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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오후> 희망과 우려 교차하는 ‘첨생법’ (2020-09-11)

바이오업계의 숙원 사업인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첨생법)’이 지난 8월 28일 본격 시행됐습니다.

그동안 국내 바이오의약품 개발에는 많은 제약이 있었습니다. 의약품을 개발하거나 생산할 때 의료법·약사법의 허가·안전관리 제도가 합성의약품을 중심으로 설계돼 바이오의약품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국내 바이오업체들은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새로운 법안이 나오길 학수고대했고 그 결과물이 바로 첨생법입니다.

첨생법은 기본적으로 재생의료에 관한 연구를 할 때 심사기준을 완화해 주는 법안입니다. 첨생법이 시행되면 우선 바이오의약품은 다른 의약품보다 먼저 심사를 받으며, 2상 임상만으로도 의약품을 조건부로 판매할 수 있습니다. 특히 ‘황우석 사태’ 이후 안전성 우려로 금지된 줄기세포 배양·시술도 희귀·난치병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 가능해졌습니다.

이번 첨생법 통과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분야는 바로 줄기세포치료제와 이종장기이식 등 재생의학 분야입니다. 한때 줄기세포 연구에 있어 세계 선두권이라고 평가받던 우리나라는 앞서 언급한 황우석 사태 이후 각종 규제로 인해 정체상태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첨생법의 통과로 우리나라 재생의학은 다시 한번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불치병, 희귀병 환자들에게 이종장기이식과 줄기세포 등 재생의학을 통해 더 많은 치료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불치병 환자의 대부분은 장기부전 환자들입니다. 장기부전은 간, 신장 등 우리 몸의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장기들이 제 기능을 다하게 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암이나 만성질환 등으로 투병을 하는 환자들은 말기에 접어들면 대부분 장기부전으로 인해 사망합니다. 수많은 장기부전 환자들의 유일한 치료 대안은 건강한 장기를 이식받는 방법입니다. 그러나 국내 장기이식 대기자는 3만 명을 넘어선 반면 이식 건수는 4,600여 건으로 약 15% 정도에 불과한 수준입니다. 이러한 통계에서 알 수 있듯이 지금도 수많은 이식 대기자들이 장기를 이식해줄 공여자를 기다리고 있으며 그 수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식 대기자 중 끝내 이식을 받지 못하고 유명을 달리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이러한 환자들에게 동물의 장기를 이용할 수 있는 이종장기 이식은 거의 유일한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첨생법은 단순히 우리나라 바이오업계의 활성화가 아니라 병상에서 고통받고 있는 수많은 환자들에게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듯이 첨생법이 바이오업계와 많은 환자의 지지를 받으며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환자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이 좋은 법안을 왜 반대하는 것일까요? 역설적이게도 반대하는 이유 역시 국민과 환자의 안전을 위해서입니다.

시민단체와 종교단체들은 첨생법이 국회를 통과하기 이전부터 꾸준히 반대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지적하는 것은 바로 줄기세포치료제의 윤리적 문제와 환자를 실험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임상 2상만으로 의약품을 조건부로 판매하게 하겠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임상 3상을 환자가 돈을 내고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치료를 받는 셈입니다.

현재 신약의 개발과 허가를 살펴보면 임상 2상을 통과한 의약품이 3상을 통과하는 경우는 10% 미만입니다. 임상 2상만으로 의약품을 조건부로 통과할 경우 검증이 완벽하게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각종 부작용 뿐만 아니라 환자가 사망할 수도 있는 위험성이 항상 도사리고 있는 것입니다.

식약처는 이런 문제를 장기간의 추적관리를 의무화해 안전성을 확보하겠다고 합니다. 과연 믿을 수 있을까요? 불과 1년 전 발생한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 역시 2017년 국내에서 시판을 허가받았지만, 미국에서 임상 3상을 진행 중에 성분을 조작하고 허위 서류를 제출한 것으로 드러나 품목허가 취소됐습니다. 임상 3상을 모두 진행해도 조작이 나오고 문제가 생기는데 임상 2상만 통과한 제품에 대한 신뢰성 문제는 계속 나올 것입니다.

말기 암이나 치료제 없는 희귀병으로 인해 언제 수명이 다할지 모르는 수많은 환자들에게 첨생법은 가뭄 속의 단비와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누구나 이런 상황에 처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개인적으로 첨생법의 통과를 지지합니다.

하지만 환자의 생명을 살린다는 명분하에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의약품이 쏟아진다면, 첨생법은 사람을 살린다는 명분으로 돈을 벌기 위해 만들어진 천박한 자본주의에 산물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진정 바이오 강국으로 가는 길은 하나입니다. 정부와 바이오 기업들이 윤리경영을 강화해 품질 부적합 의약품의 생산을 사전에 막아야 합니다.

제2의 황우석 사태는 언제든 다시 벌어질 수 있습니다. 사람의 생명에 직결된 보건의료산업에서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은 몇 번을 강요해도 지나침이 없습니다. 

 

최민호 기자fmnews@fm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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