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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를 一喜一悲하게 만든 가상화폐의 근원 (2021-06-03 17:25)

<기획> 표류하는 가상화폐, 어디로 가나 ①가상화폐의 역사

최근 코로나 팬데믹 만큼 전 세계를 들썩거리는 소식은 ‘가상화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특정 국가의 정책에 의해 혹은 영향력 있는 인물의 말 한마디에 급등락을 보이며 가치가 요동치는 가상화폐로 인해 각종 매체는 연일 앞다퉈 가치에 대한 소식과 미래 상황을 예상하는 기사들로 넘쳐나고 있다.

국내에서도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연령대가 점차 낮아지며 이젠 고등학생까지 투자한다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가상화폐를 통한 일확천금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또 이러한 투자 심리를 악용한 각종 사기꾼들이 난립해 다양한 산업 분야에 투자 사기 피해가 많아지고 있다.

전 세계를 일희일비하게 만든 가상화폐. 그 근원과 주요 가상화폐의 역사에 대해 먼저 알아봤다.


가상화폐의 시작-금과 교환해 주는 이골드
세계 최초의 가상화폐에 대한 정의는 아직 불분명하다. 하지만 많은 수의 사람들이 꼽는 가상화폐의 시작은 1996년 미국의 ‘이골드(E-Gold)’이다. 이골드는 일반적인 화폐처럼 환금성을 갖고 있었다. 말 그대로 금과 교환해 주는 것을 말한다.

가상화폐명과 동명의 회사인 이골드가 시작한 사업이었는데, 가입자들은 실제 돈을 주고 금으로 가치를 환산할 수 있는 양의 이골드를 지급받았다. 그리고 이골드를 송금할 때 미국 은행들이 평소 떼어가는 막대한 수수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적은 수수료로 송금을 할 수 있었다. 완전 새로운 세계가 열린 것이다.

▷ 일러스트: 노현호

2006년이 되면 500만 명 이상의 가입자가 이골드 서비스를 사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당시 이골드는 겨우 7,100만 달러(한화 약 788억 원)의 금을 보유한 상태에서 20억 달러(한화 약 2조 2,210억 원)의 거래를 성공시켰다.

하지만 이골드의 천하는 오래가지 못했다. 아무런 가치도 없는 종이 위에 숫자를 써놓고서는 이 숫자만큼의 재화나 용역을 상대방에게 요구하는 것이 바로 화폐다. 만약 종이에 ‘1,000,000’이라는 숫자를 쓴 뒤 길에 나가서 다른 사람에게 ‘당신 휴대폰과 이 종이를 교환합시다’라고 말하면 제정신이 아니라는 소리를 듣지만, 중앙은행이라는 정부가 뒷받침하는 기관이 ‘화폐’라는 위조하기 힘든 형태의 종이를 인쇄해 찍어내면 사람들은 이걸 믿는다.

이골드는 이런 불완전한 화폐 경제의 시대에 ‘금과 교환해 주겠다’는 약속만으로 수백만 명의 사람들을 끌어들였다. 그때 누군가 이런 믿음을 이용하려 들었다. 화폐의 역사에는 언제나 위조와 사기가 항상 같이 있었다. 최초의 가상화폐를 바라본 사기꾼들 또한 똑같은 생각을 했다. ‘가짜 이골드를 만들 수 없을까?’‘거래가 일어나지 않은 이골드 송금을 일어난 것처럼 소일 수는 없을까?’‘불법 자금과 같은 검은 돈세탁에 이골드를 사용할 수 없을까?’ 등등.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전부 일어났다.

인터넷으로 통용되는 가상화폐는 인터넷 상의 다른 정보들과 마찬가지로 국경이 없었기 때문에 상황은 더 심각했다. 동유럽 해커들이 이골드 시스템의 약점을 찾아내 달러를 빼돌리기 시작했고, 이골드는 물론 유사한 가상화폐 서비스들이 대거 돈세탁에 이용되기 시작했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테러 자금 추적에 열을 올리던 미국 정부는 이골드와 리버티리저브 등 유명한 가상화폐 업체들을 조사하기 시작했고 결국 강제로 해당 서비스를 폐업시켰다. 한 번 문을 닫고 휴지조각이 된 가상화폐는 제 가치를 복원할 길이 없게 된다. 화폐의 가장 중요한 작동 원리였던 ‘신뢰’가 깨졌기 때문이다. 당시 가상화폐는 그저 일장춘몽이 되는 줄로 알았다. 


싸이월드의 도토리, 리니지의 아데나도 가상화폐다
미국에서 현실의 화폐를 대신할 수 있는 새로운 가상화폐가 등장했다가 범죄 조직의 눈길을 끌며 어둠의 경제에 사용되었다 결국 퇴출되는 우여곡절을 겪는 동안 한국에서도 독특한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바로 온라인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가상화폐다.

