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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오후> 공정한 잣대 (2020-10-30)

대한민국은 법과 원칙을 따르는 법치국가입니다. 법이 적용되는 사안에 따라 각자의 생각이 다르겠지만, 법치주의 국가에서 정부가 법에 따라 어떤 조치를 취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동일한 원칙을 따라야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최근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집합금지 명령을 보면 과연 동일한 원칙에 따라 행해지고 있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지난 10월 12일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1단계로 조정하면서, 다단계.방문판매를 제외한 고위험시설의 집합금지를 해제하기로 했습니다. 클럽 등 유흥주점, 콜라텍, 단란주점, 감성주점, 헌팅포차, 노래연습장, 실내 스탠딩 공연장, 실내집단운동(격렬한 GX류), 대형학원(300인 이상), 뷔페 등에 대한 집합금지는 모두 해제됐습니다.

집합금지로 인해 앞서 언급한 업종들은 임대료조차 내기 어려울 정도로 힘든 시기를 보냈습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가장 힘든 사람들은 아마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일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십분 이해합니다. 이번에 집합금지가 해제된 업소들은 경제적 불이익을 감소하면서 정부의 방역수칙에 동참했습니다.

그건 다단계.방문판매업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일부 불법 방문판매업체와 홍보관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n차 감염은 요양병원, 사우나, 카페, 식당, 동호회 등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다단계.방문판매만 고위험시설로 남겨놓고 집합금지를 지속한다는 것은 이해하기도 힘들고 형평성에도 맞지 않습니다.

지난 9월 24일 중앙방역대책본부(이하 방대본)는 “특히 방문판매는 코로나19 감염에 매우 취약한 유형에 속한다”고 경고했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 방대본은 “밀폐된 공간과 밀집된 장소는 바이러스가 보다 높은 밀도로 존재할 수 있는 매우 유리한 여건이 된다”며 “거기에 노출되신 분들이 면역력이 약한 어르신들이거나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면 감염에 더욱 취약하게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으시거나 중간에 벗고 음식을 섭취하게 되면 감염의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되고 큰 소리 설명이나 여흥을 즐기기 위해 크게 동작을 하시는 경우 바이러스의 노출 기회가 더욱 증가된다”는 과학적(?)인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지난 8월 경기도 파주시에 위치한 스타벅스에서 50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습니다. 당시 매장에 있던 사람들 중 확진판정을 받은 사람들은 25명 이었고, 나머지 25명은 n차 감염된 사람들입니다. 10월 6일에는 스타벅스 서울 교대점에서 3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스타벅스에서 확진자들이 나오고 n차 감염이 확산된다고 정부가 전국의 스타벅스를 고위험시설로 지정하고 집합금지 명령을 내린 적은 없습니다. 실내에서 마스크도 쓰지 않고 음료와 케이크까지 먹으며 수 많은 사람들이 대화를 하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분명히 중대본은 방문판매가 코로나19 감염에 매우 취약한 이유를 설명할 때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으시거나 중간에 벗고 음식을 섭취하게 되면 감염의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된다고 말했습니다. 과연 실내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음식을 섭취하는 경우가 방문판매와 스타벅스 중 어느쪽이 훨씬 많을까요?

법률이 정하는 도덕적 시각과 조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로 보일 수 밖에 없습니다. 내로남불이란 말 자체가 공정하지 못한 잣대를 비꼬는 표현이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헌법 제37조 제2항에는 ‘과잉금지의 원칙’이 있습니다. 과잉금지의 원칙이라 함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함에 있어서 국가작용의 한계 를 명시한 것으로서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합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을 의미하며 그 어느 하나에라도 저촉이 되면 위헌이 된다는 헌법상의 원칙을 말합니다.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한 정부의 방역조치는 지속돼야 합니다. 하지만 감염병예방법에 근거한 집합금지 명령을 어떤 과학적 근거의 뒷받침도 없이 다단계.방문판매 업종에만 계속 적용한다는 것은 정부가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은 있어도 침해의 최소성과 법익의 균형성을 저촉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사실 집합제한이나 집합금지 명령 자체도 대상에 대한 구별이나 명령 발동의 조건 등은 이미 법치국가가 요구하는 명확성가 비례성을 위반할 소지가 다분했습니다.

집합금지 명령으로 인해 영업을 하지 못하면 피해보는 것은 식당주인, 카페주인 만이 아닙니다. 다단계.방문판매 업종 종사자들도 누군가의 가장이며, 수익이 없으면 생활이 어려운 국민입니다. 정부는 다단계.방문판매에만 유지하고 있는 집합금지 명령이 법익의 균형성에 맞는 동일한 원칙으로 적용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합니다. 

 

최민호 기자fmnews@fm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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