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돋보기

소통하는 펭수에게서 기업이 배워야 할 점

디지털을 말하는 창구에서 듣는 창구로 전환하라

비즈니스- 펭수(下)

  • (2020-03-06 09:42)

디지털을 제대로 사용하는 펭수  

젊은 세대는 단순히 재미나 정보 습득을 목적으로 디지털을 사용하지 않는다. 이들이 추구하는 것은 ‘일방적 습득’이 아닌 ‘양방향 소통’이다. 소소하게 인스타그램 좋아요 버튼으로 호감을 표시하기도 하고 좀 더 적극적으로 유튜브에 영상을 업로드하기도 한다. 그리고 자신의 이러한 행동에 다른 누군가 반응할 때 비로소 소통이 완성된다고 믿는다. 2030에게 인기 있는 인플루언서나 유튜버에게는 한 가지 공통된 특징이 있는데, 바로 팔로워나 구독자들과 활발하게 소통한다는 점이다.

▷ 출처: EBS

펭수는 200만 유튜버답게 팬들과 소통하며 디지털을 제대로 사용한다. 왜 이렇게 귀엽냐는 구독자의 질문에 ‘나도 궁금 왜케 귀엽지?’하고 응답하는가 하면, 가정교육을 잘 받았다는 칭찬 댓글에 ‘남극이 가정교육으로 쫌 유명해’하고 재치 있는 댓글을 달기도 한다. ‘나 화보 찍어따’라든가 ‘리허설 중인데 옷이 살짝 끼네여’와 같은 게시글은 펭수가 직접 계정을 운영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따금씩 등장하는 제작진의 공지사항도 최대한 펭수의 분위기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안내된다. 유튜브 커뮤니티를 통해 고민상담을 받기도 하고, 10만 구독자 달성을 기념하여 팬들과 실시간으로 대화할 수 있는 라이브방송도 진행한다. 팬들과의 잦은 소통은 친근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이는 자연스럽게 팬들 간의 소통으로도 이어진다. 펭수를 중심으로 하나의 생태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디지털을 사용하는 기업은 많지만 제대로 쓰는 기업은 드물다.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뷰티 스타트업 글로시에(Glossier)는 디지털을 십분 활용한 양방향 소통으로 비즈니스를 풀어간다. 고객의 목소리를 여과 없이 빠르게 청취하고자 사내 업무 플랫폼에 상품 구매 횟수가 가장 많은 고객 100명을 초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이곳에서는 제품 개발 과정에 대한 피드백을 포함하여 주당 1,000건 이상의 메시지가 오가고 있다. 인스타그램에서도 분당 평균 5개의 DM(Direct Message)을 받는데 이는 사업의 중요한 자산으로 여겨진다. 글로시에는 전체 직원 180여 명 중 30% 이상을 디지털 채널 활성화를 위한 엔지니어링팀으로 구성할 만큼 고객과 소통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펭수 팬들이 서로 간에 활발하게 교류하듯, 글로시에 사용자들 또한 메신저나 커뮤니티 상에서 서로 의견과 정보를 나누며 하나의 생태계를 형성한다. 구성원들은 생태계의 일원이 된 것을 뿌듯하게 여기며 브랜드에 더욱 적극적으로 관여하는데 그 과정에서 실제 제품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당신이 꿈꾸는 완벽한 클렌저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400여 개의 댓글이 달리며 토론이 벌어진 적이 있다. 이를 통해 글로시에는 얼마만큼의 사용자가 어떤 타입의 클렌저를 원하는지 상세히 파악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순함, 윤기, 수분 세 가지를 키워드로 탄생한 ‘밀키 젤리 클렌저’는 글로시에의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했다. 글로시에는 젊은 세대가 디지털상에서 수동적으로 정보만 얻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이를 기업의 성장으로까지 연결시켰다.


