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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중장년, 다단계서 취업 기회 잡는다 (2021-08-27 09:16)

“늦깎이로 시작해도 웬만한 연봉…청춘 되찾은 기분”

판매원의 고백… “나이 들어도 능력 보여주고 싶어”

▷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나이·학력·경력 등의 제한으로 취업이 어려운 일부 중장년층이 다단계판매업계로 몰리고 있다. 취업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조건이 붙는 데다, 학연, 지연, 혈연 등을 이유로 더 많은 임금을 타가는 웬만한 직장인들과 달리 노력한 만큼 돈을 벌 수 있는 유일한 산업이라는 이유에서다.

특히 100세가 넘은 고령층에서부터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까지 다단계판매사업에 제약 없이 참여하고 있고, 살림과 육아 등으로 바쁜 여성들 사이에서도 인기 있는 부업으로 자리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7년 65세 이상의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 이상인 고령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가 오는 2026년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율 20%)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만큼 중장년층이 다단계판매업계로 몰리는 현상은 앞으로 더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층 근로 희망 나이 평균 ‘73세’…현실은 암울
통계청이 지난 7월 27일 발표한 ‘2021년 5월 경제활동 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55~79세 고령층 인구는 1,476만 6,000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49만 4,000명(3.5%)이 늘었다.

또 이들 중 68.1%(1,005만 9,000명)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앞으로도 계속 일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층 인구가 계속 근로를 희망하는 연령은 평균 73세까지다.

하지만 고령층의 바람과 달리 이들이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를 그만둘 당시 평균연령은 49.3세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0.1세 감소했다. 평균 근속기간 역시 15년 2.1개월로 4.9개월 줄었다. 나이가 들어서도 일은 오래 하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뜻이다.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를 그만둔 이유는 사업부진·조업중단·휴·폐업(33.0%), 건강이 좋지 않아서(18.8%), 가족을 돌보기 위해서(14.1%) 순으로 높았다.

특히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를 그만둔 사람 중 현재 취업 중인 사람은 52.0%로 집계돼 나머지 절반가량은 취업하지 않고 있거나 일자리를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고령층의 일자리 선택기준은 일의 양과 시간대(28.4%), 임금수준(21.4%), 계속근로 가능성(17.6%) 순으로 나타났다.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일부 중장년층이 다단계판매산업으로 몰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요건을 대부분 충족하는 사업 중의 하나로 꼽히기 때문이다.

직접판매공제조합,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의 ‘2020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다단계판매원들의 연령별 비율(양 조합 평균)은 50대(27.6%), 60대 이상(26.9%), 40대(26.4%), 30대(13.1%), 20대(6.0%) 순으로, 중장년층이 가장 많이 분포해 있다.

한 60대 판매원은 “주변 친구들 대부분 국민연금을 받는 나이 이전에 정리해고되거나 건강 악화 등의 이유로 오래 다니던 직장에서 그만뒀다”며 “젊어서도 열심히 일했지만, 나이 들어서도 가족들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해 일해야 하고, 다단계사업은 이러한 사람들을 받아 줄 수 있는 통로 중 하나”라고 꼽았다.

또 다른 중장년 판매원은 “평균적으로 자식 하나를 대학까지 졸업시키는데 3억의 양육비가 필요하고, 결혼시키려면 또 2억이 든다”며 “은퇴 후 아파트 경비원, 골프장 등 시설 관리인, 청소부 등으로 취업하는 지인들이 많지만, 이마저도 경쟁률이 높고 언제 잘릴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있어서 다단계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남녀 간의 임금 격차를 이유로 다단계사업에 뛰어드는 여성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8월 25일 고용노동부 임금직무정보시스템에 따르면 60세 이상 남성의 평균 임금은 약 3,860만 원이고, 여성은 2,580만 원으로 1,000만 원 이상 차이가 난다.

중년의 한 여성 판매원은 “주부들이 임신하고 출산하면 경력이 단절되게 마련이다. 늦게나마 일할 수 있는 곳은 한정돼 있고, 월급도 생활자금에 보태기에는 부족하다”며 “다단계는 육아에 허덕이면서 여기저기 돌아다닐 겨를이 없는 사람들도 가까운 지인들을 통해 충분히 사업을 시작할 수 있고, 짬을 내서 부업으로 할 수도 있다. 화장품이나 다이어트와 같이 여성들에게 익숙한 아이템들이 많아서 학력, 경력 같은 것이 굳이 필요하지도 않다”고 강조했다.


“몸 불편해도, 나이 많아도 할 수 있어”
중장년층이 지목하는 다단계판매사업의 또 다른 매력은 만 19세 미만의 미성년자가 아니라면 나이에 제한이 없고, 몸이 불편한 사람들도 얼마든지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썬라이더다이렉트코리아에는 현재 102세의 사업자가 활동 중이며, 홀로 지하철을 타고 회사에 방문할 정도로 남다른 열정을 보인다는 후문. 이미 회사 내에서는 지난 30여 년간 썬라이더 제품을 섭취해온 ‘열혈 소비자’로도 유명하다.

이 회사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없었을 때는 이틀에 한 번꼴로 꼬박꼬박 지하철을 타고 회사에 방문하셨다”면서도 “변이 바이러스가 퍼지고,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난 이후로는 활동이 뜸하시다”고 말했다.

프리마인은 지난 2018년 컨벤션을 개최했는데 이날 농아인 사업자가 새로운 직급을 달성하면서, 다단계판매산업은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산업임을 재차 증명해 보이기도 했다. 당시 프리마인 측은 컨벤션에 참석한 농아인들을 위해 행사에 수어통역사를 배치하는 등 원활한 행사 진행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현재도 일부 농아인이 프리마인에서 사업자로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수입을 위해 시작하는 중장년도 많지만, 사업적인 측면과 아울러 같이 여행가고, 공연도 하는 등 서로 웃고 즐기면서 청춘을 되찾은 것 같다고 느끼는 판매원도 많다”며 “최저임금법이 아닌 ‘후원수당 지급률 제한 35%’라는 이례적인 법률이 적용되는 상황에서도 다단계판매시장에 중장년층이 몰리는 현상은 고용시장에 시사하는 바가 크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두영준 기자endudwns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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