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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집합금지’ 능사 아니다 (2020-06-19)

서울시가 관내 다단계판매업체와 방문판매업체에 대해 집합금지 명령을 내리자 이에 반발하는 목소리들이 커지고 있다. 이들은 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해야 한다는 서울시의 입장에는 공감하지만 각 업종과 단체들 사이의 형평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가장 큰 논란거리는 기호활동인 종교단체들의 집회는 허용하면서 시민들의 생계가 걸린 방문판매와 다단계판매에 대해서는 집합을 불허했다는 점이다. 서울시가 집합금지 명령을 내리는 데 빌미를 제공한 ‘리치웨이’는 불법업체이며 이들의 교육 및 판매방식과 합법적인 업체의 그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노인들을 주고객으로 하는 업체들은 대체로 식사를 제공하거나 각종 간식거리를 가지고 와 센터 내에서 나눠먹는 전통적인 집회형태를 고수한다. 그러나 젊은이들과 중년들이 중심이 된 합법적인 다단계판매업체의 경우 센터에서의 음식물 섭취를 금지하고 있고, 인근의 식당 등을 이용하더라도 더치페이 문화가 정착돼 있어 단체급식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한다면 이번 서울시의 조치는 그야말로 홍보용에 지나지 않으며, 뭐라도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절박감마저 엿보인다.

특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룸살롱과 유흥주점 등에 대해서는 침이 튈 우려가 없다며 집합금지 명령 대상에서 제외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두고 시민들은 서울시 공무원들이 룸살롱과 유흥주점이 뭘 하는 곳인지 모르거나, 아주 가까운 사이거나 둘 중 하나라면서 조롱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서울시의 방역수준인 셈이다.

전염병을 예방하고 궁극적으로 전면 퇴치하기 위해서는 집합금지 명령을 지켜 단체활동을 자제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사람이 모이지 않고는 세상의 그 어떤 업종도 활성화되지 않는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성공적인 방역모델을 구현했다는 대한민국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파산과 도산지경으로 내몰리는 자영업자와 서민들이 부지기수다. 정말로 방역한류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집합금지와 같은 단순무식한 정책보다는 일반 서민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섬세하고 유연한 정책이 필요하다.

다단계판매와 방문판매를 포함하는 직접판매는 집체교육이 필수요소이긴 하지만 정작 교육장 안에서 전염병이 전파될 우려는 그다지 크지 않다. 수강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강단과 일정 거리를 유지한다면 지금까지 알려진 코로나19바이러스 감염은 충분히 예방할 수가 있다.

굳이 이 사업들에서 위험성을 찾아내자면 집회와 교육이 아니라 판매원과 소비자가 만나는 1대1 미팅이나, 판매원끼리 사업점검을 위해 회동하는 소규모 미팅일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확률적으로는 지하철과 버스 등의 대중교통, 각종 음식점, 종교단체, 서울시청사를 비롯한 사무실에서의 그것보다는 훨씬 더 감염 가능성이 낮을 것이라는 여론이 우세하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다단계판매원으로 활동하는 사람은 900만 명을 훌쩍 넘어선다. 단순 소비자 회원을 제외하더라도 이 수치라면 적어도 한 집 건너 한 집에 다단계판매에 종사하는 사람이 있다는 말이다. 불법업체에서 코로나19 감염이 발생했다고 해서 그 많은 사람들의 생계를 고려하지 않고 홧김에 내놓은 정책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한다. 서울시는 왜 불법업체를 단속하지 못했는지, 그러고도 여전히 수많은 불법업체들을 그대로 두는지. 집합금지는 결코 능사가 아니다. 보다 현명한 접근과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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