펭수에게서 찾는 실질적 변화의 출발점 
<요즘 애들, 요즘 어른들>이나 <90년생이 온다>와 같은 책이 등장하는 이유는 젊은 세대의 사고방식이나 언행을 예측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졌고, 과거와는 달리 기성세대가 이를 외면하기보다 이해하려는 노력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물론 세대가 다른 상대를 이해한다는 것이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 있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속해나가는 힘이 중요하다. 앞으로 제2의 펭수, 제3의 펭수가 등장했을 때에도 그저 한 철 유행으로 여기기보다는, 젊은 세대가 무엇에 열광하며 우리는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펭수가 가진 탈(脫), 설(說), 통(通)의 키워드를 어떻게 적용하여 세대간의 간극을 좁히고 2030의 마음을 훔칠 수 있을까?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격식에서 탈피한 펭수의 언행과 기존 축제 방식을 뒤집은 배달의민족 ‘ㅋㅋ페스티벌’은 2030에게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지난 4월 선보인 강남역 인근 유플러스 5G 체험관 ‘일상로5G길’에서도 이러한 신선함을 느낄 수 있었다. 두 달간 누적 방문객 40만 명을 돌파한 팝업스토어에서는 이전과 달리 LG로고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동안 관습적으로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가장 크게 자리잡았던 로고를 떼어냄으로써 타 통신사 고객들도 쉽게 입장할 수 있게 했다. 방문객들은 만화 속 등장인물이 되기도 하고, VR로 좋아하는 연예인과 데이트하며 자연스럽게 기업을 인지하고 친숙해졌다. 젊은 세대는 LG의 오랜 역사에서 안정과 신뢰를 느끼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움과 신선함에 대한 갈증을 느끼기도 한다. 따라서 관성처럼 이어왔던 것들에 의문을 제기하고, 필요하다면 ‘이래도 되나’ 싶을 만큼 과감하고 새로운 시도로 젊은 세대의 마음을 열 수 있어야 한다.


젊은 세대가 찾는 생태계 형성하기
매력적인 스토리는 젊은 세대의 시선을 머물게 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비하인드 스토리는 그들의 마음까지 머물게 한다. 메인 스토리 이면에 있는 펭수의 자기소개서나 블루보틀의 철학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LG의 제품과 서비스들은 과연 젊은이들의 시선을, 더 나아가 마음을 머무르게 하고 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뛰어난 기술을 가진 기업은 그 우수함과 차별성을 고객에게 설명하고자 한다. 하지만 기술 위주의 설명은 젊은 세대의 마음을 잡기는커녕 오히려 지루함을 남길 수 있다. 정보 탐색에 강한 젊은 세대는 이미 제품이나 서비스의 스펙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선택할 만큼의 감정이 동하지 않았을 뿐이다. 기업 관점에서 ‘최고’나 ‘최초’를 강조하기보다는 사용자가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와 이를 탄탄하게 뒷받침하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을 때 젊은 세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200만 유튜버 펭수와 200만 인스타그래머 글로시에는 사람으로 치면 디지털 네이티브다. 태생부터 디지털과 함께한 이들은 어떻게 하는 것이 디지털을 제대로 쓰는 것인지 알고 있으며 양방향 소통에도 능숙하다. 반면 LG와 같은 디지털 이주민에게는 연습이 필요하다. 네이티브도 이주민도 모두 디지털 채널을 갖고 있는데 왜 이주민의 채널은 활성화되지 않는 것일까? 채널을 일방통행으로만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채널들과 대비되는 디지털 채널의 가장 큰 특징은 고객이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운영방식도 이에 맞춰 달라져야 한다. 단순히 콘텐츠를 전달하기보다는 펭수처럼 1인칭 화법을 사용하여 재치 있는 답변으로 친근한 분위기를 조성해볼 수도 있고, 글로시에처럼 열린 공간에서 제품이나 서비스에 관한 사용자들의 허심탄회한 의견을 구할 수도 있다. 젊은 세대가 계속해서 찾는 생태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채널을 ‘말하는’ 창구에서 ‘듣는’ 창구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출처: LG경제연구원 > 

 

※ 저작권자 ⓒ 한국마케팅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목록으로

포토뉴스 더보기

해외뉴스 더보기

식약신문

사설/칼럼 더보기

다이렉트셀링

만평 더보기

업계동정 더보기

세모다 스튜디오

세모다 스튜디오 이곳을 클릭하면 더 많은 영상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오늘의 날씨

booked.net
+27
°
C
+27°
+22°
서울특별시
목요일, 10
7일 예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