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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 그 나라, 그 기업 (2021-02-18 17:35)

국가의 특성, 기업의 문화·제품철학에도 영향


한국의 다단계판매는 미국에서 건너온 암웨이에서 비롯됐다. 처음 다단계판매가 소개됐을 당시 사람들은 이 유통 방식에 대해 참신하다고 평가했으며,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는 보물단지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이후 수많은 토종기업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일본, 중국, 독일 등 다양한 국가에서 한국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여러 국가의 기업이 한국에 있는 만큼 그 나라마다 기업의 색깔도 다르다. 어떤 차이가 있을까?


노력보다는 성과주의인 미국
미국은 GDP 대비 소비 비중이 70%에 이르는 세계 최대의 소비시장이자 최대 규모의 수입시장으로 평가받는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2020년 3분기 미국의 GDP 대비 개인소비지출 비중은 68%이고, 1인당 실질 GDP는 5만 6,251달러로 나타났다. 또한 2019년 기준 미국의 소득이 있는 15세 이상 인구는 약 2억 3,529만 명이라는 게 미 통계청 조사다. 특히 소수민족, 밀레니얼 세대 등의 구매력이 확대되면서 미국 시장에서는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계를 타겟으로 한 상품이 급증하는 추세다.

현재 한국에 진출해 있는 외국계 다단계판매업체는 암웨이, 뉴스킨, 유니시티, 허벌라이프, 유사나, 시너지월드와이드, 매나테크 등 미국 기업들이 시장점유율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 기업의 가장 큰 특징은 성과를 굉장히 중요시한다는 점이다. 이미 1900년대부터 경영학자 테일러가 더 많은 성과를 낸 곳에 더 많은 보상을 한다는 ‘테일러리즘’이라는 기법을 도입했고, 현재까지도 수많은 기업이 채택하고 있는 시스템으로 알려져 있다.

한 미국계 업체 관계자는 “미국 회사는 일을 얼마나 오래했는지보다는 성과를 굉장히 중요시한다”며 “우리나라와 달리 직원을 해고하는 것이 유연해 실적이 좋지 않으면, 지사장이나 임원진에 대해서도 가차 없이 해고 통보한다”고 설명했다.

참고로 미국은 세계경제포럼의 노동시장 유연성 평가에서 141개국 중 3위를 기록할 만큼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은 97위이며, 일본 11위, 영국 14위, 독일 18위, 프랑스 35위 등의 순이다.

또한, 한국경제연구원이 세계은행의 ‘기업환경평가 2019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한국은 법에 따라 근로자 1명을 해고하는데 평균 27.4주치 임금이 비용으로 발생하고, 미국은 법적 해고비용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독일(21.6주), 프랑스(13.0주), 영국(9.3주), 이탈리아(4.5주), 일본(4.3주) 순이다.

성과를 중요시하는 탓에 갑작스럽게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판매원들의 신뢰를 잃는 경우도 있다.

비근한 사례로는 국내에서 15년 이상 영업했던 메리케이가 꼽힌다. 당시 메리케이는 “한국의 화장품과는 경쟁이 되지 않는다”는 보스턴컨설팅그룹의 보고와 2015년부터 이어진 실적 부진으로 한국 철수를 결정했다. 하지만 “석연치 않다”는 일부 판매원들의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 이 밖에도 지난 2018년 한국에서 철수한 모데어가 전신인 뉴웨이즈인터내셔널에 이어 두 번이나 한국 시장에서 철수를 반복했다.


믿음과 신뢰 ‘독일’…제품은 비건이 인기
피엠인터내셔널의 비약적인 성장으로 독일계 기업들도 속속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후발주자로 LR헬스앤뷰티가 등장했고, 마찬가지로 독일에 본사를 둔 기업 ‘힐러’의 진출 소식이 간헐적으로 들리고 있다.

독일은 EU의 중심부에 위치해 유럽 경제의 요충지로 꼽힌다. 코트라에 따르면 독일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약 5%로, 미국, 중국, 일본에 이은 세계 4위의 경제 대국이고, 산업의 주된 분야는 자동차, 기계, 화학, 첨단 기술 분야이다.

독일 내에서는 지난 2∼3년 전부터 ‘Back to nature(자연으로 회귀)’라는 슬로건과 함께 동물성 성분을 전혀 포함하지 않은 화장품, 식품 등 ‘비건(Vegan)’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한국에 진출한 LR헬스앤뷰티도 “제품은 동물의 희생 없이 제조되며, 최고 품질 기준을 준수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독일인들은 ‘Made in Germany’의 제품 품질에 대한 자부심이 매우 강하며, 이를 바탕으로 제조업이 발달해 내수시장이 활발하다.

