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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국업체 정체성 재정립할 시기 (2021-02-18)

각 국가마다 고유의 정체성이라는 것이 있다.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미국은 성과를 가장 중요시하고 일본은 눈앞의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전으로 끌고 간다. 독일의 경우 노사간, 회사와 판매원 간의 신뢰가 돈독하고 중국의 경우 꽌시, 즉 인맥이 없으면 사업을 이어갈 수 없을 정도로 돈과 시간이 들어간다는 특징이 있다.

그렇다면 한국 기업의 정체성은 무엇일까? 대다수의 판매원들은 자국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한국회사에 대해 신뢰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 기업의 이러한 경향은 뿌리 깊은 유교문화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크다.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는 말이, 곧 경영자가 왕이라는 말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과거 조선시대는 말할 것도 없고,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는 동안 피폐해진 경제상황으로 인한 실업시대를 경험한 것이 고용주는 곧 생명줄이라고 인식됐기 때문이다.

문화와 풍습이 쉽게 바뀌지 않듯이 한국인의 유전자에 각인된 ‘갑질 본능’ 역시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잊을만 하면 터져 나오는 기업주의 갑질에 관한 뉴스는 더 이상 놀랍지도 않을 지경이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기업이란 공공성이 강조되는 집단이지만 대다수의 기업인은 ‘내 회사’로 인식하는 경향이 크다. 바로 이 지점에서 한국 기업의 정체성이 가장 분명하게 드러난다. 임직원이나 국민들의 인식도 크게 다르지 않아서, 자기 회사 자기 마음대로 하는 데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례도 그다지 많지 않다. 유독 한국에만 왕회장이나 총수라는 묘한 이름표가 붙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반적인 기업의 경우 창업주나 최고 경영자가 독단으로 끌고 가더라도 ‘운때’만 맞으면 그다지 큰 무리없이 기업이 유지된다. 그러나 다단계판매 기업이라면 좀 다른 이야기가 된다. 수많은 중견기업들이 도전했다가 고배를 마시는 것도 기업주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려다 제풀에 지쳐 손을 들고 만 것이다.

또 나름대로 선전하던 다단계판매 기업이 돌연 내리막을 걷거나 무대 뒤로 사라지는 것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회장이라는 이유로, 창립자라는 이유로, 경영자라는 이유로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착각이 기업을 몰락하게 하고, 회사에 명운을 걸었던 판매원들을 나락에 빠뜨리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기업의 창립자 또는 경영자들은 몰락한 기업으로부터 단 한 가지도 배우지 못한다. 배우지 못하니 변화할 수 없고, 변화하지 못하니 실패와 몰락까지 답습하는 지경에 이르고 만다. 그리하여 수많은 판매원들이 이구동성으로 ‘국내 기업은 믿을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지금 당장 한국 기업의 정체성에 대해 설명해 보라고 한다면 ‘신뢰할 수 없는 기업’이 될 것이다. 신뢰라는 것은 약속을 얼마나 지킬 수 있는지, 지키려는 노력을 기울이는지를 말하는 것이다. 약속을 했다면 반드시 지켜야 하고, 지킬 수 없는 약속이라면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한다. 물론 바라는 것도 많고 기대하는 것도 많은 판매원들을 상대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떠밀리다시피 약속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렇지만 당장은 불편하고 껄끄럽더라도 되는 것은 된다고 하고 안 되는 것은 안 된다고 할 수 있어야 기업의 수명도 길어진다. 아무리 별난 판매원이라고 해도 외국계 기업에 가서는 별다른 요구를 하지 못한다. 그들의 원칙을 알기 때문이다. 원칙을 세우고 원칙에 입각해 경영하는 것만이 한국 기업의 정체성을 다시금 정립할 수 있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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