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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앞길 막는 규제 ‘가격상한선’ (2019-05-17)

<기획> 바뀌었으면 좋겠다 ④ 묶음판매 부추기는 가격상한선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이하 방문판매법)에는 다단계판매업체나 판매원이 160만 원이 넘는 제품을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개별 상품에 대해서만 가격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묶음판매로 160만 원이 넘는 가격이더라도 판매가 가능하다. 법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나오는 이유다.


◇ “실효성 떨어지는 조항”
방문판매법에 가격상한선이 규정된 건 지난 1995년 법이 전면 개정되면서부터다. 당시 100만 원의 제품 가격상한선이 마련됐고, 2002년 130만 원, 2012년에는 현재와 동일한 160만 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이는 부가가치세가 포함된 가격이다.

방문판매의 경우 제품가에 대한 제한이 없으며, 후원방문판매는 옴니트리션 기준이 적용되면 이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 옴니트리션 기준이란 최종소비자 매출 비중 70%를 충족할 경우 3대 규제로 꼽히는 후원수당 총액 제한, 취급제품 가격상한, 소비자피해보험계약 체결 등의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 것이다. 

사실상 이 규정은 온전히 다단계판매에만 적용되고 있다. 왜 개별 재화의 가격을 제한하고 있는 걸까?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후원수당을 미끼로 고가상품을 판매하는 등의 사행성을 방지하고, 강매식으로 판매할 경우 판매원, 소비자들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것들을 차단하기 위함”이라며 “다단계판매 시장이 건전해졌다고 하지만, 더 규제해야 한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보다 더 건전한 시장이 조성되고, 여건이 좋아진다면 가격제한의 규제를 없애거나, 완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법무법인 위민 한경수 변호사는 “과거 이태리제 수제 양복 한 벌을 5,000만 원에 판매한 사건이 있었다. 지나치게 고가인 경우에는 원가를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생활필수품이 아닌 고가의 물품을 구입하게 될 경우 결국 후원수당을 노리고서 고액의 물품을 구매한 게 아니냐는 취지에서 생긴 것 같다”면서 “냉장고, TV 등 160만 원이 넘는 제품을 팔 수 있도록 폭을 넓혀 줄 필요가 있다. 오히려 지금처럼 생활필수품이 아닌 제품을 묶음판매 하는 것을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지금은 획일적으로만 규제하고 있어서 이것이 과연 실효적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면서도 “가격상한선을 풀어줄 경우 어떻게 규제를 할 것이냐, 실효적인 방식이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업계에서 자율적으로 하는 게 제일 좋고, 공제조합에서 똑같은 제품을 여러 개 구입할 경우 일시적으로 공제보증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한다면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결국 가격을 제한하는 법적 취지는 고가의 상품거래에 따른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는 말이다. 하지만 ‘개별’ 상품에 대해서만 가격을 제한해 놓고, 수백 만 원을 호가하는 묶음판매에 대해서는 규제하지 않아 이중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또 상품의 가격을 제한한다는 건 자본주의 시장논리에 맞지 않을 뿐더러, 다단계판매에만 적용되는 조항이라는 점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가격상한제가 거래할 수 있는 상품을 제한하면서, 다른 산업에 비해 차별적일 뿐만 아니라 기업과 판매원들의 활동반경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모 업체의 판매원은 “오히려 금액제한이 변칙적인 거래를 조장하고 있다. 저가의 생필품에서부터 전자제품 등 고가제품까지 판매할 수 있는 판매상품 다양성을 침해하는 꼴”이라며 “이 같은 규정은 불법업체들이 불법행위를 할 수 있게 도와주고 법을 준수하는 업체들은 불법으로 갈 수밖에 없게끔 내모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미 가격상한 규정이 무시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가격상한선을 조금 높여주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며 “묶음판매가 성행하면서 오픈마켓에 다단계판매업체 제품이 헐값에 내놓는 일이 빈번해졌다. 오히려 가격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묶음판매를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항변했다.

반면 “일(日)보상, 소비자플랜이 나오면서 진입비 장벽이 많이 낮춰지고 있는 등 업계가 긍정적으로 변하는 상황에서 굳이 비싼 제품은 필요없다”며 “만약 상한선이 풀린다면 말도 안 되는 가격에 전기장판을 판매했던 재팬라이프 사태가 재발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는 반대 의견도 있었다.

방문판매법의 갖은 규제로 인해 취급할 수 있는 상품이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등으로 한정된 상황에서 세트상품을 출시해달라는 사업자들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게 업체 관계자들의 하소연이다.

모 다단계업체의 한 관계자는 “단일 제품의 가격이 제한돼 있다 보니 취급할 수 있는 상품이 제한적”이라며 “묶음판매 상품이 등장한 것도 매출 볼륨이 작다며 답답해하는 사업자들의 요청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한 번에 다수의 반품이 들어올 경우 업체 측에서는 상당한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최근 몇몇 업체는 수십 만 원 수준의 세트상품을 추가로 내놓기도 했다.


◇ 특수판매 중 다단계판매 상담건수 비율 0.4%
일각에서는 가격상한선을 비롯해 다단계판매에만 적용되는 규제가 잘못된 선입견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유사수신, 불법 피라미드 등 미등록 다단계판매방식으로 영업을 강행하는 불법 업체들이 난립하는 바람에 엄한 다단계판매에 촘촘한 규제가 씌워졌다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운영하는 1372소비자상담센터의 연간 소비자상담동향을 살펴보면, 다단계판매의 2015년 상담건수는 1,763건이다. 이후 매년 다단계판매의 상담건수는 감소하여 2018년 1,257건을 기록했다.

2018년 기준 특수판매 분야의 상담건수 비율은 통신판매 80.3%, 방문판매 11.2%, 전화권유판매는 7.8%로 나타났으며, 다단계판매는 0.4%에 불과했다.

이를 두고 한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성인인구가 4,000만 명이고, 다단계판매원의 수는 800만 명이다. 5명 중 1명은 판매원이라는 말인데, 규모에 비해 실질적인 피해는 미미한 편”이라며 “과거의 피해 사례를 부정할 수는 없지만, 지금처럼 시장이 정화된 시점에서 과도한 규제는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언론에서 떠들어대는 다단계와 관련된 기사 대부분이 실제로는 다단계판매업체가 아니다”라며 “유사수신, 피라미드, 코인도 모두 다단계라고 하는 마당에 다단계판매에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게 어느 정도 이해는 된다”고 안타까워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가격상한선을 풀어준다고 하더라도 다단계에만 존재하는 규제가 많기 때문에 규제의 연쇄작용으로 또 다른 벽에 막히게 될 것”이라며 “가격상한선이 풀리면서 여행상품이 허용된다고 하더라도 청약철회 3개월이라는 또 다른 규제에 봉착하는 것이 그 예”라고 지적했다.


 
두영준 기자endudwns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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