한때 3,000만 명 이상의 회원 수를 자랑했던 국내 최대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싸이월드에서 사용됐던 ‘도토리’나 국민 온라인 게임으로 불리던 리니지에서 사용된 ‘아데나’ 같은 가상화폐가 대표적이었다.
▷ 일러스트: 노현호

특히 도토리의 인기는 대단했다. 1개에 100원이라는 현금과의 등가성을 가졌던 이 가상화폐는 재미있고 친근한 이름 덕분에 수많은 에피소드를 낳았다. ‘싸이월드 도토리가 너무 인기라서 다람쥐가 먹을 도토리가 없어졌다’는 썰렁한 농담이 유행할 정도였다.

우습게 보이지만 당시 이 도토리 매출로만 싸이월드는 2,0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다. 온라인에서만, 그것도 단일 서비스에서만 쓰이는 가상화폐로는 엄청난 성과였다.

엔씨소프트의 온라인 게임 ‘리니지’에서 사용되는 ‘아데나’라는 가상화폐도 굉장히 인기가 많았다. 아데나에는 현금과 1:1로 연결되는 환금성이 보장되지 않았다. 오히려 엔씨소프트 측은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아데나의 현금 거래를 금지하거나, 적발되는 유저의 활동을 제한하는 등 환금성을 줄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리니지 게임이 인기를 끌면서 사용자들의 욕망은 커져만 갔고, 회사의 통제를 넘어서게 됐다. 게임 속에서 얻은 게임 아이템을 현금으로 사고 팔고자 하는 사람들이 생겨났고, 이들의 거래를 돕기 위해 엔씨소프트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아데나를 교환하는 서비스도 생겼다.

싸이월드와 엔씨소프트에는 차이가 있었다. 싸이월드는 도토리를 발행하면서 현금과 교환해 준다는 약속을 했다. 사람들은 이 회사를 믿고 자신의 돈 100원을 지불해 도토리 1개를 구입했다. 도토리 자체의 가치는 변하지 않고 도토리의 통화량은 회사에 의해 자체적으로 관리됐다.

반면 엔씨소프트의 아데나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아데나 거래에는 회사의 통제력이 미치지 않았다. 이미 발행된 아데나는 여러 거래소를 통해 독립적으로 거래되고, 가치는 정해진 것이 아니라 계속 변했다. 마치 한번 발행된 원화가 달러나 엔화 같은 외환과의 교환에서 늘 가치가 변동하는 것과 비슷하다.

사람들은 아데나로 게임 아이템이라는 재화를 구입할 수도 있지만, 아데나 자체를 거래할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필연적으로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이 발생한다. 엔씨소프트는 이런 상황을 적절히 통제하기 위해 아데나를 거둬들이거나 더 발행했다. 한국은행처럼 화폐를 찍어내는 ‘발권력’을 동원하는 대신 사냥할 때 아데나를 많이 주는 몬스터를 늘린다거나, 아데나를 많이 지급해야 살 수 있는 좋은 아이템을 늘리는 방식을 쓴다는 점이 다를 뿐이었다. 이런 리니지의 경험은 향후 다른 게임들에게도 큰 영향을 줬다. 그리고 시간이 지난 뒤, 게임 머니가 아닌 본격적인 가상화폐가 등장하는데, 그것이 바로 비트코인이다.


새로운 신뢰 시스템, 비트코인
현재 가장 주목받고 있는 가상화폐는 비트코인이다. 비트코인은 가상화폐 중에서도 최근 들어 크게 주목받고 있다. 무엇보다 중앙은행 역할을 하는 집중화된 통제 기구가 없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렇다면 비트코인은 누가 만들었을까?

비트코인은 원래 2009년 사토시 나카모토(Sa­toshi Nakamoto)라는 별명을 사용하는 익명의 프로그래머(또는 복수의 프로그래머들)가 만든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로 맨 처음 도입된 것이다. 그간 BTC 창시자가 누구인지에 대해 수많은 풍문이 돌았으나 나카모토라고 지목된 인물들은 모두 공개적으로 이를 부인한 바 있다.
▷ 일러스트: 노현호

나카모토 본인은 일본에 거주하는 37세의 남성인 것으로 주장했으나 유창한 영어 구사 능력이나 소프트웨어에 일본어 라벨이 없는 것을 보면 나카모토가 사실은 일본인이 아닐것이라고 의심하게 된다. 2010년 중반 경에 나카모토는 다른 일에 관심을 갖고 비트코인 관련 업무는 BTC 커뮤니티 내 몇 명의 인사들에게 맡긴 바 있다. 그는 또한 개빈 안드레슨(Gavin Andresen)을 선임 개발자로 임명하기도 했다.