또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의하면 독일은 30대 대기업 중 동독 지역에 본사를 둔 기업은 없고, 500대 기업 중 동독에 본사를 둔 기업은 36개 사에 불과하며, 정부부처와 정부지원 연구기관도 대부분 서독에 자리를 잡고 있다.

피엠인터내셔널(지명: 슈파이어), LR헬스앤뷰티(지명: 알렌)도 모두 서독에 있다. 동독은 서독에 비해 정주여건, 전문인력 수급, 임금과 노동생산성 등 투자환경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독일 기업문화의 특징은 신뢰를 중시하기 때문에 기존 거래처를 우선시하는 보수적인 성향이 강하고, 직원들에 대해 일일이 간섭하지 않아도 맡은 바를 다할 것이라는 믿음이 깊게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직원에 대한 믿음 없이는 회의적일 수밖에 없는 재택근무를 코로나19 이후 직장인 25%가 하고 있으며, 최근 독일 연방 노동부장관이 모든 근로자가 1년에 최소 24일은 재택근무를 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천천히” 서두르지 않는 일본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일본의 총인구는 2019년 4월 기준 1억 2,644만 명이며, 65세 이상 인구가 계속해서 증가해 전체 인구의 28.5%에 육박한다고 한다. 75세 이상 인구는 1,854만 명으로 약 7명 중 1명이 75세 이상이라고 하는 초고령화 사회가 됐다. 생활필수품에 대해서는 가급적 저가 제품을 구매하려는 경향이 강해지는 한편, 자신이 갖고 싶은 것, 애착이 있는 것에 대해서는 높은 금액을 지불하는 것도 꺼리지 않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일본 기업의 특징은 서두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본 기업은 상품 공급자와 실시간 시세에 따른 최저가격에 의한 일시적 거래를 하기보다는 장기적, 안정적인 거래를 지향하고 있다. 따라서 단기적 이익에 관한 관심은 그리 많지 않아 미국, 유럽 업체들이 단기적 수익을 중시하는 경향과 대비되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국내에 진출해 있는 일본 다단계판매업체는 네츄러리플러스코리아, 포데이즈코리아 등이 있다. 이들 기업은 이렇다 할 성과는 보이지 않고 있으나, 서두르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중이다.

지난 2010년 한국에 지사를 오픈한 네츄러리플러스코리아는 당기순이익이 2017년부터 2019년까지(공정위 정보공개)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이즈미오’라는 수소수 제품의 마니아층이 상당수 존재하고, 최근 대구, 군산, 광주 등지의 판매원들이 분전하며 차분하게 사업을 이어나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든 것이 ‘꽌시’로 통하는 중국
중국의 총인구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약 14억 4,400만 명이며, 지난해 GDP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100조 위안을 돌파하면서 세계 1위 미국을 바짝 쫓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소비 전반이 위축됐지만, 온라인 소비는 오히려 활발하다. 특히 온라인 플랫폼 및 위챗 등 SNS 채널을 활용한 언택트 소비 성향이 더욱 뚜렷하며 라이브 커머스를 통한 소비가 새로운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에는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인맥이 넓으면 손쉽게 해결할 수 있으나,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일이라도 인맥이 없으면 해결하기 어렵다’는 말이 있다. 이처럼 중국은 인맥을 뜻하는 ‘꽌시’ 문화가 관행적으로 이어지고 있고, 개개인뿐만 아니라 정부의 행정, 기업의 경영 등에도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내의 직소 판매원들에게도 꽌시는 판매망을 넓히는 데 매우 중요하게 활용되고 있다”면서도 “‘적벽대전 100만 군사’라는 말처럼 중국 사람들은 대륙적인 기질을 가져 말할 때 과장이 심한 부분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에서는 국가 명칭이나 국기, 국장, 군기, 훈장 등과 같거나 비슷한 도형, 중앙국가기관이 소재하는 특정된 지명이나 대표성 건축물의 명칭, 도형을 상표로 사용하지 못한다. 또한 중국인은 자신의 체제나 정치문제에 외국인이 왈가왈부하는 것에 대해 내정간섭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업을 진행할 때 정치 관련 대화를 피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현재 국내에 진출해 있는 중화권 기업으로는 대만에 본사를 둔 토탈스위스인터내셔널과 홍콩에 본사를 둔 카나이인터내셔널이 있다. 중국 기업인 롱리치가 지난 2014년 한국에 진출하기도 했으나 실적 부진을 이유로 2019년 국내 다단계판매 라이선스를 반납했다.

중국의 경우 우리나라와 달리 다단계판매업이 불법이다. 대신 1단계 방문판매업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이를 직소판매라고 한다. 중국은 직소판매를 매우 엄격한 인허가 절차를 통해 규제하고 있다.

 

두영준 기자endudwns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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