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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고 맛있는 곳 찾으세요? ‘사가’로 가세요~

권 걸리버의 오빠 어디가?

  • (2019-05-24 09:38)

사가(佐賀)현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은 임진왜란과 조선도공이다. 음식을 이야기할 때 첫손에 꼽히는 것은 바로 사가규(牛)다. 사가규는 전일본 와규(和牛) 콘테스트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쇠고기다. 세계 최고의 쇠고기 와규. 그 중에서 최고봉이라면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쇠고기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 두부 전문 식당의 안뜰

세계 최고의 쇠고기 ‘사가규’
일본에서 쇠고기가 가장 맛있는 것으로 알려진 지역은 고베와 미야자키, 사가다. 사가에서는 사가규가 최고라고들 하지만 고베에 가면 고베규가, 미야자키에 가면 미야자키규가 최고라고들 한다.

아마도 이것은 횡성에 가면 횡성한우가, 봉화에 가면 봉화한약우가 그리고 의성에 가면 마늘쇠고기가 최고라고 우기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한국에는 특정 심사규정을 정하고 전국의 쇠고기를 비교할 기회가 전혀 없다. 결과에 대해 승복하는 일이 서툰 한국인의 성정을 감안한다면 콘테스트는 곧 지역감정이나 음모론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사가규가 한우와 가장 다른 점은 마블링이다. 최근 들어서 ‘마블링은 속임수’라는 주장이 도처에서 제기되기는 하지만 쇠고기가 입안에서 녹자면 마블링이 잔뜩 박히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 환상의 마블링을 자랑하는 사가규

대구의 팔공산 인근에는 ‘상강우(霜降牛)’라는 브랜드가 있다. 서리가 내린 것처럼 마블링이 고르게 잔뜩 분포돼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마블링과 와규, 그 중에서도 사가규의 마블링은 완전히 다르다. 살코기 사이에 기름이 박혔다기보다는 쇠기름 사이에 드문드문 살코기가 자리 잡은 것처럼 보인다.

유튜브 영상을 통해 와규 철판구이 요리과정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고기 한 점 굽는데 하루 종일 걸리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을 것이다. 이글이글 타는 숯불에 석쇠를 얹어 순식간에 구워내는 한국식 숯불갈비와는 정반대의 양상을 띤다. 철판(불판)에 고기를 얹고 이리 뒤적 저리 뒤적 하면서 고기를 익어간다. 숯불 직화가 아니라 연기가 나지 않는 것은 장점. 그리고 비교적 약한 불이어서 고기 굽는 일에만 집중하지 않고 느긋하게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도 괜찮다.

실제로 사가규는 입안에서 녹는다. 고기는 씹어야 제 맛이라고들 하지만 입안에서 ‘살살 녹는’ 맛을 음미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그러나 아무리 녹는 맛이 좋다고 하더라도 기름기를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느끼함이 좀 과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 찰떡궁합 사케‘영광보성’

끝내 잘 익은 김치 한 점이 간절해지는 순간이 오고야 만다. 불판 위에 김치를 함께 구워 상추 잎 위에 척척 얹은 다음 콩알이 살아있는 된장을 발라 꼭꼭 싸서 볼이 미어터지도록 씹는 맛이 한국인의 유전자에 각인된 고기 먹는 방법일 텐데. 약간 부담스러운 마블링의 느끼함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니혼슈(日本酒) 사케를 청할 수밖에 없다. 영광보성(榮光步盛)이라고 쓰여 있지만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는 알 수가 없다. 카라구치(辛口, 달지 않고 쌉쌀함)라고 하는 데도 사케 특유의 달착지근한 뒷맛이 느껴진다.

한 번에 온갖 반찬을 늘어놓고 먹는 문화도 아니고, 다꾸앙 한 점도 공짜는 없으니 상 위가 붐비지 않고 널찍한 것은 아주 큰 장점이다. 디저트는 망고 무스와 홍차.


