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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방 원인 없애야 좋은 다단계 될 수 있어

기획 - 다단계판매 현재와 미래 ⑤ 비방은 ‘누워서 침 뱉기’

  • (2019-11-01 10:30)

불가사의하게도 인간은 옛날을 그리워하는 동물이다. 숱하게 고생을 하고도 ‘그때가 좋았다’고 추억하는 것이 인간이다. 땔감이 없어 산으로 나무를 하러 다닐 때도, 얼음장을 깨고 빨래를 하던 때도 다 아름답게 기억한다. 그러나 유독 다단계판매 업계에서는 옛날을 추억하지도 않을뿐더러 인정하지도 않는다. 어느 회사든 문제점이 가득하고, 일하는 동안에는 세상에서 가장 좋았던 제품이 그만두는 순간부터 별 볼일 없고 유해성분이 가득한 제품으로 전락하고 만다. 

A사는 ‘돈은 안 되지만 정말 좋은 회사’라는 게 거쳐 온 모든 판매원들의 이야기다. 본인의 실패 또는 포기는 결코 회사의 문제가 아니며 자신의 능력부족 때문이라고 인정한다. A사가 특히 인정받는 부분은 회사를 그만두더라도 치명적인 과실만 없다면 어떠한 경우에도 발생한 수당을 떼먹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만둔 지 20년이 다 돼가는 사람들에게도 아직까지 수당을 지급하고 있고, 이론상으로만 가능한 줄 알았던 ‘상속’이 실제로 빈번하게 발생하기도 한다.

당연히 지급해야 할 돈을 지급하는 게 좋은 기업을 가름하는 척도라면 A사를 제외한 다른 회사는 당연히 지급해야 할 돈을 안 준다는 말이 된다. 심지어는 미팅에 참석하지 않는다고 수당을 정지하거나 회원자격을 박탈하는 사례도 적지 않게 발견된다. 그렇다면 각각의 기업들이 스스로 제공하는 비방의 단초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B사는 판매원 리더를 양성하지 않는다. 리더가 몽니를 부리는 바람에 좌초한 기업을 부지기수로 보아온 창업자가 택한 경영방식이다. 경영방식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다만 이 회사를 그만 둔 사람들에 따르면 “지나치게 많은 제품을 떠안아야 하고, 중산층만 돼도 주력 제품들을 외면하기 때문에 판매원들까지 싸구려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대량으로 구매할수록 가격을 깎아주는 정책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사재기를 하게 된다는 것은 넉넉하지 않은 판매원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이탈한 판매원들의 비난 포인트가 된다. 이로 인해 판매원들은 시골 5일장의 난전에 팔리는 제품이라는 비아냥도 감수해야 한다.

C사는 화장품에 관한 한 입지를 굳혔으나 최고 직급에 올라서도 끊임없이 팔러 다녀야 한다는 점이 비난의 포인트로 꼽힌다. 이로 인해 다른 회사들에 비해 최고 직급자의 이탈이 많아 ‘발에 차인다’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판매에 대한 부담이 크다보니 최고 직급자라고 해도 조직 구성이나 리더십이 기대에 못 미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러한 약점은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기회를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는 원인으로도 작용한다.

D사는 수년 전부터 내부 ‘정풍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났다. 일부 판매원들이 주도한 정풍운동의 대상은 후원수당 우회지급, 잦은 라인 변경, 사재기 유도 등이었다. 다단계판매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문제를 망라한 것이다. 스폰서 판매원이 직급 도전을 선언하면 파트너 판매원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제품을 사재고, 인터넷을 통해 헐값을 판매하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E사는 규모는 세계적이지만 피라미드 기업으로 인식된다. 프랜차이즈를 표방하면서 하위의 판매원에게 점포 사업을 권유하는 사례가 가장 큰 비난 포인트다. 다단계판매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히는 무점포 사업을 역으로 해석한 것이다. 그러나 점포 사업의 경우 인테리어 비용이 들어가고, 초도 상품을 구매해 진열해야하기 때문에 사재기는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피라미드 방식으로 인한 역풍으로 매출이 반 토막 났지만 여전히 그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F사는 창업자가 리더를 심각하게 견제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미 1번 사업자를 제거한 바 있는 이 회사는 최근 들어 최고 직급자의 수당을 반 토막 나도록 보상플랜을 변경하는 바람에 긴장감이 도는 중. 이탈한 판매원들은 이와 관련한 모든 화살을 창업자에게로 돌린다. 활동 중인 판매원들도 “만의 하나 리더 사업자가 사업을 포기해버리면 회사는 자동적으로 가라앉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불안해한다.

G사 역시 대표적인 피라미드 방식으로 운영된다. 임의로 판매원을 제명하는 것은 물론이고 회사의 편의에 따라, 임직원과의 친소에 따라 수시로 라인변경이 이루어진다. 더 큰 문제는 회사뿐이 아니라 상위 판매원의 심기를 거스를 경우에도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절정기에 비해 절반 이상 매출이 꺾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시정되지 않는 게 문제라는 게 이탈한 판매원들의 이야기다.

회사를 설립하면서부터 ‘나쁜 기업’을 지향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매출이 부진할 때도 회사는 나빠지기 쉽지만 매출이 떠서 나빠지는 회사도 있다.

H사가 대표적인 사례다. 초창기 창업자와 경영자와 리더 판매원이 일심동체가 돼 원근각지로 판매원 영입을 위해 동분서주했으나 회사가 성장하기 시작하자 가장 먼저 경영자를 내쳤다. 그리고는 처음 약속과는 달리 임직원이나 판매원의 권익신장 등 당면한 과제에는 눈 감고 세금 탈루, 부동산 투자 등등 도덕적인 기업이라면 가지 않을 길만 골라서 가고 있다. 이탈한 판매원에 따르면 “리더 판매원이 사무실에 앉아서 레그를 뗐다 붙였다”한다고.

이처럼 회사 간, 회원 간의 상호비방은 비방거리를 제공한 회사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 다단계판매업의 역사가 쌓이면서 판매원들이 믿고 있는 상식에 반하는 정책을 내놓거나, 도덕적으로 규범적으로 용납하기 힘든 행위를 남발함에 따라 판매원과 임직원은 떠나고, 이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것이다.

반대로 판매원, 특히 최상위 사업자의 부도덕과 부당한 리더십이 회사를 망치는 사례도 적지 않게 발생한다. 동서고금의 역사가 잘 알려주는 것처럼 착한 사람과 나쁜 놈이 만나면 나쁜 놈이 이기게 돼 있다. 지금의 다단계판매업계에 대해 일반 국민들이 나쁜 놈들의 리그라고 인식하는 저변에는 나쁜 놈들이 세워온 승리의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지금까지의 30년은 태동기라고 정의할 수 있다”며 “모든 태동기는 혼란과 혼돈을 거치게 마련이므로 과거의 잘못된 면만을 반추할 게 아니라 지금부터라도 미래지향적인 가치관, 기업관을 형성해 나간다면 나쁜 놈들의 역사도 희석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영오 기자mknews@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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