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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는 ‘다단계’ 용어 오남용, 해결책 없어 (2021-07-02 09:08)

“명칭 때문에 위축된다”…“직접판매·후원판매로 바꾸자” 주장도

▷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다단계판매방식으로 ‘단기간에 개발돼 수배 이상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며 땅을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기획부동산 사기 관련 기사)”, “불법 다단계판매 범행은 고수익에 대한 유혹으로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가상화폐 관련 재판 중 재판부 발언)”, “사기·불법 다단계 등 관련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더욱 엄정히 대응해 국민들의 피해를 사전에 차단해 주길 부탁드린다(제21회 국무회의, 김부겸 국무총리 모두발언)”


가상화폐를 악용한 무등록 다단계판매 방식이 판을 치자 다단계판매에 대한 용어 오남용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언론, 정부기관, 사법부, 국회 등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다단계판매를 불법으로 오인할 수 있는 발언을 자주하고 있으나, 뚜렷한 예방책이나 해결책이 없어 업계 관계자들이 일제히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최근에는 부동산, 건설, 국민연금 등 다단계판매와 연관성이 전혀 없는 분야에서도 용어가 잘못 쓰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모두 공정거래위원회에 등록된 다단계판매업체가 아니었다. 금융위에 따르면 다단계판매 조직을 이용해 가상자산(가상화폐)을 판매하거나 이에 대해 후원수당을 지급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불법이다.

다단계판매업이 제도권에 들어선 지 약 26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이를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이유는 용어 오남용에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하소연이다. 다단계판매라는 말은 지난 1992년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법적 용어가 됐고, 1995년 다단계판매의 허용을 골자로 한 개정안이 나오면서 제도권에 들어섰다.

다단계(多段階)는 사전적 의미로 풀이하면 ‘여러 단계’를 뜻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다단계란 다단계판매를 약칭하여 부르는 것으로 통용되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해마다 용어 오남용에 대한 논란은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으며, 직·간접적인 피해도 계속되고 있다.

가장 비근한 사례로는 지난해 6월 다수의 언론매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쇄적으로 발생한 방문판매업체 리치웨이를 다단계판매업체로 보도하는 바람에 업계에 대한 여론이 싸늘해진 적도 있다. 

지난 2018년에는 공정위, 국회, 소비자단체, 한국직접판매산업협회 등의 관계자들이 참석해 방문판매법의 개정 방향을 놓고 토론하는 자리에서 한 소비자단체 실무자의 발언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는 “일부 언론의 기사를 보니 보물선 가상화폐, 중화지역 주택조합 사기분양 피해 등이 알고 보니 모두 다단계사기였다”며 이날 논제와는 무관한 이야기를 꺼냈고, 당시 참석했던 업계 관계자, 교수, 변호사 등이 나서 발언을 바로잡는 소동이 벌어진 것이다.

다단계판매와 관련된 용어 오남용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하자 일부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용어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모 업체의 대표는 “회사 홍보물이나 보도자료 등을 작성할 때도 굳이 다단계판매라는 용어를 쓰지 않는다. 대부분 회사가 네트워크마케팅이라든지, 직접판매라는 말을 쓰지 않냐”며 “오죽하면 다단계판매라는 말을 쓰면 손해를 보는 느낌도 든다. 차라리 바꾸는 것이 낫다”고 주장했다.

이와 달리 법조계에서는 현재로써 용어가 변경될 가능성은 희박하고, 오히려 업계의 체질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법무법인 위민 한경수 변호사는 “예전에도 직접판매, 특수판매 등으로 용어를 바꾸자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긴 했는데, 긍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부정적인 부분도 있어 용어 변경이 쉽지 않았다”며 “최근 코인으로 발생한 문제가 다단계판매업계와는 다른 영역이기는 하지만, 등록된 다단계판매업체 중에서도 상당수가 코인을 지급한 적도 있기 때문에 용어 변경이 지금으로써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용어 변경은 중장기적인 방안이 있어야 하고, 고려해야 할 부분도 많다”며 “업계 외부에서 바라본다면, ‘용어 바꾼다고 본질이 달라지냐’는 반응이 나올 수 있다. 오히려 협회 등에서 내부 자율정화 활동 등을 강화하면서 본질적인 문제를 개선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단계판매업계와 관련된 단체인 한국직접판매산업협회, 직접판매공제조합,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 등은 지난 2015년 용어 오남용에 대해 처음으로 공동 대응에 나선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영화 제작사, 언론사 등에 용어 오남용 정정 공문을 보내는 활동 외의 추가 대응은 요원한 상황.

한국직접판매산업협회 관계자는 “직접판매세계연맹에서는 우리나라와 달리 후원수당 체계, 조직구조와 관계없이 판매방식에 따라 직접판매(Di­rectselling)라고 통칭해서 부르고 있다”며 “회원사들이 명칭 때문에 위축된다거나 하는 의견이 있어서 이 부분이 개선돼야 한다는 인식을 하고 있고, 이를 대체할만한 용어에 대해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또 “지난해 11월 협회와 한국소비자법학회 등이 세미나를 통해 방문판매법 개정에 대해 논의하면서, 다단계판매 용어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며 “예전에 직판조합이 회원직접판매라는 대체용어를 제시했듯이, 이번에는 후원판매라는 용어가 제안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2010년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이 ‘다단계’ 용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한국 다단계판매 공제조합’으로 명칭 변경을 시도하기도 했으나, 무산된 바 있다.

 

두영준 기자endudwns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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