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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오후> 당신의 정체는 무엇입니까?

  • (2021-06-03 17:32)

3년 전 일부 다단계판매원이 미국의 인가받지 않은 가짜 대학으로부터 박사, 석사 등의 가짜 학위를 받아 ‘스타강사’로 활동하고 있다는 기사를 게재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가짜 대학의 한국인 이사장은 학비 명목으로 199명에게서 17억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구속된 이사장은 다단계판매원을 대상으로 네트워크마케팅학과 석박사과정을 알선했고 실제 부산에서 학위수여식을 갖기도 했습니다.

이 대학으로부터 학위를 받았다는 판매원들은 자신을 소개할 때 버젓이 ‘박사’ 또는 ‘석사’ 타이틀을 제일 먼저 내보였죠. 위 소식이 전해지자 이들은 자신의 경력 사항에서 조용히 박사 또는 석사 타이틀을 지우게 됐습니다. 당시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학벌주의로 인한 한바탕의 소동은 참 씁쓸한 기억으로 남아있게 됐죠.

그런데 최근 개발자·교수·박사라는 타이틀로 업계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A씨에 대한 소식을 듣게 됐습니다. 지난해부터 이름은 익히 들었는데 최근 업계와 더 깊숙이 관계되어있는 것 같아 그의 행보에 관심을 두게 되었죠. A씨의 기본 프로필을 살펴보면 국내 대학의 교수로 있으며, 최근 건강기능식품의 트렌드 성분을 몇 년 전 개발한 인물로 여러 방송에 자주 등장해 관련 성분의 효능에 대한 강의를 했던 사람입니다. 우리나라 국민의 건강을 위해 왜 해당 성분이 중요한지 어떻게 관리를 해야 하는지 등의 강의로 나름 유명세를 탄 사람입니다. 그리고 해당 성분과 관련된 단체의 대표도 맡았습니다.

지난해 A씨는 개발한 성분을 활용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지만, 판로 개척을 위해 방문판매 사업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그러던 중 올해 한 공제조합에 해당 성분명을 이용한 다단계판매회사가 등장했습니다. 주소지를 확인해보니 A씨가 대표로 있는 단체의 주소와 동일했습니다. 물론 그 회사의 대표는 A씨가 아니었습니다. 서류상으로는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였죠. 처음에는 단순히 제품을 납품하는 사이이고 편리성을 위해 같은 주소지에 다단계판매 회사가 있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비슷한 시기에 또 다른 공제조합의 한 업체와 A씨가 MOU를 맺는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A씨와 신규 회사와는 우연의 일치였는지, 아니며 제품 판매 확대를 위해 거래처를 늘린 것인지 A씨에 대한 궁금증은 더 커졌습니다. 궁금증을 해소하고자 예전 A씨와 거래를 하거나 관계를 맺었던 사람들을 통해 조금씩 A씨에 대해 알 수 있었습니다.

A씨에 대해 알아가면서 놀라웠던 점은 상당히 오래전부터 우리 업계와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A씨가 거쳐 갔던 회사들 모두 A씨에 대한 평가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안 좋았습니다. A씨를 접했거나 알고 있는 업계 사람들은 A씨가 언변술이 굉장히 능하다고 평했습니다. 강의도 잘하고 개발했다고 하는 성분에 대해서도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그와의 인연은 오래가지 못했고 끝은 지저분했습니다.

모 업체는 A씨에게 회원 대상 강의를 맡겼는데 강의장 인테리어 비용 때문에 현재 A씨와 소송을 진행 중이라고 했습니다. 또 다른 업체는 A씨가 예전 내세웠던 대학 교수 타이틀을 확인하기 위해 해당 대학에 재직 여부를 문의했는데 ‘그런 교수는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해당 업체는 A씨가 개발했다는 성분을 함유한 제품을 납품받아 판매하면서 성분 사용료는 다른 연구기관에 지불하고 제품 판매량에 따른 로열티는 A씨에게 지불했습니다. 회원 대상 강의료도 A씨는 꼬박꼬박 챙겨갔다고 합니다. 이에 이상하게 여긴 직원이 그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대학에까지 직접 문의를 했던거죠. 어찌됐던 제품이 인기를 얻어 판매량이 늘어나자 A씨는 로열티 비용을 올리게 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제품의 인기는 시들해지고 A씨에 대한 의혹을 품고 있던 회사는 A씨와 분쟁이 잦아지면서 현재는 소송이 진행 중이라고 했습니다.

A씨는 다단계판매업체와 관계를 맺으면서 직접판매기업과도 연을 맺습니다. 이 직판기업은 꽤 유명해서 이름만 대도 알만한 곳입니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이름을 떨친 직판기업으로, 국내 시장 확장을 위해 그간 여러 번 다단계판매업체에 투자를 했던 업체죠.

어떻게 연이 닿았는지는 몰라도 오너와 A씨는 상당히 가까워졌고 앞서 언급했던 A씨가 대표로 있는 단체의 회장을 이 직판기업 오너가 맡고 있습니다. A씨는 이곳에서도 회원을 대상으로 강의를 했습니다. 다단계판매업체에서 했던 것과 똑같이 말이죠. 이곳에서도 한 직원이 분명한 아이덴티티를 위한 증명서류를 A씨에게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그 직원은 1년이 넘도록 요청했음에도 단 한 번도 두 눈으로 확인한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대학교수, 박사, 개발자 등의 호칭은 모두 구두에 의해 전해졌을 뿐 어느 하나 명확하게 증명한 것이 없었던 거죠.

해당 직원은 오너에게 여러 번 A씨에 대한 의혹을 보고했으나 A씨에게 푹빠진 오너는 보고를 무시했습니다. 결국 해당 직원이 회사를 떠나야하는 상황에 이르렀죠.

A씨를 거친 모두는 A씨를 ‘사기꾼’이라고 평했습니다. A씨에 대해 알아갈수록 개인적으로 그가 지금 업계에서 회사를, 그리고 회원들을 농락하고 있다는 생각이 강해졌습니다. 이것이 사실이 아니라면 A씨는 분명 자신의 진실된 정체를 드러내야할 것입니다. 당신의 정체는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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