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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증의 바다 ‘현해탄’ 그 너머 사가(佐賀)현

권걸리버의 오빠 어디가~?

  • (2019-05-17 10:11)

일본국 사가(佐賀)현 카라츠(唐津)시를 한국식으로 읽으면 당진이다. 충청남도의 당진과 같은 한자를 쓴다. 그 옛날 당나라와 일본을 잇는 거점 도시가 한국에서는 당진, 일본에서는 카라츠였다는 사실을 잘 알려준다. 


◇임진왜란 당시 왜군(倭軍)이 출병했던 카라츠(唐津)
사가현은 큐슈의 다른 지역, 후쿠오카나 쿠마모토, 나가사키 등에 비해 현저하게 덜 알려진 곳이다. 온천과 도자기 마을을 빼면 이렇다 할 관광지가 없기도 하고 농업이 중심 산업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역사적인 면에서 본다면, 특히 한국과의 관계에서만 보자면 사가현은 제법 의미가 있고, 한편으로는 증오를 불러일으킬 만한 곳이기도 하다.

카라츠는 임진왜란 당시 왜군이 출병한 곳이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전쟁이란 국민의 뜻도 군인의 뜻도 아닌 정치가들의 선택일 뿐이다. 이 검은 바다 현해탄을 향해 출발할 때 배에 올랐던 왜군들도 전쟁의 승패보다는 자신의 생사가 훨씬 더 중요했을 것이다. 장군의 안위보다는 두고 떠나는 부모와 자식과 아내에 대한 걱정과 근심으로 마음은 시커멓게 소용돌이 치는 바다 보다 더 까맣게 타들어 갔을 것이다.

이기든 지든 민초들의 삶은 결코 바뀌지 않는다. 이 땅이 일본 땅이 되든, 일본 땅이 우리 땅이 되든 똥지게를 지던 사람은 여전히 똥지게를 지고, 농사를 짓던 사람은 농사를 지을 뿐이다. 국적이 바뀐다고 해서 더 나은 삶을 영위하지도, 더 참담한 삶을 살지도 않는다.

카라츠 성에서 내려다보이는 바다가 바로 검은 바다 현해탄(玄海灘)이다. 쓰시마 섬과 카라츠 사이, 즉 쓰시마해협을 가리킨다. 일제강점기의 성악가이자 배우였던 윤심덕은 ‘사의 찬미’라는 의미심장한 노래를 남기고 현해탄에 몸을 던졌다. 

바다라는 것, 뱃길이라는 것은 언제나 사람의 목숨을 요구하는 것이지만 현해탄은 한국과 일본의 우울한 역사와 얽히면서 더욱 비장한 바다가 됐다. 축구가 됐든 야구가 됐든 한일전을 위해 일본으로 갈 때면 늘 ‘현해탄을 건넜다’는 표현을 쓰는 것도 이 검은 바다가 지닌 상징성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카라츠 성은 축조 기간이 짧았던 만큼 오사카 성이나 나고야 성, 구마모토 성에 비해 소규모다. 해안에 우뚝 솟아 있기는 해도 오사카 성 등이 뿜어내는 카리스마도 정교함도 느껴지지 않는다. 단지 현해탄을 내다보며 조선을 향해 출병하던 전선의 움직임을 한눈에 보기에는 부족하지 않을 뿐이다.

한국의 남해가 잔잔하듯 현해탄도 잠잠한 날이 많다. 쓰시마 섬까지 이어지는 동안 군데군데 떠 있는 크고 작은 섬들이 사나운 물결을 달래 가라앉혔기 때문일 것이다. 완충지대라고나 할까?

카라츠 성은 맨 꼭대기의 전망대와 그 아래 박물관으로 이루어져 있다. 박물관이라고 해봐야 왜군의 투구와 갑옷, 고려의 도자기, 새하얗게 날을 세운 일본도를 전시하는 게 고작이다. 따라서 출병의 기억도 이제는 가물가물하겠지만 대륙으로 향하는 전초기지라는 점에서 그 역할은 변하지 않았다. 심심찮게 거론되는 한•일 해저터널의 기착지는 당연히 이 곳 카라츠라고 한다.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점이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됐겠지만 못다 이룬 대륙정복의 꿈을 다시 한 번 도모하기에도 카라츠만한 곳은 없을 것이므로.


◇사가 시(市)에 남은 조선인의 흔적, 토오진마치(唐人町)
사가현의 현청 소재지인 사가 시(市)에는 토오진마치(唐人町)가 있다. 과거 당나라 사람들이 살던 곳이라는 뜻이다. 사실 토오진마치는 당나라뿐만 아니라 조선인 등을 포함한 외국인들이 집단 거주하던 곳이다.

이곳의 우두머리는 임진왜란 당시 일본으로 끌려 왔던 조선인 이종환이었다. 그는 이적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조선에서 온 도공들의 통역으로 활동하는 등 히데요시 정부에 협조했다.

이는 왜군으로 참전했다 조선으로 망명해 수많은 전투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던 일본인 사야카(沙也可)와 겹친다. 그는 김충선이라는 조선 이름을 쓰면서 왜란에서의 활약을 인정받아 정3품 첨지중추부사(僉知中樞府事)에 올랐다. 어떤 전쟁에도 배신자는 있고 그 나름의 명분도 있을 테니 이래저래 전쟁은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가장 어리석은 선택 중의 하나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낮게 엎드린 해안도시

역사와는 별개로 카라츠는 아름다운 해안도시다. 그 맘 때의 왜인(倭人)들처럼 키 작은 건물들이 넓게 자리 잡고 있다. 생뚱맞게 튀어나오거나 뜬금없는 색으로 돋보이려하지 않고 가지런하고 담담하다. 카라츠 성을 향해 엎드려 있다고 해도 좋을 정도다.


카라츠 역에서 카라츠 성까지는 아무리 느린 걸음으로 걸어도 30분이면 닿고도 남는다. 여느 일본의 도시와 마찬가지로 자동차가 많지 않고, 어떠한 경우에도 길가 주차를 하지 않는 주민들 덕분에 마음 편히 걸을 수가 있다. 예쁘게 정돈해 둔 가정집을 만날 수가 있고, 그들이 장식한 작은 꽃밭들이 걷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고풍스러운 료칸들도 군데군데 서 있어 비록 묵을 수는 없을지라도 사진으로 남길 수는 있다.

지역을 상징하는 짱뚱어 문양을 새긴 하수구 뚜껑이나 군데군데 도자기 타일을 끼워 넣어 카라츠라는 곳이 어떤 곳인지를 알려준다. 


◇일본의 새 연호 ‘레이와(令和)’

2019년 5월 1일부터 일본이라는 나라 전역에 레이와라고 쓴 작은 깃발을 매달아 새 왕의 즉위를 축하하고 있다. 일본은 아키히토 일왕이 그의 아들 나루히토에게 보위를 물리면서 연호도 헤이세이(平成)에서 레이와(令和)로 바뀌었다. 

전범이었던 히로히토와는 달리 아키히토는 아베의 평화헌법 폐기에 반대의 뜻을 분명히 밝혔고, 나루히토 역시 아키히토와 같은 평화주의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한국인의 관심도 함께 쏠리고 있다. 


 
권영오 기자mknews@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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