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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줄어들고 있는 책방의 위기 (2021-11-25 17:35)

빙글빙글 세상이야기

▷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교보문고, 영풍문고와 함께 한때 국내 오프라인 서점 3위로 꼽혔던 반디앤루니스가 지난 6월 16일 최종 부도를 맞았다는 소식은 출판계에 적지 않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반디앤루니스를 운영하는 서울문고는 출판사에 지급해야 할 1억 6,000만 원 규모의 어음을 갚지 못해 최종 부도를 맞았고, 2주 만인 6월 28일에는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코로나19로 온라인이 크게 활성화되면서 지역서점은 문을 닫고 있고, 온라인 서점은 2018년 1조 7,000억 원였던 매출이 지난해 2조 4,000억 원을 돌파했다.


지역서점은 감소세, 온라인 서점은 몸집 커져

지난 9월 초에는 서울 서북부의 종합서점 불광문고가 폐업했다. 불광문고는 1996년 문을 연 뒤, 은평 지역의 문화 사랑방 같은 존재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할인을 앞세운 온라인 서점과 편리한 쇼핑몰 대형서점의 공세로 매출 급감과 적자가 누적됐고 임대료 감당도 어려워졌다.

▷ 반디앤루니스는 지난 6월 16일 최종 부도를 맞았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에 따르면, 독립서점 등 기타서점을 제외한 지역서점은 2003년 3,589곳에서 2019년 1,976곳으로 감소했다. 반면 대형체인서점과 온라인 서점의 경우 지난 2014년 65개였지만, 2019년 150개로 몸집을 크게 불렸다. 여기에 쿠팡이 ‘로켓배송’을 앞세워 지난해부터 온라인 서점 시장에 진출했고, 쓱닷컴도 자사 쇼핑몰에 50만 종이 넘는 교보문고의 도서를 판매하고 있다.

오프라인 서점의 하락세는 이처럼 온라인으로 책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데다 전자기기 형태의 책이 활성화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앞서 정부는 온, 오프라인 서점을 가리지 않고 책값에 대한 경쟁의 심화로 인해 가격 하락 현상이 발생하자 2003년 ‘도서정가제’를 시행했다. 이로써 온라인 서점에서 출간된 지 1년 이내의 책에 대해 10%만 가격 할인을 할 수 있게 됐다. 이후 2014년 11월부터는 모든 도서의 할인율을 15%로 하는 것으로 개정됐고,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온라인 서점의 경우 책을 대량으로 싸게 들여와 할인율 15%라는 조건을 활용하고 있지만, 지역 서점은 대규모로 물량을 들여오지 않기 때문에 온라인 서점만큼의 할인율을 적용하는 것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여기에 2009년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인쇄물에 기초한 책, 신문, 잡지 등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인쇄매체 중 종이신문은 가장 먼저 사양길에 접어들었다. 불과 10여 년 전 출근길 지하철에서 누구나 손에 들고 읽었던 무가지 시장은 종말을 고했으며, 인터넷 신문의 득세로 인해 소수의 중앙 일간지 정도만 인쇄 신문을 발행하고 있다.

출판업계도 발 빠르게 전자책 시장으로 갈아타기 시작했다. 지난 2013년 교보문고는 국내 최초로 선보인 스트리밍 전자책 서비스 ‘교보sam’을 선보였다. 월 7,000~3만 2,000원을 내면 다달이 2~12권의 전자책을 읽을 수 있는 구독서비스를 내놓은 것이다.
▷ 다양한 전자책을 구비한 국내 최대 규모의 ‘밀리의 서재’가 출판업계에 등장했다

2016년에는 다양한 전자책을 구비한 국내 최대 규모의 ‘밀리의 서재’가 시장에 등장했다. 약 6개월간의 베타 서비스 기간을 거쳐 2017년 10월 유료 정기 구독 서비스를 정식 론칭했고, 10만 권의 도서를 제공하고 있다.


프랑스는 최저 배송비 제도 도입
프랑스에서는 영세서점을 보호하기 위해 온라인 서점에 대한 최저 배송비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논의하고 있다. 11월 1일 영국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 의회는 최근 도서 최저 배송비를 도입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내년부터 배송비 규제에 나설 예정이다.

프랑스에서는 당초 책 무료배송이 법으로 금지돼 있었으나, 아마존 등이 1센트(약 15원)를 배송비로 책정하는 등 우회적인 방법을 사용해 규제를 피해 가자 최저 배송비를 지정하기로 한 것이다.
▷ 프랑스에서는 책 무료배송이 법으로 금지돼 있으나, 아마존 등이 1센트(약 15원)를 배송비로 책정하는 등 우회적인 방법을 사용해 규제를 피해가 논란이 됐다(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영세서점의 경우 마진을 조금이라도 더 남기기 위해 대형서점보다 더 비싼 배송료를 부과할 수밖에 없는데, 대형기업들이 배송비를 사실상 무료에 가깝게 책정하면 경쟁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서점 없는 지역 6곳, 1개만 있는 지역은 43곳”
온라인 서점과 대형 체인서점과의 전쟁에서 동네서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기는 해도 다른 업종을 접목하거나 책방에 특별한 테마를 정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서점이 등장하고 있다.

그중 ‘독립서점’은 대형 출판사가 아닌 개인 또는 단체에서 개성을 가진 창작자들이 직접 책을 만들어 파는 형태의 동네서점이다. 독립서점은 획일적인 대형 체인서점에서는 볼 수 없는 주인의 개성과 독특한 취향을 살려 특정 분야의 책을 잘 골라 놓고 독서애호가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이들은 소설, 여행, 중고서적 등 장르별 특화서적을 내세워 비슷한 취향의 독서애호가들을 끌어들였다. 또한 독서토론회, 글쓰기 강습 등 다양한 소모임을 운영하며 작가와 독자 간의 소통까지 마련했다. 단순히 책을 팔기 위한 공간이 아니라, 책을 다시 읽게 만들려고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 서울시 관악구에 있는 북카페 ‘자상한 시간’

이와 함께 독립서점은 커피를 마시며 독서를 즐기는 ‘북카페’, 식사와 음주를 결합한 ‘북앤펍’, 음악과 미술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관 형태 등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또한, 작가들을 초대해 소규모 낭독회를 진행하거나 서점의 운영자가 중심이 돼 같은 관심사를 가진 고객들과 모임을 만들며 활동하기도 한다. 이렇게 동네서점들은 바쁜 일상 속에서 소통과 휴식, 아날로그적 감성과 힐링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의 취향을 저격하며 서점 이상의 가치를 구현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자연 인구감소, 고령화 및 인구 변동, 대도시 인구집중 등 지역 환경 변화에 따라 지역의 문화공간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지역서점의 경영난 심화 및 폐업 가속화로 국민의 문화 기반 악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출판저작권연구소의 ‘2018 한국서점편람’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서점이 한 곳도 없는 지역이 모두 6곳(인천시 옹진군, 경북 영양군, 울릉군, 봉화군, 전남 신안군, 경남 의령군)이나 되고, 서점이 단 한 곳뿐인 ‘서점 소멸 예정 지역’도 총 43곳으로 나타나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 출판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서점의 시장 점유율이 확대될수록, 베스트셀러 등 특정 도서에 대한 마케팅이 집중되면서 다양한 책 문화가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며 “현행 도서정가제에서 규정하고 있는 할인율은 오프라인 서점에서는 사실상 이용할 수 없는 규정이므로, 책 가격을 동일하게 책정하는 제도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두영준 기자endudwns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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