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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설치 미술 사하라

  • (2019-06-14 10:24)


바위티 마을을 벗어나서도 한참은 더 달려가던 지프가 속력을 줄이며 포장길을 벗어나 오른편 사막으로 접어든다. 황토색 풍경은 어느새 검은 색으로 바뀌어 있다. 이른바 흑사막이다. 이름보다는 좀 연한 듯싶은데 다량의 철광석을 함유한 지질이 검은색으로 보이는 것이라고 한다.

블랙마운틴이라는 그럴듯한 이름에 비해 높이도 규모도 터무니없이 낮고 작아 보이는, 정확하게 말하자면 모래 무덤이 굳어서 이루어진 듯하다. 그렇지만 다 보인다. 꼭두새벽에 일어나 지치도록 달려온 길과, 또 그만큼 가야할 길이 서로 등을 맞대고 좌우의 지평선을 향해 뻗어 있다. 군데군데 불쑥불쑥 솟은 비슷한 덩치의 모래산이 그나마 황량한 느낌을 덜어준다. 짧고 싱거운 블랙마운틴 등반에서 돌아오자마자 지프의 행렬은 또 다시 이어진다.

정말로 가도 가도 모래뿐이다. 길을 잘못 들어 원래 출발점으로 되돌아온 것이라고 해도 그렇게 믿을 수밖에 없는 풍경이다. 이 나라 사람들을 한국에 데려간다면 가도 가도 산뿐이라고 불평을 늘어놓으며 이 모래 언덕들을 그리워할까? 무심코 보아오고 당연히 그런 줄로만 알았던 초록색이 사람의 눈과 마음을 얼마나 편안하게 만들어 주었는지 새삼스럽게 감사하고 싶다.

 사진으로도 담을 수 없고, 말로도 그릴 수 없는 풍경

사파리는 백사막으로 이어진다. 이미 크리스탈 마운틴에서부터 백사막이 시작된 것이지만, 진짜로 하얗게 빛나는 석회암지대는 크리스탈 마운틴에서 좀 더 들어가야 한다.

아스팔트길을 벗어나자 사파리라는 것이 몸에 그대로 전달된다. 사막이란 발이 푹푹 빠지고 웬만해서는 자동차로 가기에도 힘들 줄 알았는데 의외로 모래바닥인지 돌바닥인지 바닥이 단단하여 자동차가 진행하기에는 큰 무리가 없다.


오래전부터 여행코스로 굳어진 이유 때문인지 바퀴자국이 빈틈없이 찍혀 있어서 길을 찾기도 어렵지 않을 것 같다. 출렁출렁 흔들리면서 달리는 이 맛 때문에 오프로드에 열광하는 모양이다. 뽀얗게 흙먼지를 날리면서 사막 속으로 깊이 들어가자니 마치 다큐멘터리를 찍기 위해 파견된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중국의 계림이 물 위에 펼쳐놓은 신의 작품이라면 사하라의 동쪽 끝 바흐리야 사막은 모래 위에 펼쳐놓은 신들의 설치 미술이다. 사진으로도 담을 수 없고 말로도 그릴 수 없는 이 가공할 풍경의 귀퉁이를 잡아 떼 둘둘 말아 배낭에다 푹 찔러놓고 싶은 마음을 숨길 수가 없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이 사막이라고는 하지만 이런 풍경, 더도 말고 당장 선 자리에서 눈에 들어오는 지평선까지만이라도 퍼다 가 대한민국 전도 한 쪽에 붙여놓을 수 있다면 좀 좋을까.


수다쟁이 골초 베두인족

아랍 사람들이 대체로 길 찾는 능력이 뛰어나지만 특히 베두인 족은 물 냄새를 맡을 만큼 뛰어난 후각과 방향감각을 가졌다고 한다. 아무리 에스키모에게 냉장고를 판다고 해도 이 사람들에게 내비게이션을 팔수는 없을 것 같다.


점점 더 차가워지는 밤공기를 피해 텐트 안으로 들어가고 나자 캠프는 이내 적막 속으로 빠져든다. 춥지도 않은지 모래바닥에 비스듬히 누워 이야기를 나누는 이 사람들은 연신 차이를 따른다. 차이도 홍차의 일종이라 카페인 함유량이 만만치가 않을 텐데 저렇게 홍차를 마시고 어떻게 잠을 이룰 수 있을지도 걱정이지만, 오줌 누러 들락거리느라 깊은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알아들을 수 없는 말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동안 밤은 더 깊고 불길은 사윈다. 영하의 기온은 아니겠지만 저절로 몸이 떨릴 정도의 추위다. 그런데 베두인 족들은 저녁을 먹었던 매트리스 위에서 이불을 덮고 잔다. 이불이라기보다는 카페트에 더 가까워 보온 효과가 좋아 보이지 않는데 코까지 골아가면서 잠에 빠져드는 사람도 있다. 사막에 사는 사람들은 피부가 우리보다 두꺼워서 추위와 더위에 그다지 민감하지 않다고는 하지만 놀랍다. 



머나먼 행성의 생명체를 생각하며

어둠이 깃들면서 하나 둘씩 하늘에 매달리던 별들도 이제는 더 이상 전구를 꽂을 자리가 없을 만큼 하늘을 빽빽하게 밝히고 있다. 별 하나 나 하나, 별 둘 나 둘이라던 이야기는 이곳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별 한 다라이 나 하나, 별 두 다라이 나 둘… 정도라면 모를까. 아마도 목동의 어깨에 기대 잠이 들었던 스테파네트 아가씨도 결국 저와 같은 풍경에 넘어갔을 것이다.

사하라에는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것보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것이 더 많다. 지상의 풍경도 더 할 수 없는 장관이지만 우리가 외우고 알아온 별자리는 마치 사이다 잔에 끓어오르는 거품 같은 잔별에 가려 구별이 되지 않는다.

이런 하늘이 있으리라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하지 못 했던 그런 하늘이다. 어떻게 이 하늘이 한국에 있던 그 하늘이란 말인가. 간간이 별똥별이 길게 꼬리를 끌며 지평선 너머로 사라져 간다. 앞으로 이처럼 별만으로 가득 찬 하늘을 언제 다시 또 볼 수가 있을까?

저 찬란한 별들이 오늘 이 사막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이미 수백만 년 전에 길을 떠났을 것이다. 우리가 크리스마스 꼬마전구를 밝힌 듯한 하늘을 보며 감동하는 동안에 저 별들 중의 어느 행성에서도 푸르게 빛난다는 지구를 보며 이와 같은 감성에 젖는 생명체가 있지 않을까?

또 지금처럼 머나먼 행성의 생명체를 생각하며 잔을 채우고 그들의 언어로 오늘밤을 기록하고 있지는 않을까? 

 

권영오 기자mknews@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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