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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오후> 법만 보면 배척된 다단계산업

  • 전재범 기자
  • 기사 입력 : 2024-05-03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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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경기가 이어지는 다단계업계에 공정위로부터 희소식이 들려왔다. 지난 4월 23일 개별재화 가격 규제를 160만 원에서 200만 원까지 올린다는 법안이다. 그런데 업계에서는 건조한 사막 속 신기루라고 말한다. 처음 볼 땐 좋았지만, 그 실상은 터무니없었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개별재화 가격 규제를 상향하는 법안을 입법예고 했는데, 지난 2012년 이후 처음이다. 12년 만에 상향되는 것이다. 하지만 개정안을 제대로 본다면 헛웃음만 나온다. 12년 만에 상향된 것이 고작 40만 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10년 전 김밥 한 줄에 2,000원대 였던 것을 기억한다면 물가는 2배 이상 올랐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2배는 고사하고, 숫자로만 보면 고작 25% 상승한 셈이다. 

다단계판매업에서 가장 중요한 법안 중 하나인 개별재화 가격 규제가 김밥 가격의 상승률조차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참 당혹스러운 개정안이다. 방문판매법만 바라본다면, 사회적으로 배척된 산업 같아 보이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들의 반응도 비슷하다. 특히 다단계판매업계의 유관기관인 한국직접판매산업협회와 양 조합에서도 너무 적다는 반응이다. 

다만, 방문판매법 개정에 액션이 있다는 것 자체는 긍정적인 소식이기도 하다. 개정안이 발의되어도 요지부동이던 방문판매법에 금이 간 것이다. 이에 다단계업계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법안 중 하나인 후원수당 지급률 상향에도 좋은 소식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기다리고 있다. 물론 현재 후원수당 지급률 상향에 움직임을 보였던 것은 김희곤 의원뿐이다. 

21대 국회 상임위인 정무위원회 소속 김희곤 의원이 지난해 4월 27일 후원수당 지급률을 35%에서 38%로 상향 조정하고 제품 가격상한을 매년 조정한다는 내용으로 대표 발의했다. 당시 업계는 이에 긍정적인 분위기가 연출됐고, 기대가 컸지만, 김희곤 의원이 부산 동래구 경선에서 탈락하며 제22대 국회에 입성이 불발되며, 발의안이 자동으로 폐기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한 번의 개정 기회가 날아가버린 지금 업계는 지속되는 불경기에 대응하고 있다. 

법은 수많은 회의와 토론을 통해 탄생한다. 법을 개정하기 위해서는 그보다 더 많은 회의가 필요하고 더 많은 의견 교류가 필요하다. 

실제로 올해 7월 19일부터 시행되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가상자산법)이 그 예다. 가상자산법과 관련된 법안이 발의되고 많은 회의와 세미나가 진행되며 20개월 만에 탄생했다. 1년 8개월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 안에 새로운 법이 나온 것이다. 법 개정이 20개월 걸린다면 조금 오래 걸렸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새로운 법이 탄생하는 데 걸린 시간이 20개월이면 이가 제대로 논의됐는지 의문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예상과 다르게 학계와 업계는 많은 논의를 통해 등장한만큼 가상자산법은 잘 정비된 법이라고 말한다. 가상자산법이 제정되기까지 20개월간 여러 세미나가 개최되고 국회에 안건으로 등장하며 다듬어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가상자산법 2단계’ 입법을 위해 가상자산법이 시행되기도 전인 지금도 다수의 세미나가 학계와 가상자산업계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또 더불어민주당의 총선 공약 중 하나인 현물 ETF(상장지수펀드)에 힘입어 입법이 빨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처럼 많은 논의가 되어야 국회에서도 이를 더욱 연구하거나 더 좋은 방향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다단계업계에서는 가상자산법이 논의된 만큼 세미나가 진행됐는지 생각해보면, 현저히 적다고 생각한다.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유통법학회, 고려대학교 법학연구원 유통법센터/민사법센터 등등 다단계판매업과 밀접한 주제로 세미나를 진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수가 현저히 적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다단계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 다단계산업이 필요한 방향으로 수많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 이러한 논의가 기관, 기업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이뤄진다면, 국회에서도 무시 못 할 것이다. 22대 국회는 오는 5월 30일부터 임기가 시작된다. 이에 맞춰 다단계업계에서도 지속적인 논의가 되어야 국회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법 개정이 더욱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방문판매법이 무려 6건이 발의되며 개정에 불이 붙었지만, 결국 21대 국회에서 결정되지 못하고 임기가 끝났다. 최근 방영되는 드라마처럼 발단은 용의 머리지만 끝은 뱀의 꼬리 같이 끝난 것이다. 결국 업계는 22대 국회에서 방문판매법 개정이 빠르게 진행되기를 기대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논의가 많이 진행되면 발의도 빨라지고, 논의도 빨라질 수 있다. 다단계산업이 발전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하는 시간이 됐다.

 

전재범 기자mknews@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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