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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전문 학회 있어야 정체성 확립된다”

‘용두사미’로 끝난 단발성 토론이 대부분

  • (2020-03-20 09:23)

다단계판매산업에 관해 연구하는 전문 학술 기구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업계가 당면한 과제에 대해 경쟁사가 아닌 동업자로서 의견을 나눠 해결방안을 함께 모색할 수 있고, 빠른 속도로 산업이 변화함에 따라 발생하는 정책·실무에 관련된 문제를 학문적 교류를 통해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단발성으로 열리는 세미나, 포럼, 학술대회 등의 주제가 군소업체들에게 공감을 얻지 못했다는 점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 학술토론 “우리와 상관 없다” 평가절하 
그동안 업계와 관련해 학술적인 논의를 하는 자리는 특정 사안이 있을 때 용역을 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대부분 암웨이, 애터미 등 굵직한 기업들만 참석하거나 대형 업체들의 현안들만 다루다 보니 ‘그들만의 리그’라는 비판적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대부분의 업체가 공감할 수 있는 전반적인 업계 현안에 관한 학술적인 연구가 상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2018년 한국소비자법학회, 한국유통법학회 등의 주최로 방문판매법 개정을 논의하는 자리에서는 불법 피라미드와 다단계판매를 혼동해 의견을 발제하는 사태까지 벌어지면서 전문성 결여에 대한 문제점도 제기된 바 있다.

모 업체의 대표는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의 이야기이지 우리의 이야기가 아니다”며 “지금 열리는 학술 행사의 내용은 일부 업체를 제외하면 해당하는 부분이 없다. 예를 들어 중개판매가 우리랑 무슨 상관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업체 대표는 “반품기한 3개월, 집단반품과 수당환수 여기에 3영업일 이내에 환불해줘야 한다는 규정 등으로 이중 삼중고를 겪는 마당에 우리와 상관없는 토론장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정체된 다단계산업의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학술 기구를 세워 전문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업체 관계자는 “다단계판매가 생겨난 지 30년이 지났지만, 학문적으로 이 산업에 통달한 저명 인사는 거의 없다고 본다”며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통업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한다. 업계가 전진하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의견을 토대로 이 속도에 발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학술적인 연구를 통해 업계에 관한 연구를 진행한다는 건 정체성을 정립하는 문제”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모두가 함께 토의할 수 있는 기구가 설립돼 공통적인 안건에 관한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 판매원은 “1,000만 국민이 종사하고 있는 다단계산업은 학력이나 경력에 제한 없이 성인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만큼 힘없는 ‘보통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며 “대개의 언론이나 여론의 부정적 시선에 대항하지 않고 외면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그 때문”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단계판매에 관한 전문학자를 육성할 수 있다면, 산업의 전반적인 토대를 더 견고히 할 수 있고, 업계와 관련해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문제를 보다 더 체계적으로 원활히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 과거, 부정적 여론에 학문적 토대 마련 실패
다단계판매와 불법 피라미드의 구분이 사실상 어려웠던 1990년대 초중반만 하더라도 언론, 방송 등 무차별 공격성 보도에 다단계판매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최악일 수밖에 없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암웨이, 썬라이더, 포에버리빙프로덕트, 한국이엑셀인터내셔날, 렉솔코리아(현 유니시티), 뉴스킨 등 유수의 외국계 업체가 한국 시장을 두드리면서 시장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한국의 다단계판매 정착과 학술적 지원 등을 위해 경영진들이 모임을 갖거나, 리더들이 나서서 ‘리더스클럽’이라는 모임을 창설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단계판매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사회 각계의 거센 반발에 1990년대 당시에는 이렇다 할 학문적 토대가 형성되지 못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다단계판매 전문가 양산 등을 목표로 개설됐던 대학 강좌 역시 명맥이 오래가지 못했다.

2000년 건국대와 동아대를 시작으로 생긴 네트워크마케팅(다단계판매) 관련 대학 강좌는 2002년 전국 9개 대학에서 실시할 정도였지만, 2004년 들어 대부분 폐강됐다. 강좌는 회사 대표와 상위사업자 등 업계 종사자를 대상으로 운영됐으나 학생 부족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국내 최초로 중앙대학교가 2004년 개설한 네트워크 비즈니스 학과도 3년 만에 폐지됐다. 


◇ 전문 학술기구 필요성 대두
2010년에는 설립한 지 몇 해되지 않은 기업들이 기존 업체들의 강력한 견제와 경영미숙, 재정난 등의 이유로 폐업하는 사례가 부지기수였다. ‘선점’을 위해 회사를 등지는 판매원들도 대거 속출하면서 어쩔 수 없이 문을 닫는 고질적인 문제도 이어졌다.

특히 이듬해 대학생다단계 조직인 이른바 ‘거마대학생’이 사회적인 문제로 비화하면서 업계에 어수선한 분위기가 연출됐고, 대부분 신용카드사들이 “다단계는 국민 정서상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다단계판매업체와의 가맹점 계약을 꺼리거나 높은 수수료율과 담보금을 요구하는 등 사회적인 이미지가 좋지 않았다.

이 같은 이유로 학술대회 및 세미나 등에서 다단계판매가 화두에 오르기는 했으나 대부분 전반적인 총평이나 소개하는 정도에 그쳤고, 피해 사례 등 부정적인 면에 초점이 맞춰졌다. 한국유통학회, 한국마케팅과학회, YMCA전국연맹 등이 다단계판매에 대한 학술대회·토론회 등을 가지기도 했으나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았다거나, 단발성에 그쳐 아쉬웠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다 2016년 한국직접판매산업협회가 ‘다단계판매분야 실태조사를 통한 향후 법 집행 및 제도개선’에 관한 첫 국가 연구용역을 시행하고, ‘5회 소비자법센터 학술대회’에서 ‘유통채널로서의 다단계판매’에 대해 논의하는 등 다단계판매가 새로운 유통채널로서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다단계판매에 관한 전문 학술 기구의 필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학술적 성격의 토론회는 업계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열리는 단발성 이벤트에 그쳤다”며 “노력만으로 업계의 부정적 이미지를 바꾸는 데 한계가 있다. 학문적 활동이 뒷받침된다면 업계 이미지 제고에도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두영준 기자endudwns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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