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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오후> 공정하다는 착각

  • (2021-03-18 17:37)

LH(한국토지주택공사) 임직원들의 광명 신도시 부동산 투기 의혹이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국민들이 이번 부동산 투기 의혹에 분노하는 것은 바로 우리 사회에서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공정성’이 훼손됐다는 점 때문입니다.

2017년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국민들의 선택을 받은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공정’과 ‘정의’였습니다. 문재인 개인이 잘해서 뽑힌 게 아니라 박근혜 정권이 정치권력을 사유화시키며 이를 부정부패에 이용했고, 이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로 인해 공정과 정의를 전면에 내세운 문재인 대통령을 선택한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이번 정권은 다른 어떤 것보다 공정과 정의라는 가치를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이 두 가지가 무너지면 냉정하게 이번 정권은 존재의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번 LH 부동산 투기 의혹을 보면서 국민들은 “현재 우리가 과연 공정한 사회를 살고 있나?”라는 의문과 함께 분노의 욕지기가 치밀어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일부 LH 직원들의 적반하장 식 태도는 타오르는 국민적 분노에 기름을 끼얹는 형국입니다.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이 나오자 LH 직원들의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는 “LH 직원은 투자하지 말란 법 있나요?”, “공부 못해서 못 와놓고 꼬투리 하나 잡아 조리돌림 한다”는 조롱까지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로 잘 알려진 마이클 샌델 교수는 얼마전 출간한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능력주의가 과연 공정한 것인가?라는 화두를 우리에게 던집니다.

실제로 익명의 LH 직원이 “공부 못해서 못 와놓고 꼬투리 하나 잡아 조리돌림 한다”는 말은 입시와 능력주의에 함몰된 대한민국의 민낯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개인의 노력과 능력에 의해 자신이 정당한 보상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것은 승자들이 승리를 오직 자기 노력의 결과이고, 내가 잘나서 성공한 것이라고 여기게 만듭니다.

그런데 과연 입시를 잘 치르고,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직장에 취업하고, 자신의 능력으로 부를 창출하는 모든 능력이 단순히 자신만의 노력의 결과일까요? 부러우면 너네도 우리 회사에 들어오라고 비꼬는 익명의 LH 직원은 과연 자신의 능력만으로 취업에 성공한 것일까요? LH 취업을 준비했지만, 입사하지 못한 수많은 사람들은 그만큼 준비를 덜 했기 때문인가요? 우리는 개인 능력에 따라 성공할 수 있는 사회에서 살고 있지만, 이 사회가 과연 기회 제공과 능력을 공평하게 발휘할 수 있는 사회인지는 생각해봐야 합니다.

이번에 광명 신도시 예정지에 땅을 산 직원중에 정말 개인적으로 부동산을 공부하고 면밀히 분석해 땅을 매입한 사람도 존재할 수 있습니다. 만약 그런 사람이라면 국민 누구도 불공정하다 말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수십억의 대출을 받아 대한민국의 수 백개의 도시 중에 정확하게 찍어서 개발이 될지 않될지 모르는 땅을 샀다면, 자신이 투자한 근거를 명확하게 설명해야 합니다.

현재의 대한민국은 자본주의, 민주주의라는 단어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자본주의, 민주주의가 우리가 어릴 적 교과서에서 배웠던 것처럼 현대사회에서 가장 공정한 정치적, 경제적 체계인지는 확신하기 어렵습니다.

자본주의, 민주주의 사회에서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부를 창출하는 것은 욕 먹을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부러움의 대상이죠. 문제는 공정하지 못한 방법으로 돈이 돈을 벌게 만드는 시스템이 우리 사회에 알게 모르게 작동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박근혜 정부에 수많은 사람들이 촛불을 들었던 이유는 나와 내 가족이 앞으로 살아갈 세상이 공정해야 한다는 간절한 소망 때문이었습니다. 그냥 정당하게 일을 하고 정당하게 벌이를 받으며 죄를 저질렀다면 정당한 대가를 받고 모두가 이를 납득할수 있는 사회, 새치기 없이 정해진 순서대로 자신의 능력에 맞춰 사는 사회가 촛불을 들었던 많은 국민의 바람이었습니다.

이번 LH 사태를 보면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다시 묻고 싶습니다. “당신이 그토록 강조하던 공정과 정의는 어디에 갔습니까? 지금 여기 어디에 상식적인 정의와 공정성이 있습니까?”

 

최민호 기자fmnews@fm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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