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돋보기

<목요일 오후> 당신은 꼰대입니까? (2019-03-22 10:26)

꼰대는 표준국어대사전에 등록돼 있는 말로, ‘늙은이’를 뜻하는 은어입니다. 어원에 대해서는 영남 사투리인 ‘꼰데기’와 프랑스어 ‘콩테(Comte)’에서 비롯됐다는 설이 가장 대표적입니다. 꼰데기는 번데기의 사투리로 주름이 자글자글한 노인의 모습을 빗댄 것이고, 일제강점기 시절 친일파들이 작위를 받으면서 스스로를 콩테(백작)라고 부른 것에서 꼰대라는 말이 생겼다는 일화도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기성세대를 향해 무조건 꼰대라고 부르지는 않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지나치게 권위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을 일컬어 그렇게 부르지요. 또 대학가에서는 물어본 것에만 대답해주는 사람을 선배라고 하고, 물어보지도 않은 것을 “내가 신입생 때는 말이야…”라면서 구구절절 장황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사람들을 꼰대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직장 내에서는 자신의 실수에는 관대하면서, 부하에게는 엄격한 상사를 그렇게 말한다고 하지요.

혹시 콜럼버스의 달걀이라는 이야기를 들어보셨나요? 잘 알려져 있듯이 콜럼버스는 이탈리아의 탐험가이자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지극히 유럽의 관점에서는) 인물입니다. 여담이지만, 미국 오하이오주에는 신대륙을 발견한 그의 업적을 기려 ‘콜럼버스’라는 지명이 붙여진 곳도 있습니다.

어쨌든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그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고 콜럼버스가 돌아오자마자 성대한 환영식이 열렸다고 합니다. 하지만 콜럼버스의 인기를 시샘하는 귀족들도 여럿 있었지요. 심지어 그 귀족들은 연회장에서 “서쪽으로만 가면 신대륙이 나오는데 그걸 누가 못해”라며 콜럼버스의 행적을 가벼이 여기는 발언까지 합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콜럼버스는 지그시 달걀을 꺼냈고, 귀족들을 향해 “이 달걀을 책상에 세울 수 있는 사람이 있느냐”고 외칩니다. 아무도 달걀을 세우지 못하자 콜럼버스는 보란 듯이 달걀의 윗부분을 살짝 깨뜨려 책상에 세웠습니다. 귀족들은 달걀을 깨서 세우는 것 또한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며 비아냥거렸습니다. 이 때 콜럼버스는 “누군가를 따라하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그것을 처음 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라고 응수합니다. 이 일화에서 등장하는 귀족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나요?

이처럼 꼰대의 유형은 그야말로 무궁무진 합니다. 그들이 등장하게 된 이유는 도대체 뭘까요? 하완의 수필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에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오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나이를 먹어가면서 반드시 지켜야하는 불문율이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20대에는 번듯한 직장이 있어야 하고, 30대에는 결혼을 해야 하고, 40대에는 자신의 집을 가져야 한다는 일종의 규칙 같은 게 있다는 겁니다.

게다가 나이 값을 하네 마네는 연령별로 주어진 임무(?)를 수행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고 합니다. 유독 나이에 대해 묻는 것을 경멸하다시피 하는 까닭은 이런 말도 안 되는 불문율을 지키지 못했다는 자격지심에서 우러나오는 것일 지도 모르지요. 지극히 사견입니다만 “나 때는 말이야”, “요즘 젊은 애들은”, “네가 아직 어려서 그래”라는 이야기를 하는 꼰대들이 출몰한 건 여기에 대한 보상심리가 작용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다단계업계에서도 수많은 기업들이 이와 같은 후진적인 조직 문화 탈피와 더불어 젊은층과 중장년층의 화합을 도모하기 위해 기업문화 혁신에 나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소통이 이뤄지지 않는 업체들도 더러 있지요. 일례로 모 다단계판매업체는 젊은층과 중장년층이 하도 대립각을 세우는 바람에 사무실을 아예 청년들과 중장년들을 나눠서 쓴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2층에는 청년들만 있고, 3층에는 중장년들만 쓰게끔 말이지요. 어떤 업체는 불필요한 마찰을 줄이기 위해 교육시간을 따로 편성한다고 합니다. 젊은층과 중장년층 중 누가 꼰대 역할을 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이가 좋지 않아 보이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최근 밀양시청에서는 경직돼 있는 공직 분위기를 더 따뜻하고 생산적인 조직으로 만들기 위한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고 하네요. 조직 생활의 기본이 되는 ‘인사 잘하기’부터 ‘꼰대 되지 않기’, ‘수평적 사고하기’ 등 작은 행동부터 변화를 유도하자는 겁니다.

특히 직장 내 세대 간, 직급 간 불통을 ‘꼰대’라는 소재로 유쾌하게 풀어내기 위해 밀양시청 행정게시판에 ‘꼰대 자가 진단테스트’라는 게시물까지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투철한 계급사회로 점철된 줄로만 알았던 공직자들의 이미지로 비춰봤을 때 굉장히 파격적인 행보라고 할 수 있겠네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했다고 합니다. 세상은 쉽게, 그리고 빠르게 변화하는 반면 사람의 마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고착된 꼰대 문화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기업들을 비롯해 판매원들 간의 조직문화마저도 불통•비효율•불합리로 요약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꼰대문화로 멍든 사회의 회복을 위해 누구라도 한 번쯤 자신이 꼰대는 아닌지 되돌아보는 건 어떨까요?


 
두영준 기자endudwns99@naver.com

※ 저작권자 ⓒ 한국마케팅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목록으로

포토뉴스 더보기

해외뉴스 더보기

식약신문

사설/칼럼 더보기

다이렉트셀링

만평 더보기

업계동정 더보기

세모다 스튜디오

세모다 스튜디오 이곳을 클릭하면 더 많은 영상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오늘의 날씨

booked.net
+27
°
C
+27°
+22°
서울특별시
목요일, 10
7일 예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