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세수입”, “재택 부업”, “월 1,000만 원 보장”, “다이어트 코치해드립니다”…대면 영업이 어려워진 판매원들의 온라인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SNS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문구다. 그러나 이 같은 사례에서 판매원 모집이라는 목적을 밝히지 않으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이하 방문판매법) 위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놨고, 판매원들은 사업방식 일부로 봐야 한다고 맞서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 제품 무료체험 등으로 사업 권유
경기도 의정부에 거주하고 있는 김 모 씨(29)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일면식이 없던 사람으로부터 ‘이미지가 너무 좋다. 뷰티모델을 해볼 생각이 없냐’는 댓글이 달렸고, 메시지를 주고받다 제품을 체험해 보라는 말에 아무 의심 없이 그를 만났다. 하지만 댓글을 남긴 사람은 다단계판매원이었고, 만나자마자 수입구조에 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김 씨가 관심이 없다고 하자 제품체험을 할 수 없다고 말을 바꿨다. 김 씨와 비슷한 일을 겪은 사례는 이미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업체의 판매원들은 SNS뿐만 아니라 중고마켓 앱 등에도 제품을 무료체험할 수 있다고 홍보하며 사업에 나서고 있다.

방문판매법 제24조(사행적 판매원 확장행위 등의 금지)에 따르면 누구든지 다단계판매조직 또는 이와 비슷하게 단계적으로 가입한 자로 구성된 조직을 이용해 판매원을 모집하기 위한 것이라는 목적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취업.부업 알선, 설명회, 교육회 등을 거짓 명목으로 내세워 유인하는 행위를 하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은 금지행위를 할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후원방문판매업자도 이 규정을 준용하기 때문에 다단계.후원방문판매원 모두에게 해당하는 조항이다.

SNS에서 부업 등을 앞세워 판매원을 모집하는 사례에 대해 공정위 특수거래과 관계자는 “구체적인 사안을 살펴봐야 판단하겠지만, (법 위반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SNS를 활용하려는 판매원들은 부업, 다이어트 코치 등의 명칭을 쓰더라도 '판매원 모집'이라는 문구를 게시글에 적는 등 판매원 모집이라는 목적을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 “법 조항 있는지도 몰랐다”
판매원들은 이 같은 법 조항을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대부분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유튜브를 활용해 사업하는 한 판매원은 “그렇게 디테일한 조항까지 있는지는 몰랐다”며 “제품을 써보고 좋으면 전달하는데,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전달하느냐는 개인의 사업 사업수완이라고 생각한다. 굳이 다단계판매원을 모집하는 것이라고 밝힐 필요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판매원은 “파트너 중에 소비만 하는 사람도 있고, 전업이 아니라 부업으로 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럼 부업을 부업이라고 하지 그럼 뭐라고 해야 하느냐”며 “부업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으면 사업 문의조차 들어오지 않는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방문판매법에 따르면 “다단계판매업자(업체)는 다단계판매원으로 하여금 사행적 판매원 확장행위(제24조 1항)를 하도록 교사하거나 방조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 글로벌 업체 관계자는 “본사에서도 아예 제품.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SNS에 하지 말고, 라이프 스타일만 보여주라고 권유한다”며 “회사도 이를 권장하고 있는데, 계속 이런 식으로밖에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허위과대 광고 부분에 대해서는 전담팀이 있어 그 부분은 컨트롤 하고 있지만 이런 조항까지 있는 줄은 몰랐다”며 “리크루팅의 일부로 볼 수 있는데, 너무 과한 조항이다. 문제가 된다면 고지는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