비트코인 이전의 가상화폐는 명시적인 가치를 부여하거나 통화량을 조절하는 기능으로 가치를 결정했지만 비트코인은 그렇지 않다. 비트코인은 마치 땅에서 금을 캐듯 컴퓨터를 이용해 생산해 내야 한다. 이를 가리켜 비트코인 사용자들은 금을 캐듯 채굴한다고 표현한다.

이렇게 채굴된 비트코인이 시장에서 거래된다. 거래가격과 채굴가격은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다. 비트코인을 생산하려면 아무리 좋은 컴퓨터라고 할지라도 꽤 시간이 걸리는 수학식을 풀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들어간다. 전기료, 컴퓨터 구입비, 인건비, 감가상각비 등등. 거래 가격이 채굴 비용보다 낮으면 사람들은 비트코인을 생산하고 말겠지만, 비트코인 채굴이 힘든 까닭에 거래가격은 계속 폭등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로 신뢰성 높아진 비트코인
비트코인은 이런 원리 때문에 유명해졌다. 가격이 급등락을 거듭하기는 해도 꾸준히 안정적으로 상승해 왔을 뿐만 아니라 높은 수준의 암호 기술이 적용돼 믿을만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일본과 같은 국가에서는 거래에 사용할 수 있는 가상화폐로 인정해주기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뒤에 있는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이다.

블록체인의 원리는 간단하다. 기존의 화폐나 가상화폐는 그 가치를 중앙의 통제기구가 증명했다. 예를 들어, “1만 원이라고 써 있는 이 증서를 가져오면 은행이 1만 원어치의 금을 주겠다”라는 식으로 약속해 주는 것이다. 이골드도 그런 약속을 했고 도토리도 그런 약속이 있었다. 게임머니도 게임회사가 보장한 것은 아니었지만 게임 속 시스템이 특정 게임 아이템으로 환금 가능하다는 약속을 했다.

반면 비트코인은 달랐다. 누구도 아무것도 보장하지 않는다. 이때 블록체인이 등장한다. 블록체인은 “비트코인 1개를 교환하면 그 교환이 문제없이 이뤄졌다는 것을 내가 보장한다”라는 메시지를 거래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기록하는 방식이다. 1만 원 지폐가 사용될 때마다 은행이 누구에게서 누구에게로 그 지폐가 전달되었는지 하나하나 기록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방법이지만, 블록체인의 세계에서는 가능하다.

이렇게 모든 거래가 모든 참여자에게 공개되는 블록체인 기술이 도입되면서 비트코인은 갑자기 다른 무엇보다 신뢰할 수 있는 화폐라는 독보적인 지위를 갖게 됐다. 거래가 모든 참가자에게 기록으로 남기 때문에 사기가 불가능하고, 위조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비트코인 만이 아니다.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하는 이더리움, 라이트코인 등 수많은 암호화폐 등이 이런 신뢰기반에서 작동한다.


비트코인으로 살 수 있는 것은?
비트코인이 맨 처음 도입되던 2009년에는 비트코인으로 무엇을 살 수 있을지에 대해 아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이제는 상황이 달라져서 이 세상 거의 모든 것들을 살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나 델 같은 거대 기업들도 다양한 제품과 디지털 콘텐츠를 BTC로 살 수 있게 허용하고 있다. 에어 볼틱(AirBaltic)이나 에어 리투아니아(Air Lithuania) 같은 항공사들도 비트코인 결제를 허용하고 있다. 또한 비트코인을 이용해 영국의 공연 티켓 판매회사인 씨어터 티켓 디렉트(Theatre Tickets Direct)로부터 공연 티켓을 살 수도 있고, 어니스트 브루(Honest Brew)로부터는 크래프트 맥주를 사서 마실 수도 있다.

다른 옵션으로는 호텔 객실료를 지불하거나 부동산을 살 수 있고 다수의 바와 레스토랑에서 식대로도 낼 수 있으며 데이팅 웹사이트에서도 회원료를 지불하고 기프트 카드를 사고 온라인 카지노에서 노름을 할 수 있고 자선단체에 기부를 할 수도 있다. 이에 더해 다수의 온라인 마켓플레이스에서 물품을 구매하거나 심지어는 마약 같은 불법 상품에서 고가 명품까지 살 수 있다.

비트코인은 상대적으로 도입된지 얼마 되지 않았고 결제 방식이 복잡하기 때문에 여전히 사용할 수 있는 선택의 여지가 아직 넓지 않다. 그러나 비트코인의 사용처는 날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으며 커피점에서 거대 기업에 이르기까지 점점 많은 수의 사업자들이 비트코인을 받고 있다.

<참고 자료: 코인텔레그래프, 크립토길라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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