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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오후>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사업 (2021-04-23 09:31)

3년 전 그때가 생각납니다. 온산이 울긋불긋 물들어가는 바야흐로 만산홍엽의 계절이었죠. 프리마인이 대전에서 진행한 컨벤션에 취재 차 참석한 적이 있습니다. 행사의 끝 무렵에 진행된 직급인정식 중 한 농아인 사업자가 새로운 직급을 달성했고, 승급 소감을 수화로 전달했는데, 그때의 장면이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직급인정식을 지켜보면서 몸이 불편하지 않은 사람도 해내기 힘든 일을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큰 성과를 냈다는 점이 대단하고, 존경스럽고 한편으로는 다단계판매산업은 누구에게나 성공할 수 있는 길이 열려있다는 사실을 재차 느끼기도 했던 순간이었습니다. 그 사업자는 수상소감을 통해 이날이 일생을 통틀어 가장 감개무량한 자리라고 고백했고, 사업에 도움을 준 파트너와 스폰서들에 대한 감사 인사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생각해보면 그동안 다단계판매산업은 예기치 못하게 일자리를 잃었거나 마땅한 직장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고마운 역할을 톡톡히 해왔습니다. 외환위기, 미국발 금융위기가 확산했을 시절에도 수많은 실업자들을 판매원으로 유입하면서 이들의 일자리가 되어주었을 뿐만 아니라 시장 활성화 등으로 국내 경제에도 고무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여성들이 남편의 콧대를 납작하게 해줄 수 있는 일 중의 한 가지도 바로 다단계판매산업입니다. 판매원으로 성공한 매우 유능한 부인을 둔 남편들은 대부분 집에서 앞치마를 두르고 청소하고, 요리하고 이 밖에 온갖 허드렛일을 하면서 부인의 말을 거스르지 않고 고분고분하게 살아가고 있다고 합니다. 문득 남편이 이쁜 짓을 많이 해서 벤츠를 사줬다는 한 여성 판매원의 이야기가 떠오르기도 하네요.

판매원과 업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다단계판매업계의 남녀성비는 여성 7, 남성이 3 정도로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다고 합니다. 여성의 인권은 과거와 비교해 한결 나아지긴 했어도 2000년대 초중반, 또 훨씬 이전만 하더라도 그리 높은 편이 아니었습니다. 남성과 동등하게 근로를 제공하면서 동등한 급여를 받는 일을 찾는 건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려웠죠. 또 살림과 육아 등 바쁜 와중에 부업으로 할 수 있고,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장점 덕분에 이 산업에 많은 여성들이 몰렸을 겁니다.

판매원들은 연차가 쌓였다는 이유로, 학연‧지연‧혈연을 이유로 더 많은 봉급을 타가는 웬만한 직장인들보다 자신이 노력한 만큼 돈을 벌 수 있는 다단계판매산업이 훨씬 더 매력적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밑천이 없어도, 가방끈이 짧아도, 몸이 조금 불편해도, 조금 늦게 시작해도 맨주먹으로 승부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감동하기도 하죠. 물론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산업이기는 해도 시작하면 무조건 성공할 수 있는 사업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자신을 이끌어 줄 믿을 만한 스폰서가 있다면, 딱 1년만 제대로 사업하면 반드시 성과가 눈에 보이는 재미있고 신비한 사업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요즘 들어 이러한 다단계판매산업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옵니다. 똑같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했는데, 여기서는 35%의 후원수당밖에 받지 못하고 어디서는 60∼70%를 받는다는 이야기 나오면서부터입니다. 계속되는 회의감에 다단계업계를 떠나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고, 업체의 경영진들 역시 깊은 고민에 빠져있다고 합니다.

다단계판매산업이 많은 소비자들에게 품질을 인정받고, 소비자 피해 발생 사례가 줄어든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방문판매법의 규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후원수당 35%, 가격상한선 160만 원, 반품기한 3개월 등 일반적인 유통산업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조항들이 정해졌고, 이 정해진 룰 안에서 다른 업체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제품력에 만전을 기해야 했을 것이고, 정도경영을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 많은 시간이 흘러 시장이 안정화됐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업계는 깨끗해질 대로 깨끗해졌기 때문에 이러한 조항은 업계를 정화할 수 있는 기능은 상실했고, 업계가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없는 독소조항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지칠 대로 지친 많은 판매원들은 업계를 떠나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고 합니다. 판매원들의 이탈을 막지 못한 것은 방문판매법으로 인해 그렇게 해줄 수 없음에도, 더 많은 혜택을 주지 못한 회사의 책임이 크다며 자책하는 경영진들의 안타까운 하소연도 숱하게 들리고 있습니다.

올해 초 다단계판매 시장의 전반적인 매출이 전년보다 더 큰 하락세를 보였다고 합니다. 다시 회복세를 보이곤 있어도 예년만 못하다는 이야기가 지배적입니다. 이러한 가운데 수당을 잔뜩 풀어준다며 다른 업계로 유인 행위를 하는 사업자들이 판매원들의 이탈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현재 상황이 절대 가벼운 것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업계 관계자들이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중지를 모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매력적인 이 산업이 퇴화하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두영준 기자endudwns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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