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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이상의 이집트 ‘룩소르’ (2019-07-05)

권 걸리버의 오빠 어디가?


카이로 공항은 어수선하다. 국내선 대합실은 모든 게 낡아서 버스 정류장이라고 해도 고개를 끄덕일 정도이다. 그렇지만 검색만은 철저해서 대합실로 들어가는 곳에서 한 번, 탑승장으로 들어가는 곳에서 또 한 번 온몸을 뒤진다. 대충대충 돌아가는 것 같으면서도 꼭 필요한 부분은 더할 수 없이 치밀하게 확인한다.


세계 제일 ‘흡연자유 구역’
탑승을 기다리는 동안 정말로 괴로운 것은 제법 싸늘한 기온도 아니고, 턱 없이 부족한 의자도 아니다. 가방을 뒤지는 검색요원이나 각각의 위치에서 근무 중인 경찰관도 거리낌 없이 담배를 꺼내 문다는 것이다. 이들의 담배 습관은 대체로 줄담배인 까닭에 대합실 내에는 안개라도 낀 듯이 연기가 자욱하다. 어느 곳에도 금연표시는 붙어 있지 않다. 아마도 최대의 기호식품을 뽑는다면 담배가 단연 1등일 것이다. 세계 각국의 흡연자들은 물 만난 고기처럼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인다.

예정 탑승시각을 40분이나 넘기고서야 비로소 탑승이 시작이 된다. 담배연기에 지치고 기다림에 지친 사람들이 무표정한 얼굴로 비행기에 오르자, 승객보다 더 무표정한 얼굴의 승무원들이 우리를 맞는다. 먼저 인사를 건네 봐도 얼굴표정은 조금도 풀지 않으면서 턱만 아주 미세하게 까딱거린다. 남자 승무원이나 여자 승무원이나 표정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 여객기의 승무원들은 천사다. 천사 중에서도 특 A급 천사다. 어떡하면 저렇게 잠시도 쉬지 않고 미소를 지을 수 있을까가 무척 궁금했었는데, 이제는 이집트 에어라인 승무원들의 굳은 얼굴이 훨씬 더 신기하게 보인다.

어느 나라에 가든 가장 쉽게 들을 수 있는 언어는 중국어이다. 그만큼 목청도 크고 제스처도 커서 활력이 느껴지는데, 이집트에서는 중국어 보다는 프랑스어가 더 잘 들려온다. 뒷자리에 앉은 한 떼의 프랑스인들은 웃음소리와 고함과 비명을 뒤섞어서 쏟아낸다. 우리를 중국인으로 알아서 한 번 붙어보자는 듯하다. 비행기는 탑승을 마치고도 한참을 더 망설이다가 이륙한다. 프랑스인들의 떠드는 소리로 인해 엔진 소음이 들리지 않을 지경이다.

그러나 소음보다 더 큰 힘은 졸음이다. 기체가 심하게 요동칠 때까지 정신을 놓고 잠에 빠져 있다가 화들짝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비행기는 룩소르 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룩소르는 카이로보다는 훨씬 남쪽이어서 그렇게 춥지는 않을 거라고 한다. 그렇다면 카이로의 호텔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곳의 호텔에도 난방은 기대할 수 없다는 말인가. 꽤 큰 도시라는데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룩소르는 그다지 넓지 않은 반경에 불빛을 매달고 얌전하게 누워있다.


룩소르는 이집트 역사상 최고의 파라오로 일컬어지는 람세스 2세가 힘을 키웠던 곳이며 아울러 우리에게도 소년 왕으로 잘 알려진 투탕카문이 통치했던 곳이다. 룩소르의 공기는 카이로의 그것보다는 조금 더 따뜻한 감이 느껴진다. 그렇지만 열기가 느껴질 정도는 아니다. 역시 건조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곳 역시 카이로와 마찬가지로 거리마다 골목마다 경찰과 검문소가 즐비하게 깔려 있다. 기대했던 낙타는 보이지 않고 총을 둘러메고 담배를 입에 물고, 베레모를 삐딱하게 눌러 쓰고 콧수염을 기른 사람들만 눈에 띈다.

나일 강을 가운데 두고 강의 좌우에는 사탕수수 밭이 드넓게 펼쳐져 있다. 농막이나 창고처럼 보이는 곳이 농가다. 쓰레기가 수북하게 버려진 흙길을 나귀를 타고 오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저들의 생계를 떠올려보지만 도무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 어떻게 돈을 만들고 어떻게 살아가는지 우리와는 완전히 동떨어진 삶을 살고 있을 것 같다.

우리 눈에는 허술하기 짝이 없는 저 누옥에서도 갓 구워낸 에이시와 무럭무럭 김이 오르는 차이를 앞에 두고 웃음꽃을 피우는 가족이 있을 것이다. 행복이란 그런 거니까. 