물의 예술 두부
두부는 콩으로 만들 수 있는 최고의 요리다. 콩의 예술이기도 하지만 물의 예술이기도 하다. 일본에서 두부로 가장 유명한 곳은 교토지만 사가에도 놀라운 두부전문점이 있다. 옥호부터가 남달라서 ‘미쇼(水匠)’ 즉 물의 장인이라는 뜻이다. 여느 고급 식당과 마찬가지로 앉은 자리에서는 정원이 바라보인다. 물 한 잔을 청해도 무릎을 꿇고 ‘카시코마리마시타(분부대로 하겠습니다)’를 반복하는 통에 뭘 시키기도 부담스러울 정도다. 한국에서, 특히 대구에서 돈 내고 얻어먹는 것 같은 기분을 자주 느껴본 사람이라면 감동할 수밖에 없다.
▷ 가리비 두부그라탕

▷ 두부무스

그렇다고 밥값이 비싼 것도 아니다. 3,800엔. 한국의 물가보다 일본의 물가가 싸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무엇보다 합리적이다. 디저트까지 8개의 코스 요리가 나온다는 걸 감안한다면 저렴하게까지 느껴진다. 물론 두부의 원가라고 해봐야 얼마 되겠는가마는.

두부는 놀랍다. 과연 두부가 맞나 싶을 정도로 생소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다. 봄에는 보다 풍부한 두부 맛을 느낄 수 있으므로 두유 농도를 약 15% 정도 높였다고 친절하게 일러준다. 8개 코스에 대한 자세한 설명서도 함께 제공되므로 음식이 제대로 나오고 있는 것인지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설명서가 일본어 100%라는 것은 함정.


눈으로 먹는 치즈케이크
일본인은 눈으로 먹고, 한국인은 입으로 먹고, 중국인은 배로 먹는다는 말이 있다. 한국인은 맛있으면 그걸로 됐고, 중국인은 배부르면 그걸로 됐다는 말이다. 그렇지만 일본인은 눈으로 만족해야 입으로 가져가겠다는 의지를 나타낸다. 사실 일본사람들의 식사량을 유심히 살펴보면 결코 먹는 양이 적은 편은 아니다. 카이센동(해산물 덮밥)만 해도 생선회나 연어알 성게알 밑에 깔린 밥의 양이 어마어마하다. 결국 일본사람들은 눈으로만 먹는 게 아니라 배로도 먹고 입으로 먹는데 다만 일단 눈으로 먼저 먹는다는 점에서 식도락에 관한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을 것이다.

이 치즈케이크는 인구 10만 명을 조금 웃도는 가라츠 시의 작은 카페 ‘Diro’에서 내놓은 것이다. JR가라츠 역 앞에 있어서 지나칠 수가 없다. 열 명이 겨우 들어갈 정도의 작은 가게인데 치즈케이크의 데코레이션에 입이 쩍 벌어졌다. 따뜻한 커피 두 잔을 곁들인 가격이 1200엔. 

워낙 작은 도시다보니 임대료 부담 등이 덜해서 음식 값도 저렴한 것일 테지만 감동이다.

▷ 햇생강채를 얹은 유부조림

▷ 훗카이도산 치즈케이크의 예술적 데커레이션


아뿔싸, 도미구이
사실은 점심으로 두부를 먹고 싶었다. 아침나절부터 걸어서 사가시를 헤매고 돌아다니다가 ‘미쇼’를 떠올리고 부랴부랴 택시를 탔다. 그러나 아뿔싸. 점심은 이미 만석이라 1시간 30분 정도 기다려야 자리가 날 것 같다는 게 아닌가.   

걷기에도 지치고 허기에도 지친 채로 터덜터덜 걸으며 식당 간판만 찾고 있던 차에 발견한 것이 ‘도미구이’이라는 간판. 구수한 생선 굽는 냄새를 상상하며 식당으로 들어섰더니... 흑흑흑, ‘도미구이’란 우리의 붕어빵 같은 것이었다.

일단 시장기라도 면하자며 150엔 짜리 한 마리 사서 먹었는데 속이 꽉 찬 것이 아주 흡족했다. 신께서는 도미구이를 먹게 하시려고 택시비를 날리게 하셨던 것.


 
권영오 기자mknews@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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