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돋보기

<목요일 오후> 한 번 오른 가격은 왜 내려가지 않는가? (2022-09-22 17:53)

915일부터 오리온이 전체 60개 생산 제품 중 파이, 스낵, 비스킷 등 16개 제품의 가격을 평균 15.8% 인상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오리온은 2013년 이후 9년 동안 원가 절감 활동을 펼쳐 가격을 동결해왔지만, 지난해부터 유지류와 당류, 감자류 등 주요 원재료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8월 기준 전년 대비 최대 70% 이상 상승하고, 제품 생산 시 사용하는 에너지 비용도 90% 이상 오르는 등 원가 압박이 가중돼 어쩔 수 없이 가격을 인상했다며, 향후 원부자재 가격 및 에너지 비용이 하향 안정화될 때는 제품의 양을 늘리거나 제품 가격을 인하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국민 먹거리인 라면도 줄인상에 합류했습니다
. 농심도 915일부터 라면 주요 제품 출고 가격을 평균 11.3% 인상했습니다. 신라면은 10.9%, 너구리는 9.9% 오릅니다. 대형마트에서 봉지당 평균 736원에 판매되고 있는 신라면의 가격도 820원으로 조정됐습니다. 팔도는 91일부터 이미 12개 라면 브랜드 제품 평균 가격을 9.8% 인상했습니다. 그리고 916일 마지막까지 눈치를 보던 오뚜기도 1010일부터 진라면, 진비빔면, 진짬뽕 등 대표제품 가격을 11% 올린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처럼 올해 하반기 줄줄이 가격을 인상하는 식품업체들은 국제 곡물 가격이 크게 치솟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지난해부터 곡물 등 원부자재 가격이 치솟은 것은 사실입니다. 어떤 제품이든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 완제품 가격도 오르는 것은 어찌 보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당연한 일입니다. 굳이 경제학을 공부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식품업체들의 가격 줄인상이 곱게 보이지 않는 이유는 뭘까요? 사람이 살다 보면 이해한다고 해서 서운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특히, 최근 경기가 침체되면서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서민들 처지에서는 식품 기업들의 줄인상이 더욱 못마땅할 수밖에 없습니다.

무엇보다 식품업체들의 가격 줄인상을 국민이 탐탁지 않게 보는 이유는 과거에도 소비자 가격을 인상할 때마다 원자재 가격 상승 때문에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해놓고 나중에 원자재 가격이 내려갈 때는 가격을 인하하지 않았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국제 곡물 가격만큼 변동성이 많은 것이 바로 국제 유가
(油價)입니다.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치솟던 국제 유가는 올해 6월 정점을 찍고 하락하기 시작했습니다. 국제 유가의 하락은 국내 휘발유와 경유 가격에 거의 즉각적으로 반영됐습니다. 그렇다면 국제 곡물 가격이 하락하면 식품업체들도 바로 라면, 과자 등의 가격을 이전으로 되돌려야 합니다.

하지만 식품업체들은 이와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 식품업체들이 가격 줄인상을 발표한 시점이 8월과 9월입니다. 공교롭게도 국제 곡물 가격이 8월 하순부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으로 하락했습니다. 팜유 가격도 이전과 거의 같아졌습니다.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는 시점에서 가격을 올려버린 것입니다. 업체들은 그동안 누적된 원자재 가격 상승과 국제 곡물 가격의 변동성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항변합니다.

그동안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었다면 제품 가격을 그대로 유지해도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는 시점부터는 충분히 어려움을 상쇄할 수 있습니다
. 그런데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는 시점에서 그동안 누적된 경영의 어려움을 해소해야 한다며 가격을 올려버리면 업체는 더욱 많은 이익을 얻게 됩니다.

물론 식품업체가 제품을 생산하는데 있어 원자재 외에도 환율
, 물류, 인건비 등 다른 요소도 가격에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그렇지만 식품업체들은 가격을 인상할 때마다 한목소리로 원자재 가격이 올라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외쳤습니다. 당연히 국민은 원자재 가격이 올라 제품 가격이 오르는구나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전에 식품업체들이 가격을 인하한적이 몇 번 있긴 했습니다
. 그것도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제품 가격을 100원 올리고 원자재 가격이 내려가면 제품 가격을 10원 정도 내리는 정도였습니다. 올릴 때는 왕창 내릴 때는 찔끔 내린 것입니다. 일반 사람은 관심을 잘 기울이지 않지만, 국제 곡물 가격은 2010년대 초에 잠깐 상승했다가 2012년부터 2020년까지 하향 안정 추세를 유지했습니다.

식품업체들은 이 시기에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상당한 이익을 누려왔습니다
. 2021년부터 코로나19의 장기화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란 변수로 2010년대 초반 수준으로 가격이 상승했을 뿐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8월 하순부터 국제 곡물 가격은 계속 하락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원자재 가격이 올라서 제품 가격을 올렸으면 원자재 가격이 내리면 당연히 제품 가격도 내려야 합니다. 과거처럼 그냥 어물쩍 넘어간다면 당신들이 외치는 ESG와 소비자와의 상생은 의미 없는 메아리처럼 허공에만 머물다 사라집니다.

 

최민호 기자fmnews@fmnews.co.kr

※ 저작권자 ⓒ 한국마케팅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목록으로

포토뉴스 더보기

해외뉴스 더보기

식약신문

사설/칼럼 더보기

다이렉트셀링

만평 더보기

업계동정 더보기

세모다 스튜디오

세모다 스튜디오 이곳을 클릭하면 더 많은 영상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오늘의 날씨

booked.net
+27
°
C
+27°
+22°
서울특별시
목요일, 10
7일 예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