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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오후> 넘사벽 (2021-07-09 08:11)

넘사벽이란 ‘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라는 뜻으로, 매우 뛰어나서 아무리 노력해도 따라잡을 수 없거나 대적할 만한 상대가 없음을 이르는 말입니다. 단순한 줄임말인줄 알았더니 국어사전에도 등재되어 있더군요.

코로나19 이후 많은 사람이 제약·바이오기업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입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장기화되면서 연일 백신, 치료제에 대한 언론 보도가 쏟아지다 보니 사람들의 관심이 자연스레 쏠리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해부터 코로나19 백신, 치료제 등에 대한 임상 소식이 전해지면 관련주가 급등할 정도로 주식시장에서도 제약·바이오기업에 대한 위상이 달라졌죠.

건강기능식품과 의약품을 담당하는 기자이다 보니 올해 초부터 주식을 하는 친구들이 저에게 가장 많이 물어본 질문이 신풍제약에 관해서였습니다. 지난해 제약·바이오 최고 관심주로 등극했던 신풍제약은 코로나19 치료제 피라맥스 임상 진행으로 여전히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제가 해준 대답은 “큰 기대하지 마라”는 것이었습니다. 예상대로 며칠 전 피라맥스 임상 2상은 유의미한 결과를 내지 못해 실패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죠.

물론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기술력은 과거에 비해 엄청나게 발전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한국산 진단키트가 전 세계에서 호평을 받고 있으며 영국의 아스트라제네카, 미국의 노바백스와 모더나, 러시아의 스푸트니크Ⅴ 등 코로나19 백신도 한국 공장에서 생산할 수 있게 됐습니다. 또한, 셀트리온의 ‘렉키로나’는 유럽에서 안전하고 효과적인 유망한 코로나19 치료제로 선정됐습니다.

하지만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과 글로벌 기업들간에는 여전히 ‘넘사벽’ 만큼의 격차가 존재합니다. 얼마 전 영국 브랜드 가치 평가 기관인 브랜드 파이낸스가 발표한 2021년 세계 10대 제약회사 순위를 살펴보면 모두 미국, 유럽 회사들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들 기업의 매출만 살펴봐도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과 얼마나 격차가 벌어져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번에 국내에서 제일 먼저 접종이 시작돼 일반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아스트라제네카의 경우 이번 조사에서 10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아스트라제네카의 지난해 매출은 29조 2,825억 원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실적과 기업가치가 가장 높은 제약·바이오 기업으로는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꼽힙니다. 지난해 셀트리온의 매출은 1조 8,491억 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난해 매출은 1조 1,648억 원입니다. 세계에서 열 번째로 큰 제약회사와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나가는 제약·바이오 기업의 매출이 약 20배 넘게 차이가 납니다. 1위를 기록한 로슈의 경우 지난해 매출이 56조 3,420억 원에 달합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에서도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등 글로벌 상위권 제약회사들이 앞서나가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수많은 시그니처 브랜드와 신약을 개발한 인프라를 갖춘 기업들이 코로나19 백신 개발에서도 앞서 나가는 것입니다. 지난해부터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겠다고 큰소리쳤던 국내 기업 중에서 개발에 성공한 기업이 한 곳도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보통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약 2,000억 원~1조 원이 소요됩니다. 코로나19 백신, 치료제 개발에 대한 기사가 많이 나오면서 일반인에게도 익숙해진 임상시험의 경우 통상 신약 개발 비용의 약 50%를 차지하며, 개발 기간의 3분의 2가 소요됩니다. 그동안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신약후보물질을 개발해도 이런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감당하지 못해 글로벌 제약회사에 기술을 넘기는 경우가 비일비재 했습니다. 정부는 올해부터 2030년까지 10년간 총 2조 1,758억 원의 예산을 제약·바이오산업에 투자하기로 했습니다. 분명 큰 금액입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통상적으로 소요되는 비용과 비교해보면 과연 이정도 금액을 분산해서 지원하는 것이 어느 정도 성과를 낼 수 있을까에 대해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19로 인해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위상이 높아진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현실을 직시하고 관련 산업을 육성해나가야 합니다. 단숨에 따라잡을 수 없습니다. 단순히 예산만 퍼붓는다고 발전하는 산업도 아닙니다. 제약·바이오 산업이 발전하려면 기초과학의 바탕이 튼튼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학교도 학생도 기초과학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너무도 당연한 말이지만 우리나라 제약·바이오산업이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기초부터 튼튼히 다져야 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넘사벽’의 격차는 절대 줄어들지 않을 것입니다. 

 

최민호 기자fmnews@fm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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