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보다 ‘원료’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

건기식, 화장품도 ‘신소재’가 게임체인저(下)

(2023-03-10 09:38)

매년 건강기능식품과 화장품 신제품이 홍수처럼 쏟아지며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시장이 과열되면 기업은 살아남기 위해 제품 차별화에 더욱 힘을 쏟을 수밖에 없다.

물론 건강기능식품이나 화장품도 디자인과 홍보 전략의 차별화를 통해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다. 그러나 먹고 바르는 제품이 진짜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좋은 원료로 좋은 제품을 만든다’라는 원론에서 벗어날 수 없다.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시장에서는 잘 키운 원료가 기업을 먹여 살린다. 바야흐로 원료가 경쟁력과 돈이 되는 시대다.

이런 흐름은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원료 신청과 인정 건수에서도 잘 드러난다. 식약처가 2022년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원료 인정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인정 원료는 총 45건으로 전년 대비 약 2배 증가했고 이 중 국내에서 개발된 원료는 28건으로 ‘건강기능식품법’이 시행된 이후 가장 많이 인정됐다. 기능성 원료 인정 신청 건수도 2018년 56건, 2019년 61건, 2020년 52건, 2021년 76건, 2022년 72건 등 매년 50건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화장품 원료 시장은 경쟁이 더욱 치열하다. 2021년 화장품 원료 소재를 개발하는 업체만 200개에 이르며, 제품 제조업체는 9,000개가 넘고 생산된 품목은 약 12만 개에 이른다. 그동안 화장품 원료는 대부분 식물 추출물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바이오 기술과 접목하며 나노 캡슐네이션, 바이오, 펩타이드, 생분해성 고분자 등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예전부터 직접판매업계는 새로운 원료로 만든 제품 출시에 과감한 모습을 보였다. 검증되지 않은 원료를 사용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새로운 원료로 만든 제품을 시장에 내놓아 성공한 사례도 상당수다. 당귀 등 혼합추출물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애터미 ‘헤모힘’이 대표적이다.

길게 보아야 멀리간다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hy(한국야쿠르트) 등의 대기업은 이미 자체 개발한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원료를 B2B 형태로 생산·제조업체에 공급하고 제품 생산을 통해 B2C로 소비자를 공략하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직접판매업체는 원료를 개발하려면 오랜 시간과 많은 비용, 전문성과 기술력이 요구돼 쉽게 뛰어들지 못한다. OEM·ODM에 익숙해 굳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건강기능식품과 화장품 시장에서 오래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체 원료를 확보해야 하는 것이 시대적 흐름이다. 길게 보아야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

에스디플랫폼의 경우 모기업 에스디생명공학이 원료 개발부터 제품 출시, 유통, 판매까지 소화하고 있는 몇 안되는 국내 직접판매업체다. 이미 무궁화추출물, 바다제비집복합추출물 등 독자적인 특허원료를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해 8월에는 증강생강추출분말의 개별인정형 원료 허가를 획득했다. 올해는 크릴오일 개별인정을 받기 위한 임상시험도 추진하고 있다.

리만코리아의 모기업 에스크컴퍼니도 혁신적인 기술연구로 원료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계열사 연구소기업인 에스크랩스와 에스크베이스는 병풀잎수, 데저티콜라, 동백꽃, 쑥, 솝베리, 에스테르 등 주요 원료들을 개발·생산해 리만코리아만의 독점적 효능 성분의 개발 및 생산을 진행하고 있다. 리만코리아의 시그니처 브랜드인 인셀덤은 주원료로 병풀을 사용하고 있으며, 국내산 병풀을 가장 많이 활용하는 화장품 업체다. 에스크컴퍼니는 지난해 10월 마데카소사이드, 아시아티코사이드 등 주요 유효성분의 함량이 기존 병풀보다 높고, 잎과 줄기의 크기도 기존 병풀보다 2~3배 큰 신품종 자이언트병풀 ‘비티케어’를 산림청에 등록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소비자들도 가성비 제품을 선호하는 쪽과 좋은 원료를 사용한 프리미엄 제품을 선호하는 쪽으로 양분화되고 있다”며 “업계 특성상 소비자가 구매하기에 부담 없는 가격과 사업자, 업체 모두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하는 첫걸음은 좋은 원료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민호 기자fmnews@fm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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