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기식 해외직구 증가, 안전성 저하로 시장 위기
위해성분 포함 여부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워
해외에서 직접구매하는 건강기능식품이 급증하면서 안전성 저하로 인해 전체 시장의 신뢰도 추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박성훈 의원(국민의힘)이 최근 관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해외직구 건강식품 반입’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올해 9월까지 7,089만 건의 건강기능식품이 해외직구를 통해 국내 반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 규모만 5조 3,000억 원(38억 4,600만 달러)에 이른다.
연도별로는 지난 2020년 1,234만 건에서 2021년 1,537만 건으로 증가한 후 2022년 1,529만 건으로 다시 감소했으나, 지난해 1,577만 건으로 다시 증가했다.
관세청은 식약처 제공 정보를 활용해 건강기능식품 등 해외직구 식품을 대상으로 안전성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그 결과 최근 5년 동안 6만 976건, 904만 4,100정의 불량 건강기능식품을 적발했다.
이처럼 해외직구 불량 건강기능식품이 늘어나자 식약처는 안전성 검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에 위해식품 반입을 사전에 차단하고 소비자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2008년부터 매년 위해 우려가 있는 해외직구식품을 직접 구매해 안전성 검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2018년부터 구매검사 예산을 확보해 검사 건수를 확대했다. 여기에 소비자가 해당 제품들을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해외직구식품 안전정보를 제공하는 식품안전나라 홈페이지 ‘해외직구식품 올바로’에 제품정보를 게재하고 있다. 실제로 ‘해외직구식품 올바로’의 ‘해외직구 위해식품 목록’을 검색해보면, 그동안 식약처 검사 결과 위해성분이 확인된 약 3,430개 제품에 대한 제품명, 제조사, 위해성분, 제품사진 등 상세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여전히 구멍 숭숭 뚫려
하지만 식약처와 관세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위해성분이 포함된 해외직구 건강기능식품은 구멍이 숭숭 뚫린 채 소비자에게 전달되고 있다.지난해 식약처의 해외직구식품 검사 규모는 약 3,100건에 불과해 해외직구 규모에 비해 매우 적은 수준이었다. 올해는 이와 별도로 약 1,900개 제품을 직접 구매해 검사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늘어나는 해외직구 건강기능식품에 위해성분 포함 여부를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올해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최보윤 의원(국민의힘)은 “해외직구 제품의 경우 소비자에게 직접 배송되는 특성상 국내에서의 관리가 어려워 위해성분 포함 여부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며 “식약처는 해외직구식품에 대한 검사 건수를 대폭 확대하고, 이를 위한 예산과 인력을 시급히 증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외직구 건강기능식품의 증가는 직판업계에도 남의 일이 아니다. 해외직구 플랫폼에서 상품을 구매한 적 있는 사람들은 구매 경험이 없는 사람보다 해외직구 플랫폼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제품 다양성과 저렴한 가격에 만족감을 느낀다. 관세청의 ‘전자상거래 물품 수입 동향’에 따르면, 2023년 한해 해외직구 건수는 1억 3,144만 3,000건을 기록해 연간 기준 처음으로 1억 건을 넘어선 데 이어, 2024년에는 1~8월 기준 1억 2,010만 7,000건으로 일찌감치 작년 수준에 근접했다.
이 중 건강기능식품은 가장 인기있는 품목이다. 웰니스 이커머스 기업 아이허브와 모바일서베이 전문업체 오픈서베이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국내 해외직구 시장에서 가장 많이 구매된 제품은 건강기능식품(51.2%)으로 나타났다. 전체 시장에서 건강기능식품이 차지하는 비율이 절반이 넘는 직접판매업계에는 달갑지 않은 경쟁자가 나타난 셈이다.
여기에 ‘리웨이’와 같이 위해성분이 포함된 제품을 불법 다단계 방식으로 판매하는 업체도 등장하면서 업계의 신뢰도까지 떨어트리고 있다. 지난 2019년부터 사슴태반 줄기세포를 주원료로 한 ‘퍼티어 플라센타’를 홍보·판매하며 사업자 조직을 구축하고 무등록 다단계판매 영업을 하던 리웨이는 지난 2020년 1월 관세청으로부터 63만 정(시가 33억 원 상당)이 적발돼 몰수됐으며, 2021년 5월에는 서울세관으로부터 70만 7,760캡슐(시가 85억 원 상당)을 밀수한 17명이 관세법과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 ‘퍼티어 플라센타’는 위해 식품으로 지정돼 국내에서 수입.유통이 금지돼 있다.
하지만 올해 6월에도 리웨이의 ‘퍼티어 플라센타’를 해외직구로 구매하거나, 리웨이가 개최하는 해외(싱가포르·일본·대만·필리핀·홍콩 등 11개국) 세미나에 참석해 현지에서 구입하는 방식으로 총 2,152병을 국내로 밀반입하다 적발돼 조직원 박 모 씨와 김 모 씨 등 6명이 검찰에 송치됐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직접판매시장이 형성될 초창기에는 외국계 업체의 건강기능식품이 제품 경쟁력이 확실해 사업자가 대거 유입됐다”며 “그런데 지금처럼 해외직구 플랫폼을 통해 저렴하고 다양한 제품이 계속 들어온다면 직접판매산업의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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