5천 년 역사가 숨겨진 ‘왕들의 계곡’
왕들의 계곡이란 이집트의 전성기를 열었던 왕들의 무덤이 밀집해 있는 곳이다. 피라미드를 떠나 동굴무덤 시대를 처음으로 연 투트모세 1세에서 람세스 3세, 소년 왕으로 잘 알려진 투탕카문 등수많은 파라오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이다. 최근 들어서도 속속 새로운 왕이나 왕족의 것으로 추정되는 무덤이 발견되고 있는 관계로 누구누구의 무덤이 있는 곳이라고 확정짓기 보다는 그저 왕들의 주검이 모여 있는 계곡이라고 하는 편이 두루뭉술하기는 해도 정답에는 더 가깝다.

왕들의 계곡은 놀랍다. 돌산을 파낸 것도 그렇지만 무덤의 내부를 장식한 화려한 상형문자들은 절로 입을 벌어지게 만든다. 무슨 뜻인지는 짐작도 가지 않지만 5천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상형문자의 색깔은 거의 바래지 않았다.
▷ 왕들의 계곡

이집트 사람들이 뻣뻣하고 불친절하고 안하무인인 것도 역사에 대한 자부심의 비뚤어진 발현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가끔씩 만나게 되는, 지금은 별 볼일 없지만 옛날에 잘 나갔던 부모를 둔 개차반들처럼.

투트모세 3세의 무덤은 제법 긴 복도를 따라 양쪽 벽과 천정에 무수한 별과 태양신 라로부터 비롯되는 역사들이 조각돼 있다. 무덤마다에는 전통 복장을 한 현지인이 끝없이 밀려드는 관광객을 감시하고 있다. 감시라고 해봐야 사진을 찍지 못하게 하는 것이 고작이지만 사람이 지키고 서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감시하는 사람이 없는 ‘금지’는 일말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지만 감시 하는 사람이 떡하니 버티고 서 있는 경우는 진짜 ‘금지’가 된다. 더구나 터번을 두른 데다 시커먼 숯댕이 눈썹과 그 아래 움푹 파여 그늘진 눈, 그리고 무성한 콧수염을 기른 거한이 버티고 서 있다면 대체로 ‘엄두도 못 낼 일’이 되고 만다.

그런데 투트모세 3세의 무덤을 둘러보는 동안에는 위에 묘사한 것과 똑같은 현지인이 나름대로 상냥한 미소를 띠면서 이리저리 꿰어 맞춘 영어로 설명을 해준다. 어깨를 툭툭 치기도 하고 팔을 잡으며 파안대소하기도 한다. 그의 친절에 기분이 좋아진 나도 짧은 팔을 길게 뻗어 그의 어깨를 치기도 하고 이집트의 위대한 과거에 대해 몇 번이나 칭찬을 곁들여 준다.

문화에 대한 이해와 상호간의 존중하는 마음이야 말로 친구를 만드는데 더할 나위없는 조건들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이집트에 대해 알고 있는 지식의 양과는 반대로 그가 한국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꾸리’라는 한 마디 뿐이다. 꾸리가 어디쯤에 붙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꾸리를 알아주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다. 무덤을 둘러보고 나오면서 그가 악수를 청한다. 손가락의 굵기가 내 것의 세배는 되는데다 온통 굳은살이 박여 있어 어른과 아이가 손을 마주 잡은 것 같다.
▷ 멤논의 거상

그는 악수만으로는 부족한지 기념촬영을 하잔다. 사진을 찍는 것을 감시하는 사람이 사진을 찍자니 이렇게 반가울 데가 없다. 아이와 그를 나란히 세우고 사진을 찍고 나니 이번에는 우리 가족을 나란히 세워놓고 사진을 찍어준다. 그리고는 헤어지기가 아쉽다는 듯 조금 슬픈 표정을 짓다가 다시 쓸쓸한 표정으로 웃는다. 지나가던 일본인이 1달러를 주란다. 이번엔 내가 쓸쓸하게 웃으며 1달러를 쥐어주고 나니 1달러를 더 주면 무덤 안에서도 사진을 찍게 해주겠단다. 까짓것 어차피 규칙을 어긴 마당에 무덤 안에서 찍을 수 있다면 그나마 귀한 사진이 될 것 같아 1달러를 더 쥐어 주자니까 그는 이집트 돈도 괜찮다며 50파운드를 달란다. 남이 볼 새라 50파운드짜리 낡은 지폐를 쥐어주고 관광객이 잠시 뜸한 틈을 타서 재빨리 무덤 내부의 사진을 찍고 나오니까 그는 얼른 내려가라고 손짓을 한다. 그의 손짓에 떠밀려 무덤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을 밟는 순간 1달러는 50파운드가 아니라 5파운드라는 생각이 뒤통수를 강타한다. 뒤를 돌아봤더니 그는 더할 수 없이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든다. 


 
권영오 기자mknews@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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