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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 앞에 무릎 꿇은 여인들

  • (2019-02-01 10:08)

욕망이란 ‘부족을 느껴 무엇을 가지거나 누리고자 탐하는 마음’을 말한다. 세상의 모든 고전 문학이 결국 사랑과 돈으로 집약된다는 사실은 인간의 욕망이라는 것이 사랑과 돈으로 지나치게 기울어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문학뿐이랴. 사랑과 돈은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인간의 의식을 지배할 거라는 사실을 그 누구도 부정하지는 못할 것이다. 오히려 문명이 발달할수록 인간의 욕망은 증폭되고 확산한다. 세계문학이 거론한 욕망의 화신들을 만나보자.


인생의 베일  윌리엄 서머셋 모옴/ 황소연 옮김/ 민음사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비록 잘못된 길을 선택했으나 그로 말미암은 불행과 고통을 딛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여성의 이야기이다. 한 때의 과오로 인한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고 나락으로 떨어지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모든 걸 훌훌 털고 다시 일어서는 사람이 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 키티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보편적인 관점에서 볼 때 그녀는 분명 용서 받을 수 없는 사람이다.

스스로 결혼에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그녀는 홍콩에서 만난 유부남 찰스와의 사랑에 모든 것을 건다. 그러나 그 불타는 사랑이 찰스에게는 그저 심심해서 차를 마시는 것과 같은 사소한 일이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녀가 그 사실을 깨달은 것은 세균학자인 남편 월터 페인이 모든 것을 알고 난 이후이다.

이후 월터는 키티를 데리고 콜레라가 창궐하는 메이타푸라는 곳으로 떠난다. 그곳에서 월터는 콜레라로 목숨을 잃고, 수녀원에서 일하면서 영혼이 정화된 키티는 홍콩을 거쳐 영국으로 돌아온다.

힘든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은밀한 사랑을 즐기는 남자의 속성이 어떤 것인지, 그로 인한 상처는 고스란히 여성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들려주고 싶었다. 아마 서머싯 몸이라는 작가 역시 그런 결말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보바리 부인 귀스타프 플로베르/ 민희식 옮김/ 문예출판사

남편이 있으면서도 끊임없이 새롭고 자극적인 사랑을 꿈꾸는 여인의 감당할 수 없는 허영에 관한 이야기다. 현재의 대한민국에서도 창궐하는 여인상의 하나이기도 하다. 아내로서 어머니로서의 책임과 의무보다는 다만 암컷으로서, 여성으로서 즐길 권리에만 집착하는 덜 떨어진 여성 말이다.

찰스 다윈은 『종의 기원』에서 “변종은 발단의 종”이라고 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엠마와 같은 변종에 가까운 여자들이 발단이 되어 그들의 복제인간을 만들어낼 수도 있겠다. 여자의 인생도 그렇지만 남자의 인생도 어떤 여자를 만나느냐에 따라서 천양지차로 달라진다는 것을 이 소설만큼 분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도 없다. 비참하게 죽어간 엠마의 남편 샤를르나 그들이 남긴 딸의 존재는 인간군상의 불행을 집진하게 될 것이라는 걸 짐작할 수 있다.

문학사에 등장하는 수많은 여인 중에서 이 책의 엠마 만큼 대책 없는 여자도 드물다. 또 남자의 불행은 사회생활에서 보다 가정생활에서 시작되기가 쉽다는 것도 잘 보여준다. 결국 결혼이라는 행위에 있어서도 경험보다 더 좋은 스승은 없다는 말이 들어맞는다.

약제사 오메를 보거나 고리대금업자 뢰르를 보더라도 진정으로 나를 위해 주는 이웃은 드물다. 친절한 이웃을 둔다는 것 역시 살아가는 동안의 행운의 하나이지만 그 친절에는 반드시 목적이 있고, 더러는 마수도 숨겨져 있다.


목로주점 에밀 졸라/ 박명숙 옮김/ 문학동네

소설은 제르베즈라는 여성의 일생을 따라가면서 그녀의 몰락 또는 타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제르베즈는 랑티에라는 바람둥이와 첫 연애를 하면서 파리로 옮겨 오지만, 랑티에가 금방 다른 여자와 눈이 맞아 달아나면서 늘 그에게 다정하게 대해주던 쿠포와 결혼한다. 이 결혼 장면을 차근차근 읽어보면 이 소설의 결말이 짐작될 정도로 제르베즈의 허영심과 턱없는 욕망을 잘 표현하고 있다.

빚을 내 결혼식을 올리고 거하게 피로연을 여는 것에서부터, 역시 빚을 내어 세탁소를 차리지만 절약하고 저축하기보다는 겉으로 보이는 소소한 파티에 과도하게 낭비를 하는 장면이 그렇다.

빛나는 꿈을 가졌던 제르베즈가 파멸로 달려간 까닭은 ‘사실 제르베즈는… 주변 사람들을 기쁘게 하기 위해 자신이 바라는 것을 순순히 포기하고 그들의 뜻에 따라 살았던 과거의 전철을 밟게 될까봐 두렸웠던 것이다.’라는 문장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처럼 사람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는 바람에 자신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하기 위해 자기 자신을 괴롭히는 일보다 어리석은 일은 없을 것 같다. 거듭되는 고통을 겪던 제르베즈는 아파트의 어느 골방에서 굶어서 죽는다. 늘 음식을 탐했으면서도 시간이 가면서 점점 음식으로부터 멀어졌던 그녀의 최후는 그녀의 인생을 후련하고 말끔하게 정리되하는 듯하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테네시 윌리엄스/ 김소임 옮김/ 민음사

블랑시는 현실과 상상을 뒤죽박죽으로 섞어서 자신을 드러내길 좋아하는 여자다. 현실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면서 그저 신데렐라가 되기를 꿈꾸는 약간 푼수끼가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녀의 제부 스탠리는 그런 블랑시를 믿지 못하고 끊임없이 의심하는, 폭력을 상징하는 남성으로 등장한다. 그는 끝내 자신의 아내의 언니인 블랑시를 성폭행함으로써 사회적 금기에 대해서 마저 폭력을 휘두른다.

블랑시의 동생이면서 스탠리의 아내인 스텔라는 한없이 언니를 사랑하는 것 같지만 자신들의 영역 안으로 들어온 언니가 부담스럽거나 귀찮아한다. 스텔라의 가식적인 사랑은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이 종착역에서 잘 드러난다. 자신과 스탠리 그리고 아기만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언니를 정신병원으로 보내는 장면이다. 현대인의 보편적인 심리를 가장 분명하게 그리고 있다. 짧은 환영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상대가 누구든 불편하고 성가시게 느껴지는 것은 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이라면 누구나가 느꼈을 보편적인 감정일 것이다.

정신병원 의사의 팔짱을 끼면서 블랑시가 던지는 “당신이 누구든, 난 언제나 낯선 사람의 친절에 의지해 왔어요”라는 말은 가장 가까운 사람이 느끼고 겪는 불편한 심사에 대항하는 말처럼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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