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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다단계판매 연구자 있어야 학문적 토대 세운다 (2019-10-04)

다단계판매를 전문적으로 진단하고 연구하는 학자 양성이 시급하다. 특정 산업의 학문적 토대를 세우는 일은 정체성을 정립하는 문제이기도 하고, 그로부터 파생되는 갖가지 사회적 역할을 제시하는 일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부득이하게 야기되는 사회적 문제에 대한 원활한 해결방안이나 파급 효과를 미리 예상해 대책을 내놓을 수도 있다.

한때 대한민국에는 한양대 중앙대 건국대 등 다수의 대학에서 석사과정을 개설하면서 본격적인 학문으로 연구되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을 고비로 시장 상황이 어려워지자 개설됐던 대학원 과정이 일제히 폐지되기 시작했고 급기야 다단계판매를 연구하는 대학은 하나도 남지 않게 됐다.

유통학회라는 곳이 지금도 존재하기는 해도 유통전반을 대상으로 하면서 특정 사안이 있을 때만 용역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므로 진지하게 다단계판매를 다룬다고는 할 수 없는 실정이다. 다단계판매에 대한 학문적인 접근이 완전히 봉쇄된 것은 대학의 입장에서는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으로부터 20~30년 전에 활동했던 판매원들은 그나마 학문을 숭상하는 전통 유교사회의 영향을 받아왔으므로 무엇이든 배우려는 자세가 돼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판매원의 출신 또한 중산층 이상의 여론을 주도하는 계층이 많았으므로 다단계판매 관련 강좌를 개설한 대학 역시 부담 없이 강좌를 운영할 수 있었다.

그러나 1세대 리더들이 대학원 과정을 수료한 이후 차세대 리더들은 선배들의 길을 따르지 않았다. 학문을 숭상하고 체계적인 리더십 교육을 받기보다는 오로지 돈만을 추구하는 부정적인 경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물론 당시에도 재팬라이프를 비롯한 부정한 회사들이 없지는 않았으나 비록 그러한 기업에 속한 판매원이라고 해도 제대로 배우고자 하는 열망만은 마찬가지였다.

대학원 수업은 또 각 사의 리더들이 만나 교류하는 사교의 장이기도 했다. 당면 과제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업계의 발전방향 등에 대해 공동관심사를 교환하는 등 경쟁자이면서도 동업자로서 의기투합하는 장면을 심심찮게 보여 왔다. 다단계판매에 대한 학문적 토대를 세우는 일은 단지 정체성 확립에 그치지 않고 업계의 고른 발전에도 기여할 여지가 충분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끊어진 학문적 전통을 계승하고 보다 획기적인 업계의 발전방안을 도출할 수 있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학계에 대한 경제적인 지원을 제도화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처럼 특정 사안에 대한 신인도를 높이려는 얄팍한 생각으로는 업계 전체의 발전은 결코 도모할 수가 없다.

암웨이나 애터미 뉴스킨 등 대형 기업들이 장을 만들고 그 외의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으로 짐작된다. 물론 업계가 모여서 머리를 맞대다보면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방식을 찾아낼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떠한 방식이 됐든 지금 대한민국 다단계판매업계가 당면한 가장 시급한 과제는 기업과 판매원의 활동을 학문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는 것이다. 굳이 대학원이 아니더라도 판매원을 대상으로 하는 양질의 교육프로그램을 상설화하는 한편, 학자들이 집중해 연구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어떤 산업이든 학문적인 토대 없이는 오래 갈 수도 없고 전체 국민들로부터 인정받을 수도 없다. 학계에 대한 지원을 서둘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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