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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선 무죄, 대구에선 유죄 (2023-02-23 17:15)

금융 피라미드 범죄, 법원 따라 판결 제각각

▷ 사진: 게티이미지프로


금융 피라미드 사업자들에 대해 중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단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상위사업자나 중간 모집책 등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로 인해 비슷한 수법의 범죄조직이 간판만 바꿔 끊임없이 창궐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만 지난
2012년부터 수사와 재판이 계속되고 있는 MBI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10년간 똑같은 범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업자들에 대해 법원의 엇갈린 판결이 나오는 사이 브이글로벌이란 코인 사기업체가 출몰했고, 22,00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피해를 입히기도 했다.


똑같은 증거 제출했는데 결론은 정반대
똑같은 범죄조직 MBI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업자들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최근까지도 제각각이다.

부산지방법원은 지난
214일 방문판매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MBI 창원센터의 지사장 장 모 씨에 대한 검찰의 항소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앞서 1심 법원은 장 씨에 대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다단계판매조직의 개설이나 관리·운영에 가담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해당 사건은 검찰 측이 상고를 포기하면서 판결이 확정됐다.

장 씨는 창원센터 등 사무실을 개설해 투자설명회를 하면서 회원을 끌어모으고
, MBI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자 수사 대응 방안을 공유하는 대화방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장 씨의 직책이 특별한 권한이 있다거나 중요한 직책에 해당한다고 보지 않았다.

반면
, 210일 대구지방법원은 방문판매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MBI 상위사업자 안 모 씨에 대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안 씨는 장 씨와 마찬가지로 대구 모처에 사무실을 차리고 사업설명회를 통해 회원을 모집했다. 대구지법은 안 씨가 MBI 본사 임원진과 국내 사업자 등과 공모해 무등록 다단계판매 영업을 벌였다고 봤다.

이와 관련 한 변호인은
“MBI 사건과 관련해 강릉, 대구, 대전 지역의 법원에 똑같이 증거서류를 내고 증인신문을 했는데 어디는 무죄, 어디는 유죄로 결과가 다르게 나왔다면서 징역 4년형을 받은 안 모 씨에 적용된 방문판매법 조항은 브이글로벌 사건에서 최상위사업자 1명 빼고 전부 무죄를 선고받은 조항이기도 하다며 재판부의 판결에 의아함을 감추지 않았다.

검찰의 기소 역량에 따라 유무죄가 갈리는 사례도 적지 않다
.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은 28일 방문판매법 위반, 사기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MBI 강릉 지점장 지 모 씨에 대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그런데 강릉지원은 지 씨의 방문판매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사기죄에 대해서는 죄가 있다고 봤다. 지 씨는 강릉에 사무실을 개설하고 설명회를 개최해 신규회원을 모집하는 등 강릉지역의 MBI조직을 관리하는 역할을 해왔다.


엄정 처벌하고 제도 보완해야
MBI와 관련된 판결이 뒤죽박죽인 이유는 하나의 법령을 두고 재판부가 각기 다르게 해석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금융 피라미드를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뜻이다.

현행 방문판매법에 따르면
, 등록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등록한 다단계판매조직을 개설·관리 또는 운영한 자로 처벌 범위를 한정하고 있다. 이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재판부의 해석이 갈리는 지점이기도 하면서, 사실상 불법 피라미드를 조장하는 조항으로 작용하고 있다.

가상화폐가
금전에 해당하지 않는단 이유로 유사수신행위법을 적용하기 어렵고, 사업자들의 사기죄를 입증하는 것도 쉽지 않아 현재로선 방문판매법을 손질하는 게 유일한 대안으로 꼽힌다.

이에 전봉민 국민의힘 의원
(부산 수영구)이 코인 등 무등록 다단계에 가담한 판매원을 처벌할 근거를 마련한 방문판매법 일부 개정안23일 대표발의 했다는 점은 고무적이지만, 법안 통과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민생법안으로 분류해 조속히 처리해야 한단 목소리도 크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인 다단계 사건에서 중책을 맡은 상위사업자들이 무죄로 풀려나면서, 이러한 판결이 예비 범죄자들의 지침서가 되고 있는 형국이라며 코인 범죄가 해마다 늘고 사회적인 문제로 비화하면서 동시에 수사기관의 경험과 이해도가 높아졌을 것으로 생각하고, 이에 버금가는 엄정한 판결이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말레이시아에 본사를 둔
MBI는 자회사 엠페이스를 통해 전산상 숫자에 불과한 자체 가상화폐 ‘GRC’ 판매를 가장하여,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단기간에 고수익을 벌 수 있다고 속여 투자금을 가로챈 금융 피라미드 회사다.

피해자들은 피해 금액을
5조 원으로 추산하고 있지만, 오랜 기간 전국 각지에서 산발적으로 수사와 재판이 이뤄진 탓에 정확한 피해액은 집계되지 않고 있다. , MBI 사업에 참여했던 이들이 한때 피해자모임을 꾸리면서 단체 행동에 나서기도 했으나, 이후 피해자들끼리 서로 소송전을 벌이고, 고소장 작성 명목으로 회원들로부터 수천만 원을 챙겨 변호사법 위반으로 옥살이를 하는 등 금융 피라미드 범죄의 전형적인 말로를 보이고 있다.

금융 피라미드 사기 혐의를 받는 이 기업의 회장 테디 토우는 도피 행각을 벌이다 지난해 태국에서 경찰에 의해 체포됐다
. 테디 토우는 현재 태국에서 재판을 받는 중이며, 중국과 말레이시아 당국이 테디 토우에 대한 신병 인도를 요청한 상태다.

 
두영준 기자endudwns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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