 전했다.
일당은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형사입건됐으며, 주범 1명은 구속됐다. 적발된 업체는 서울을 비롯해 전국에 12개 그룹, 134개의 센터를 두고 투자 지식이 부족하고 노후 자금에 관심이 많은 60대 이상 고령층, 주부.퇴직자 등을 대상으로 사업설명회를 개최하고 작년 2월부터 1년간 총 5,000여 명의 회원을 모아 출자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세상 어느 곳에도 원금을 보장하는 투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피의자들은 회원에게 본사 사무실이나 전국의 그룹 또는 센터 등에서 열리는 사업설명회에 가족·지인이 참여하게 한 뒤 “캐시라는 ‘포인트구입’ 명목의 출자금을 1레벨(13만 원)~9레벨(2억 6,000만 원)을 입금하면 2.6배로 적립해 줄 뿐 아니라 평생 주당 현금 출금액 등 각종 수당을 지급하고 원금과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투자를 권유했다.
또한, 회원 본인의 하위회원 가입 및 캐시 전환 실적에 따라 수당을 지급하는 3단계 이상의 다단계(무등록) 유사조직을 이용해 불법적으로 금전거래를 했다. 불법 다단계 업체가 말한 수당지급기준은 이러하다. 추천수당은 1명당 출자금의 10%, 롤업보너스는 15대까지 레벨별로 1%~최대 3.5%, 직급보너스는 총매출액의 5%를 7~9레벨 차등 지급, 센터보너스는 센터 매출실적의 8%. 이런 방식으로 수당을 받으면서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현혹하고, 회원-직근 하위회원-차 하위회원 등으로 연결되는 3단계 이상의 다단계 유사조직을 운영하며 사실상 불법 금전거래 행위를 한 것이다.
적발된 업체는 법적 책임 회피를 위해 치밀하게 사전 계획을 통해 출자금을 수신, 대여금이나 투자금 명목으로 120억 원을 24개 업체와 개인 계좌로 이체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들은 돈을 받으면 ‘유사수신행위’에 해당하므로, 포인트(캐시)를 구매하게 유도하고, 그 캐시로 쇼핑몰 등에서 물건을 구입하도록 시켜 재화 등의 거래가 있는 것처럼 꾸몄다. ‘유사수신행위법’ 및 ‘방문판매법’ 등 법적 문제를 피하기 위한 치밀함을 보인 것이다.
피의자들이 적발 및 구속됨과 별개로 피해자들의 투자 금액에 대한 환불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문제다. 피해자들은 평생 모은 돈과 퇴직금, 대출금, 전세자금, 카드빚 등 1계정 당 최소 13만 원에서 최대 2억 6,000만 원까지 출자했으며, 1,000만 원 이상씩 출자한 계정도 1,300여 개에 달한다.
사기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
권순기 서울시 민생사법경찰국장은 “업체에서 가상자산(캐시) 구매명목의 출자금을 받고 다른 사람을 소개할 때마다 수당이나 은행 이자보다 높은 수익을 보장한다고 하면 불법 금융 다단계일 가능성이 매우 크니 신고해 달라”며 “이러한 수법이 점차 지능.광역화되고 피해 단위도 커지고 있는 만큼 민생 경제범죄에 대해 단호히 대처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 금전 다단계 영업행위 신고.제보는 ‘서울 스마트 불편신고’ 스마트폰 앱, 서울시 홈페이지, 전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가능하며 제보자가 결정적인 증거(불법 금전 다단계 설명자료, 회원 조직도, 수당 지급기준(보상플랜) 및 수당 지급내역, 투자금 납입내역 등)를 첨부하여 신고하면 서울시 심의를 거쳐 최대 2억 원까지 포상금을 받을 수 있다. 서울시 민사경은 작년에도 캐시(포인트) 등을 미끼로 불법 다단계 회원을 모집, 2019년 3월부터 4년간 전국에서 총 10만여 명의 회원을 모아 1조 2,000억 원대의 부당이득을 취한 업체 대표 등 10명을 형사입건하고 이중 주범 4명을 구속시킨 바 있다.
이처럼 불법 다단계 혹은 유사수신 업체는 ‘직접판매공제조합’ 또는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과 ‘소비자피해보상보험’ 계약이 체결돼 있지 않아 피해를 보면 보상받을 수 없다. 상당수의 피해자가 고령자나 저소득층인 경우가 많은데 피해액을 돌려받기 위해서는 형사재판이 종결된 이후에도 민사소송까지 진행하고 비싼 변호사 수임료를 내야 하며, 시간이 오래 소요되기 때문에 사실상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쉽지 않다.
사기범들은 이러한 빈틈을 노린다. 비슷한 사례로 자체적으로 개발한 코인이 상장되기만 하면 원금을 보장함과 동시에 고수익을 볼 수 있다는 거짓으로 불법 금융 사기를 저지른 KOK코인(콕코인)이 있다. 콕코인은 피해 규모 4조 원대의 가상자산(암호화폐) 다단계 사기이다. 피해자들은 2022년 8월 총 모집책 송 모 씨를 최초 고소한 이후 2년이 지났지만 현재까지 처벌받은 사람은 없다.
공병헌 기자mkews@mken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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