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과대광고가 발목 잡는다
다단계판매의 고질적 병폐라고 할 수 있는 게 두 가지 있다. 사재기와 과대광고가 그것이다. 사재기는 재판매로 이어지므로 각각의 기업에서도 자체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과대광고의 경우에는 회사 측에서도 파악하기가 쉽지 않아 거의 방치되는 수준이다. 물론 회사에서 운영하는 사업장에는 과대광고 근절을 촉구하는 배너나 포스터 등이 붙어 있기는 해도 당장 매출이 급한 사업자 입장에서 과대광고 하지 않고 어떻게 팔 수 있느냐며 항변한다.
가장 객관적인 눈으로 보자면 과대광고를 남발하는 쪽이나 금지하는 쪽이나 합리적이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금지하는 근거가 사회적 통념을 벗어나는 경우가 많다. 건강식품이든 화장품이든 먹고 바른 효과가 분명한데도 그 결과를 공표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것은 비상식적이며 몰상식적이기도 하다.
사정은 사업자 쪽도 마찬가지여서 화장품을 발라서 질병을 치료한다거나, 건강식품을 통해 각종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건강하고 건전한 정신세계를 지닌 대중들로부터 지지를 받기는커녕 오히려 다단계판매와 이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수준을 낮춰보도록 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고물가와 고금리, 과다 규제 등으로 인해 사업 여건과 생활 여건이 그 어느 때보다 여의치 않다는 사정은 이해하지만, 근거 없는 과대광고는 수년에 걸쳐 기울여온 본인의 노력마저 물거품으로 만들 소지가 충분하다. 그러잖아도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 광대광고로 인해 과징금이나 과태료까지 물게 된다면 그야말로 나락으로 떨어질 위험에 처할 수도 있는 것이다. 화장품을 발라서 예뻐졌다거나 피부가 좋아졌다는 수준의 광고는 허용되지만 진피층까지 흡수된다느니, 혈액순환을 촉진한다는 등 근거 없는 광고는 절대적으로 지양해야 한다.
특히 건강식품은 생명과 직결될 수 있으므로 더욱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제품을 과다 섭취한 후 사망한 사건이 종종 발생하는 것만 봐도 과대광고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알 수 있다. 건강식품은 그저 식품일 뿐 환자에 적용할 수 있는 제품은 아니다. 바이오산업의 선진국이라고 하는 미국산 제품을 과량 섭취하는 것만으로도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사실은 다단계판매업계를 비롯해 전체 건강식품산업 종사자들의 주의를 환기하고 있다.
중증환자의 경우 의사로부터 고칠 수 없다는 판정을 받았든지, 의사의 잘못된 치료로 말미암아 차도가 없거나 오히려 악화된 사람들이 건강식품을 선택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이 말은 의사도 고치지 못하는 병을 다단계사업자가 고치겠다고 나서는 걸로 오인될 수 있다. 분명한 것은 각종 건강식품 또는 건강기능식품의 포장지에 써놓은 것처럼 특정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를 위한 제품이 아니라는 점이다.
요행히 건강식품을 섭취한 후 병의 차도가 있거나 완치되는 사례가 드물지 않게 발생하기는 해도 그것을 일반화할 수도 없고, 주류 의료계로부터 인정을 받을 수도 없다. 중요한 것은 약간의 추가적 영양공급이 필요한 소비자를 발굴해 가장 안전하게 제품을 섭취할 수 있도록 돕는 것까지가 사업자들의 역할이라는 점이다.
과학이 눈부시게 발전했다고는 하지만 지금까지도 건강식품의 효능과 효과에 대해서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과학자들도 자신하지 못하는 분야를 사업자들이 판단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 보신주의는 부정적이지만 적어도 과대광고에 있어서만은 유용한 가치로 인식해야 한다. 과대광고는 오히려 불신을 조장할 뿐이다.
※ 저작권자 ⓒ 한국마케팅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TOP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