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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오후> 기본에 충실해야 살아남는다 (2019-10-25)

바야흐로 만산홍엽의 계절. 모처럼 울긋불긋 물들어가는 가을 산의 수려한 풍경에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 테헤란로에 풍기는 시큼한 은행나무의 냄새도 한껏 가을 분위기를 더해주고 있네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한 해가 벌써 다 저물어 가고 있다는 생각에 애석한 마음도 듭니다.

올해 역시 업계에는 가상화폐 때문에 힘들었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렸습니다. 어느 정도 가상화폐 시장이 주춤해진 틈을 타 가상화폐의 사정권에서 벗어나는 듯 보였지만, 완전히 그렇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업계의 몇몇 관계자들은 다단계에 참여하고 있던 판매원들이 가상화폐를 악용한 불법 업체에 발을 들이면서 판매원 이탈이 심화됐고 매출 하락으로 이어졌다고 입을 모읍니다.

그러고 보면 3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이 시장은 소위 말하는 ‘30만 원 시스템’이 성행했던 아주 오래전부터 지금에 이르러서도 불법 피라미드나 유사수신 따위의 것들과 적대적 공생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비근한 사례로는 모 다단계업체의 리더가 본업을 제쳐두고 가상화폐를 접목한 무등록 다단계업체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었지요.

다단계판매와 비교해보면 조금은 납득되지 않는 수익구조와 오래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 같은 허망한 약속. 그리고 그 황당한 이야기들을 듣고서도 개의치 않는 사람들까지. 치고 빠지면 그만이라는 한탕주의 심리가 전반에 깔려 있기 때문이었을까요? 무엇보다 안타까운 건 이들에 대한 이렇다 할 정부의 조치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가상화폐가 아니더라도 새로운 아이템을 장착한 불법 업체들이 계속해서 등장한다는 것은 너무나 뻔한 일이라는 겁니다.

그렇다면 왜 다단계판매원들이 불법 사업에까지 발을 들이고 있는 걸까요? 먼저 다단계판매와 불법 업체는 누군가에게 사업을 소개하면서 나의 소득이 발생한다는 비슷한 사업방식을 갖고 있습니다. 자리를 옮긴 판매원들의 말에 따르면 다단계판매의 수당상한선 35%에 대한 갈증이 불법 업체 사업을 결심하게 된 가장 큰 이유가 됐다고 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다단계판매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원론적인 궁금증이 생기곤 합니다. 다단계판매의 가장 근본적인 정의는 도소매업자를 거치는 등의 유통과정을 최소화해 여기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소비자에게 돌려주는 것을 뜻합니다.

그런데 왠지 우리나라의 다단계판매는 첫 단추가 잘못 꿰어졌다는 기분이 듭니다. 과거에는 제품의 우수성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접근하기보다는 보상플랜에 중점을 두고 이러한 기조에 상응하는 기업의 정책들이 시행되면서 ‘제품은 좋은데 비싸다’는 인식이 형성되는 배경으로 작용해 왔습니다.

이 문제는 고가의 묶음판매와 사재기가 없으면 사업이 되지 않는 지경까지 이르게 했지요. 이들 중에서 몇몇 기업은 판매원들이 작심하고 반품을 하는 바람에 회사가 휘청거릴 정도로 위태로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결국 불법 업체가 다단계판매업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다단계판매의 기본원칙이 갖는 경쟁력을 스스로 축소시켜 왔기 때문에 벌어진 게 아닐까요?

보상과 제품 둘 중에 어느 것에 방점을 찍느냐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제품에 방점을 찍는 기업들은 매일 사용하는 비누, 치약과 같은 생필품 위주의 제품들을 합리적인 가격에 내놓으면서 강력한 팬덤의 소비자군단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메리트는 제품을 한 개만 구입하더라도 시중에 유통되는 제품과 견주어 봐도 품질도 웬만하고, 값도 저렴하다는 점입니다. 이것이 다단계판매의 근본원리에 가장 잘 들어맞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들은 소비자들의 끊임없는 재구매로 가상화폐와 같은 외부의 영향에 비교적 자유로운 편입니다. 반면 소비자층의 저변이 견고하지 못한 기업들은 당연히 끊임없이 변화하는 외부환경에 끊임없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소비자마케팅을 지향하는 기업들 중에는 수백만 원대의 묶음판매의 제품을 구입해야 사업에 뛰어들 수 있는 업체와 달리 5만 원에서 20만 원으로 판매원 자격을 얻고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면서 많은 소비자들과 판매원들에게 매력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들은 한 사람이 10개의 제품을 구입하는 것보다는 소비자 10명이 각각 한 개씩 제품을 구입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소비자 회원을 중심으로 재구매가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다단계판매의 시스템과 접목 시켜 시너지효과를 내고 있는 것입니다.

문득 한 판매원의 일침이 생각납니다. 그는 엄청난 효능을 자랑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구입한 200만 원어치의 제품을 10만 원어치 쓰게 되면 제품이 형편없다는 걸 깨닫게 되고, 나머지 190만 원어치는 ‘똥’이 되는 게 다단계판매의 현실이라고 했습니다.

이제는 정말 기본에 충실해야 살아남는 시기가 온 게 아닐까요?

 


두영준 기자endudwns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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