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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판법 무등록다단계 처벌조항 ‘애매모호’

조직 개설·관리, 운영했느냐가 쟁점…법조계 “방조죄로 처벌 가능”

  • (2021-01-29 09:14)

무등록 다단계판매원으로 활동한 행위를 놓고 상반된 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이와 관련된 명확한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똑같이 투자금을 가로챈 상위판매원이더라도 ‘누가 제일 먼저 시작했느냐’로 유무죄가 갈리기 때문이다. 처벌이 어렵다는 점도 문제이지만, 이들로부터 금전적인 손해를 봤더라도 뚜렷한 보상책이 없어 피해자들의 하소연도 계속되고 있다.


1번 사업자 유죄, 센터장은 무죄
지난 1월 14일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최복규)는 방문판매법 위반, 사기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무등록 다단계조직 MBI 강릉지역 핵심 조직원 안 모 씨와 김 모 씨에 대해 원심을 깨고 각각 징역 1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앞서 작년 1월 1심 재판부는 사기와 방문판매법 위반 혐의에 대해 모두 죄가 있다고 보고, 안 씨와 김 씨에게 각각 징역 2년, 징역 1년을 선고한 바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과 달리 사기죄에 대해서만 유죄로 보고, 방문판매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들이 MBI 말레이시아 본사 임원진이나 김 모 씨, 유 모 씨 등 국내 최상위업자 등과 공모해 직접 판매조직을 개설하거나 관리.운영했다거나 이들의 무등록 다단계판매조직 개설.관리 운영 등에 기여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MBI는 국내에서 1번 사업자인 김 모 씨와 2번 사업자 유 모 씨 등이 조직한 조직으로 피고인 안 씨는 5대, 김 씨는 7대 사업자에 해당한다. 피고인들이 ‘센터장’ 또는 ‘사장’ 등으로 불렸다는 사정만으로 강릉 MBI 조직을 만들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와 달리 MBI 국내 상위사업자 김 모 씨와 유 모 씨는 방문판매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 2018년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4년을 확정받았다.

강릉지역 재판과 관련해 MBI피해자연합회 관계자는 “MBI사건의 경우 지금까지 8년 동안 재판을 했고, 솜방망이 판결로 수조 원대 불법금융범죄를 양산하면서 법원이 불법사기금융의 온상이 됐는데, 이번 판결도 그 연장선이라고 본다”며 “방문판매법 위반이 무죄가 된 것은 기존 MBI 사건에서 유죄를 선고했던 대법원 판례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강릉지역 MBI 사건은 검찰과 피고인 측이 쌍방 상고해 결국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받게 됐다.


방문판매법, 무엇이 문제길래?
방문판매법(제58조 1항 1호)에 따르면 다단계판매업자의 등록(제13조 제1항)에 따른 등록을 하지 않고 다단계판매조직을 개설·관리 또는 운영한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다. 여기서 맹점은 조직을 ‘개설.관리 또는 운영한 경우’다.

방문판매법은 ‘다단계판매원’을 ‘다단계판매조직에 판매원으로 가입한 자’, ‘다단계판매업자’를 ‘다단계판매를 업으로 하기 위해 다단계판매조직을 개설하거나 관리·운영하는 자’라고 규정하고 있어 대부분의 재판에서 상위판매원을 무등록 다단계판매조직을 개설·관리 또는 운영한 자라고 보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해외에 본사를 둔 무등록 다단계업체가 많기 때문에 한국에서 사업을 제일 먼저 시작하고 여기에 관여한 최상위사업자 외에는 방문판매법으로 처벌할 근거가 없다는 말이 된다. 일부 상위판매원들이 처벌을 받고도, 무등록 다단계업체들이 수년째 버젓이 영업을 이어갈 수 있었던 배경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법조계에서는 무등록 다단계판매조직의 상위판매원을 처벌하기 위해서는 방조죄를 추가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법무법인 위민 한경수 변호사는 “해외에 있는 다단계판매조직을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작한 사람은 ‘개설’하고 ‘운영’한 경우에 해당하지만, 상위판매원인데 조직의 개설과 운영·관리에 관여하지 않았으면 무죄가 될 수 있다”며 “개설과 달리 관리와 운영의 개념은 굉장히 애매하다. 사업자가 보상플랜이나 프로모션에 대해 관여했다면 ‘운영’에 해당할 수 있지만, 여기에 관여하지 않고, 사업자를 대상으로 기존에 있던 보상플랜을 설명하고 매출을 독려하는 정도라면 관리 또는 운영이라고 보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또한 “검찰이 기소할 때 어떻게 하느냐의 문젠데, 공동정범(공범)이냐 방조범이냐를 놓고 본다면, 방조를 추가하면 된다”며 “(판매원이) 무등록 다단계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개설·관리 또는 운영한 자와 함께 사업한 것은 방조범에 해당해 처벌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재판부의 엇갈린 판결 소식에 무등록 다단계업체에 가담한 판매원을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을 명문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합법적으로 사업하려면 자본금, 소비자피해보상보험계약 체결 등 요건도 까다롭고 후원수당 35%, 반품 3개월과 같이 지켜야 할 게 많으니 불법업체가 성행하고 있는 것”이라며 “방문판매법의 입법목적이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는 것이라면, 불법 업체에 가담한 판매원까지 모두 처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두영준 기자endudwns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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