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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업체 ‘오픈빨’ 눈에 띄게 줄었다

판매원은 ‘먹튀’, 회사는 ‘토사구팽’…추태가 가져온 학습효과

  • (2021-10-08 09:25)

▷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신규 다단계판매업체가 오픈하면 기대 이상의 매출액이 발생하는 ‘오픈빨’ 현상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신규 회사에 접근한 리더들이 조직을 끌고 와 일정 매출액을 올려주겠다며 돈을 챙긴 뒤 잠적하거나, 약속을 지키더라도 수당을 많이 타간다는 이유로 회사와 특정 판매원이 결탁해 이 리더를 도모하는 등의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기업과 판매원 간 발생한 불신이 원인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 바닥난 신뢰, 외국기업 “한국 진출 꺼려”
모 업체 대표는 “오픈 초기에 한 리더 판매원이 미팅을 요청했고, 일정 매출액을 당겨주겠다며 1억 원을 요구해 사비로 건네준 적이 있다”며 “그러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그 리더는 회사에도 나타나지 않다가 코인조직으로 돌아섰다”고 털어놨다.

반면, 회사와의 약속을 지킨 판매원이 쫓겨난 사례도 있다. 한 판매원은 “회사와 ‘딜(거래)’을 하고, 약조한 내용을 지키는 리더도 있지만, 회사에서 돌연 보상플랜을 바꾸거나 라인이동을 해서 소송까지 가는 일을 수도 없이 많이 봤다”며 “한국 회사 대표들은 리더가 수당을 많이 받아 가면 견제하기 시작한다. 파트너들과 회사가 도모해 해당 리더를 제명하는 일이 부지기수”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처럼 회사와 판매원 간의 불화가 발생하면, 그 피해가 주변 판매원들에게까지 옮겨붙는다는 점이다.

한 외국계 업체의 지사장은 “회사로부터 돈을 받은 스폰서들은 대부분 파트너들에게 지키지도 못할 이야기들을 늘어놓는다”며 “누구나 월 1억, 10억을 벌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데, 강의장에 앉아 있는 주부들, 은퇴한 노인들이 혹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고 말했다.

그는 또 “문제는 어떻게 돈을 벌 수 있는지 부연 설명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스폰서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회사의 시스템마저 부실하다면 ‘3개월’ 반품기한도 있겠다, 집단반품 치고 다른 업체로 자리를 옮긴다. 결국 회사도, 하위 판매원들도 손해 보는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선점’과 관련된 사건 사고 등이 빈번하게 발생하자 외국에서는 한국 시장을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으로 여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계 업체 출신의 모 대표는 “미국 사람들은 약속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이런 것에 대한 개념이 희박하다”며 “오히려 이 약속을 나중에 약점으로 잡아서 2차 가해를 가하는 경우도 있고, 외국 본사에까지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한국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외국계 기업에 접근해 한국 진출을 도와주겠다며 컨설팅을 해주는 사람들도 있는데, 리더 세팅 등을 해주고 수천만 원과 매출액 일부를 커미션으로 받는다”며 “이들 말만 믿고 한국에 진출했다가 큰 손해를 보고 한국에서 철수하는 회사들도 늘어나면서 ‘한국=노다지’라고 보는 인식보다는 ‘한국=위험한 국가’라고 보는 경향이 더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 ‘네리움’ 이후 오픈빨 현상 감감
오픈빨 현상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지난 2015년 한국에 진출한 네리움이 꼽힌다. 당시 네리움은 영업기간 6개월 만에 약 900억 원의 매출을 올려 매출액 순위 10위를 기록한 바 있다. 그러나 2016년 300억 원, 2017년 100억 원으로 내려앉았다.

네리움 출신의 한 판매원은 “1년도 안 돼 9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것은 화장품이 정말 좋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떴다방 출신 리더들이 다수 참여했기 때문”이라면서도 “막상 한국에 제품이 들어왔을 때 미국 제품과 성분도 달랐고, 효과도 좋지 않았다. 여기에 제품군 부족, 백인 스폰서와 한국 파트너와의 갈등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빛의 속도로 조직이 무너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는 새 다단계판매 회사를 차리더라도 이렇다 할 실적을 거두지 못하고, 오히려 업체의 수가 줄어드는 상황이다. 다단계판매업체 수는 2018년 150여 개에 달했지만, 10월 6일 현재 128개까지 줄었다. 또한, 지난 2019년 신규로 등록한 업체는 13곳이며, 이들 중에서 지난해 매출액 100억 원을 넘긴 곳은 매니스가 유일하다. 심지어 5개 업체는 현재 다단계판매영업을 접은 상태다. 나머지 업체들의 연 매출은 약 10~70억 원 수준이고, 2,000만 원을 기록한 곳도 있다.

이와 관련 한 업계 관계자는 “사실 선점이라는 표현은 1990년대 초중반 때나 써야 맞는 것이다. 리더 중에 선점에 연연하는 사람들을 ‘1번 병’에 걸렸다고 하는데, 이들 중에 최고 직급을 달성하고 유지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며 “이미 많은 기업과 판매원들이 학습 효과를 통해 이 사실을 알고 있고, 요즘에는 회사의 신용등급, 재무건전성 등을 보고 사업을 결심하는 판매원들도 있다. 오픈빨이 줄었다는 것은 건전한 사업을 하려는 판매원들이 늘고 있다는 반증이고, 오히려 좋은 현상”이라고 해석했다.

 

두영준 기자endudwns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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