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에 있는 방문판매업체 리치웨이에서 시작된 코로나19 연쇄 감염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지속적으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6월 18일 기준 리치웨이 관련 확진자 수는 총 180명으로 이 업체를 방문했다가 확진된 사람은 41명, 이들과 접촉한 확진자는 139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직접 방문한 확진자보다 그 환자와 접촉한 확진자 수가 3배 이상 많으면서 이태원클럽, 쿠팡물류센터 등의 집단감염 사례보다 확산세가 더 크면서 감염병 확산에 새로운 뇌관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 6월 초 첫 리치웨이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나올 당시 해당 업체의 세미나에 참석자들 대부분이 비교적 감염병에 취약한 노인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집단감염의 우려가 커진 바 있습니다.

문제는 리치웨이가 다단계판매업체로 보도되면서 그동안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해왔던 업계에 불똥이 튀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서울시가 6월 4일 가진 정례브리핑에서 리치웨이를 다단계업체라고 봐야 하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런 형태로 파악하고 있다”고 답한 것이 발단이 됐습니다.

하지만 이 업체는 미등록 다단계판매방식으로 영업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들 같은 불법 업체의 경우 정상적인 다단계판매업체와 달리 소비자 피해 보상을 위해 공제조합과의 공제계약을 체결하거나 소비자 피해 보상 보험 또는 채무 지급 보증 계약을 맺지 않아 피해를 봤을 경우 법적으로 보상받을 길이 없습니다.

다행인 건 리치웨이가 다단계판매업체로 보도된 것에 대해 한국직접판매산업협회, 직접판매공제조합,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 등이 즉각 공동대응에 나서면서 지금은 방문판매, 불법 업체 등으로 보도되는 등 눈에 띄게 바로잡혔다는 점입니다.

지난 6월 8일 열린 직판업계 회의에서는 등록된 다단계판매업체들이 방역수칙을 잘 준수하고 있다는 점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방역에 협조해달라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단계판매에 관해 정확히 아는 정부 기관은 공정위뿐이라는 ‘웃픈’ 업계 관계자들의 푸념 섞인 말이 나올 만 하네요.

공정위는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건강기능식품 홍보관, 레크리에이션 등을 통해 구매를 유인하는 방문판매 활동을 집중 점검하도록 지자체에 요청했고, 이 과정에서 불법 떴다방 등 노인층 대상 홍보 판매 활동이 확인되는 경우 시정조치, 경찰 수사의뢰 등 엄정히 대응하기로 했습니다.

용어 오남용이라는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 뒤에도 여전히 코로나19와 관련한 서울시의 행정 방향을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코인노래방에 집합금지 명령을 내렸으나 일반 노래방은 제외됐고, 최근에는 룸살롱 등 유흥시설에 대해 비말 전파의 차이를 고려, 그러니까 침방울이 덜 튄다는 이유로 집합금지 명령을 해제했습니다.

뚜렷한 기준을 알 수 없는 행정 잣대에 업주들도 울상입니다. 코인노래방 업주들은 지난 6월 15일 서울시청 2청사를 방문해 “감염 위험이 비슷한 커피숍, 독서실, 스크린 골프장 등은 정상 영업 중이고, 일반 노래연습장에 대한 서울시의 영업 중단해제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시에 대책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집합금지 명령이 코로나19를 예방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이 될 수 있을까요? 서울시가 코인노래방에 대해 집합금지 명령을 내렸을 당시 일반 노래방에 손님들이 북적였다고 합니다. 확진자가 나왔다고 해서 막무가내로 집합금지 명령을 내리니 풍선효과가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보면 사람들로 북새통입니다. 그런데도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는 이유는 마스크 착용 등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했기 때문입니다.

집합금지 명령이 코로나19 확진을 예방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다소 일차원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보다는 방역수칙을 준수하지 않았을 때 거기에 대해 행정력을 집중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